자영업자들이 자기가 장사하는 건물에서 마음 편히 10년 동안 장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 5년 동안만 보호받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동안 장사가 잘되는 가게의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와 계약을 파기한 뒤 프렌차이즈를 들이거나, 건물주가 권리금 약탈을 목적으로 편법을 동원해 자영업자를 쫒아낸 후 직접 가게를 운영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계약보호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이같은 '세입자 쫒아내기'를 원천적으로 제한한다는 취지다. 그렇게 되면 이러한 폐단도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출부진과 경영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완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총 다섯 가지인데,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간 자영업자들이 지속해서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최근 폭행사건이 발생한 서촌 궁중족발의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인 궁종족발 사장에게 재계약이 다가오는 시점에 보증금과 월세 인상을 통보했다. 기존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3000만 원, 297만 원이었으나 이를 1억 원, 1200만 원으로 올린 것.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보호 기간이 5년 밖에 되지 않기에 이곳에서 7년 동안 장사해온 세입자는 결국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안진걸 “적어도 10년 동안 안정적인 삶 살 수 있을 것”
전문가들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한 당정협의회 결과를 환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소장은 "그간 건물주들 중에는 시세차익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10년 동안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면 건물주들도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으며 돈을 버는 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또한 세입자들도 적어도 10년 동안 장사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구조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그런 점에서 이번 정책은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현재 자영업자들에게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논란 관련해서도 이번 정책으로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 소장은 "상승된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분들은 매출이 안 오르는 분들"이라며 "이는 거리제한 등을 통해 과당경쟁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그에 반해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서는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며 "어렵게 상권을 만들어 장사하는데, 그렇게 쫓겨나면 권리금 등 새롭게 장사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최저임금을 지급의 한계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하지만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경우, 최임 인상 논란 등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도 "5년이라는 기간에는 권리금 등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짧은 시간"이라며 "그나마 10년으로 늘려주면 그만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으로 세입자 보호기간을 더 늘려나가는 법이 필요하다"며 "일본 등에 존재하는 100년 된 가게를 우리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보호 10년안, 그대로 국회 통과될까
정부와 여당이 그간 논란이 됐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이 법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야는 지난 18일 조찬회동을 통해 임차인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관련해서 오는 30일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세부적인 개정 방안 관련해서는 추가 합의하기로 하면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개정안 통과에 합의한 자유한국당에서는 계약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게 되레 세입자에게 부담을 준다며 8년으로 줄이자고 맞대응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관련 "계약갱신기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약기간에 발이 묶여 엄청난 손실이 발생함에도 영업을 접지 못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하는 폐단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을 연장하면 장사가 안 되더라도 세입자들은 계약기간에 발이 묶여 계속 장사를 할 수밖에 없기에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자영업자가 원하지 않아도 영업을 계속해야만 하는 의무 규정이 아닌 영업할 권리를 보장하는 권리 규정이라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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