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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비리'로 경제검찰 위상 상실한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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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비리'로 경제검찰 위상 상실한 공정위

전속고발권·리니언시, 양대 특권 사실상 폐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검찰'의 위상을 상실하게 됐다. 담합 등 중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어 검찰의 기소권을 이례적으로 제한하는 '전속고발권'이 사실상 폐지되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21일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전속고발제 폐지 범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제3호(공급제한), 제4호(시장분할), 제8호(입찰담합)에 위반한 범죄(경성담합)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 전속고발권 폐지 등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합의


이 합의안에 따르면 일반적인 담합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지만,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은 검찰이 공정위와 협의해 우선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형식은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이지만, 사실상 전면 폐지나 마찬가지다.

전속고발제와 함께 담합 등에 대한 자진신고 시 형벌을 면제하거나 감면해주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제도)에 대해서도 공정위와 검찰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자진신고를 접수하는 단일화된 창구로는 여전히 남지만, 검찰 수사를 위해 공정위의 자진신고 정보를 포함한 행정조사 자료를 제공하고 검찰은 공정위 행정처분을 위해 검찰의 수사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며, 원칙적으로 13개월 내에 조사를 마치고 관련자료 등 검찰 송부하기로 하고, 담합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자진신고 사건 등에 대하여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전속고발권과 함께 공정위의 양대 특권으로 불린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서도 특권의 지위를 박탈한 것이다.


공정위가 '경제검찰'의 위상을 상실하게 된 것은 공정위가 자초한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퇴직자 관리방안'이라는 재취업 지원 문서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적발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라 불공정거래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저항할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공정위, 검찰 '공정거래조사부'에 초토화된 이유)


2009년부터 문서로 만들어져 퇴직을 앞둔 고위 간부의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알선해온 공정위의 구체적 행각은 충격적이다. 국장급은 대기업의 고문으로 최저연봉 2억5000만 원 등 아예 조건까지 명시해 자리를 내놓으라고 기업을 압박했다.

지난해 대기업 고문으로 취직한 한 공정위 간부의 연봉과 취업조건을 보면 "연봉 2억6000만 원, 차량 제공, 차량 유지비 지원, 자가운전 보조비, 매달 400만 원 한도 법인카드"였다.

또 다른 퇴직간부는 '1년 차 연봉 1억9000만 원, 2년 차 연봉 2억9000만 원, 3년 차 연봉 2억4000만 원, 월 업무추진비 500만 원'이라는 취업 조건을 보장받았다.

억대 연봉에 골프회원권, 차량 유지비 외에 월 50만~350만 원 한도 법인카드 등 다양한 부대조건을 갖춘 취업사례, 2억 원 연봉에 '출근도 할 필요가 없는 취업 조건'을 보장받은 사례도 있다.

이런 취업을 받아준 해당 기업의 불공정행위 혐의에 대해 전속고발권과 리니언시라는 국민이 준 '특권'을 공정위가 불공정하게 행사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도 변명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재취업 지원 문서' 존재 자체를 전혀 몰랐다는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경제검찰'로서의 특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이미 알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이전 공정위가 주요 사건, 정책 결정에서 전문성과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 공직윤리를 의심받을 만큼 절차적 투명성이 훼손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스스로 전속고발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직의 수장조차 특권 내려놓기에 앞장서면서 전속고발권 등 공정위 특권 폐지의 흐름은 급물살을 탔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개입이 가능해져,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자초한 문제 해결은 또 다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전날 발표한 김 위원장의 '재취업 비리 대책'조차 특권 내려놓기는 빠져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과정에 공정위가 일절 관여하지 않고, 공정위 현직자와 퇴직 재취업자 간 사건 관련 사적접촉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로펌 등으로 간 퇴직 간부가 공정위 현직자를 찾는 이유가 공정위가 재량권을 멋대로 휘두를 여지가 있는 특권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런 대책이 시간이 갈수록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68조는 보유 주식을 속여서 신고하면 1억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대기업들이 위반한 85건 중 고발은 단 4건뿐이었고, 95%는 경고에 그쳤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공정거래법이 제정이 된 1980년 이후 38년 만에 전면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된 개정 핵심 내용은 경제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담합행위에 대한 형사제재를 강화하며,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최고 한도를 2배로 상향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비상장 20%)에서 상장과 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경우 규제 대상 대기업이 203곳에서 441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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