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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상'한 문재인, '노무현을 이기기 위한' 세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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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상'한 문재인, '노무현을 이기기 위한' 세가지 과제

[대선읽기] 노무현을 이기면 박근혜도 이긴다

'탈상'이라고들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도식이 끝난 23일 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3주기 추도식 마치고 탈상했습니다. 마음의 탈상입니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그는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향한 출발입니다"면서 "소주 한잔합니다. 탈상이어서 한잔. 벌써 3년이어서 한잔. 지금도 '친노'라는 말이 풍기는 적의 때문에 한잔.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두고 낯선 세상 들어가는 두려움에 한잔. 저에게 거는 기대의 무거움에 한잔. 그런 일들을 먼저 겪으며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며 한잔"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춘추관장, 대변인 등을 지낸 김만수 부천시장은 3주기 전날인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노 대통령님 3년 탈상을 계기로 제 플필(프로필)에서 '친노'를 삭제한다"고 선언했다. 김 시장은 "박해와 핍박의 시기에 '친노'는 무한책임의 자기고백이지만 지금의 '친노'는 단지 정치인들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모두가 추구할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컨텐츠 부재, 폐쇄성, 포퓰리즘

▲ 권양숙 여사, 노건호 씨 등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는 문재인 고문ⓒ연합뉴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몇몇 인사들이 "저쪽은 반노다" "그 사람들은 진짜 친노가 아니다"며 '속류 친노'의 면모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했고 인연이 깊은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은 "'노무현'을 독점 할 능력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진짜 친노'라는 식의 낯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지 않는 것은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느낌이다. 문재인 고문의 경우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 퇴임사에서 "저는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가겠습니다. 이어갈 것입니다. 그가 남겨준 민주주의라는 신념, 통합이라는 지향, 원칙과 상식이라는 가치, 이 모두가 그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이고 당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다짐이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 언명일 뿐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조차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고 하지 않았던가? 현 시점에서, 박근혜보다 문재인이 더 풍부한 '컨텐츠'를 갖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문 고문 측도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이 대목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폐쇄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친노 진영 중에서도 일부 청와대 참모, 일부 외곽 인사들이 문 고문을 둘러싸고 있어 다른 인사들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총선 과정에선 '부산캠프'가 전권을 쥐고 있어 문 고문의 행동반경을 오히려 좁혔다는 비판이 있었다.

대선캠프의 출발점이 될 '함께포럼' 공식 발족을 눈 앞에 두고 있는 현재도 폐쇄성에 대한 지적은 친노 진영 내에서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시 한 인사는 "그런 점에선 김두관 지사 쪽이 강점이 있다"면서 "그쪽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문 고문 측 한 인사는 "그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지금은 일종의 공백기라서 불가피하게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대선 캠프를 꾸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포퓰리즘' 문제도 있다. 문 고문이나 친노 진영이 대중에 영합해서 '포퓰리즘'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 고문의 소탈한 행동거지, 정제되면서도 소박한 발언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좋다. 인기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 '지당한 말'과 온화한 모습으로 지지층 전체에 다가가려 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전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것은 아무하고도 소통 안 한다는 뜻과 같다"면서 "항상 '국민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100% 대한민국' 운운하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대중 소통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진 리더였다. 하지만 대통령 재직 시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여당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모습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여당, 대통령 지지층과 여당이 괴리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들이 대통령의 의중인 양 여당을 공격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 고문이야 노 대통령과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또 아직은 여의도에 낯이 설어서 그렇겠지만 조금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 고문 측은 한 인사는 "정치를 위한 정치, 정치인들과만의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맞다. 그리고 '폐족' 신세가 됐을 때도 함께 했던 이름없는 지지자들에 대한 감정은 각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하지만 정치를 피하는 식의 정치, 정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치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가 민주당에 몸을 담았겠나"고 말했다.

"자기를 이기라는 것이 그의 마지막 부탁이다"
'함께재단' 이사장을 맡을 예정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는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사에서 "노무현의 꿈을 보다 아름답게 실현하기 위해서도 그의 지난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퇴임의 변에서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말씀드린다"면서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이, 우리가 노무현을 이기는 것이 그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이번 대선에 대해 "박근혜가 박근혜를 이기느냐의 싸움이다"는 이야기가 많다. 문재인 버전으로 하면 "문재인이 노무현을 이기느냐"가 이번 대선을 판가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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