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해찬 후보 선대위 양승조 총괄본부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두관 지사가 이번 당대표 경선을 대선의 전초전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가 258표를 차지, 이해찬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린 것과 관련해 이해찬 캠프가 내린 분석 결과다. 이 후보는 친노 세가 강한 경남에서 150표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그러나 김두관 지사 측 관계자는 2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김 지사는 중립을 유지했다"고 양 본부장의 주장을 일축한 후 "설사 김 지사가 표를 움직였다고 치더라도, 얼마나 움직일 수 있겠느냐. 표를 움직여서 좋은 소리를 들을 일도 없는 것 아니냐. (김 후보 측 분석은) 대의원의 자주적 표심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 경북 경선에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이 김 지사를 밀었다는 얘기가 나와 현직 지사 입장에서 오히려 더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충청 지역에서 이해찬 후보의 압승을 '안희정 지사의 개입'으로 설명하면 어떻겠느냐. 김 지사가 개입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지사 ⓒ프레시안 |
'문재인 불신'이 '김두관 기대'로 옮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의원들은 이번 경선을 '문재인 대 김두관'의 대결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경남 지역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울산 지역 경선에서부터 'LP담합(이해찬-박지원 담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표출됐다. 지금 경선 구도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울산의 지역위원회 6곳 중 5곳이 친노 성향이었고, 부산 지역위원회 18곳 중 12~13곳을 문 고문 측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음에도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났고, 부산에서는 이 후보 측이 고전을 했다.
특히 부산 민심의 경우 지난 21일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노 성향 박재호 남구을 지역위원장과 비노 측 김비오 영도 지역위원장 간 대결에서 김비오 위원장이 의외의 선전을 했었다. 김근태계에 가까운 김 위원장의 선전은 부산 지역에 문 고문에 대한 '비토' 심리가 내재해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대구경북, 경남 지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경선 개입 여부와 관계 없이 부울경 지역에 내제된 문 고문에 대한 불신, 이-박 연합'에 대한 실망감 등이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에 참석해 '라이벌 구도'를 연출한 데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월 1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김 지사는 이번 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의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준 셈이다. 문제는 2~3%에 그치는 김 지사의 지지율이다. 이는 문 고문에 대항하는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김 지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영남 지역 야권 사정에 밝은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 대표 경선이 문재인, 김두관 대리전이 돼 버렸는데, 본인들 의사와 관계없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돼 버렸다"면서도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나쁠 것은 없다. 지나친 과열은 문제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흥행을 달성하는 데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두관 부상, 'LP연대' 반발, '최명길 효과'…민주당 경선 향배는?
오는 6월 9일 있을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현재 총 13개 지역 대의원 투표 가운데 7개 지역에서 경선이 실시됐다. 누적 득표수는 이해찬 후보가 1,597표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1,516표의 김한길 후보, 1,001표의 강기정 후보, 954 표의 추미애 후보, 714표의 우상호 후보가 쫒고 있다. 대의원투표는 30%, 시민·당원투표는 70%가 반영된다.
향후 관건은 수도권 대의원 민심과 모바일 등을 이용해 투표에 참여할 선거인단의 민심이다. 수도권에서도 친노 성향이 강하지만, '이-박 연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의 부인 배우 최명길 씨가 경선 과정에서 적극 나서면서 김 후보의 약한 고리인 대중성에 대한 보완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박 연대'가 힘을 못 받고, 김두관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결국 이 후보와 김 후보간 대결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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