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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충성 불법 사조직…조폭 정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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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충성 불법 사조직…조폭 정권의 비극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60> 문건 나온지 열흘, MB는 입을 열라

조폭은 일반적으로 불량배나 폭력배나 깡패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배타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강제력을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측면에서는 일견 비슷한 점이 있으나, 그 대목에서도 조폭은 훨씬 치밀하고 무자비한 속성을 지닌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조폭은 옳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집합체라는 점에서 다르다. 조직이 있고 두목이 있다. 또 그 조직과 두목에 대한 더 할 수 없는, 일심(一心)의 충성이 필수적이다.

'나와바리(영역)' 사수(死守) 개념도 철저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놓고 정당성을 따지지 않는다. 예컨대 OB파, 서방파, 양은이파, 삼합회, 이런게 조폭에 해당한다. 불량배와 깡패의 '배(輩)'와 '패(牌)'에도 '무리'라는 뜻이 있지만, 그것은 '부류'를 뜻하는 것일 뿐, 조폭의 '조직'이나 '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조폭은 폭력배나 깡패보다 여러 등급 위의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자리 해 있다.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기획 총괄과장이 2008년 8월에 작성했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 추진 지휘 체계'라는 문건은, 바로 그런 조폭행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MB정권의 '숨겨져 있던 면모'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DJ정권 때 해체된 '사직동 팀'이나 노무현 정권 때의 '조사 심의관 실'과는 설립 목적부터 성격이 판이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통상적 공직 기강 업무는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았으나, 대통령과 관계되거나 특명사항은 청와대의 민정비서실도 모르게 이른바 VIP쪽과 극비 직거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얼굴의 조직이었다. 비정상적인 불법사찰은 기본적인 업무 영역이었고, 정권과 출신지역이 다르거나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사정없이 '목 자르고' '날리기도'했다.

기업인은 회사 망하게 했고, 국회의원도 수틀리면 꼬투리를 잡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심지어 '형님' 이상득 의원에게 싫은 소리 했다 하여, 여당 중진의원의 뒤를 캐고 다니기도 했다. 대통령과 최시중 씨가 그러했듯이, 그들은 앞을 보면서는 지극히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었지만, 뒤돌아서서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잔인하게 비수를 꽂아대는 양면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처음 출범하면서부터 영포라인 중심으로 판을 짰다. 영일과 포항 출신을 고르느라고 퇴직 경찰까지 특채를 했다. 대통령에게 '일심으로 충성하는 비선 조직'이었다. 정리하자면, 불법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집합체로 시작했다. 조직과 두목과 조건 없는 충성이 있었다. 당초부터 목적 수행 과정에 정당성은 필요 없었다. 조폭으로서 갖출 것은 거의 다 갖춘 셈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것만 달랐다.

▲ 왼쪽부터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득 의원. ⓒ뉴시스
형님과 최시중 씨와 박영준 씨 등이 병풍 노릇을 해 주었다. 그들도 사실상 일원이었다. 사업 수행과정에 '능률'이 나도록 수족처럼 움직여주는 협조 조직까지 있었다. 국회에서 170여명의 의원들이 입법과 예산 쪽 심부름을 맡아주었다. 여론의 흐름을 관리해 주는 언론이 있었다. 조중동이 몸을 던져 도왔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설정치를 위해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길을 내며 칼을 휘둘러 주었다. 그러다가 전임 대통령을 죽게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시스템 상의 분야와, 숨겨져 있는 조폭쪽 영역을 넘나들면서 그들은 못해내는 일이 없었다.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이 4대강 사업을 독점하듯이 특혜 경제가 온통 나라를 오염 시켰고, 재앙으로 가는 그곳 4대강에 퍼붓느라고 돈이 모자라 쩔쩔매면서도, 형님이 포항에 '필요한' 수천억 원씩의 예산은 의원들이 꼬박 꼬박 챙겨주었다. 방학 때 점심을 굶는 25만 명 어린것들의 급식비용을 예산심의 때 모지락스럽게 쳐내면서도 그랬다.

형님의 농장과 MB사돈댁 골프장이 있다는 이유로, 교통량도 별로 없는 남이천에는 IC가 건설되고 있다. 그쪽에 돈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조폭들이 칼부림을 하면서까지 유흥업소의 이권을 다투듯이, 이쪽 조폭들도 돈이 되는 사업에는 청탁을 가리지 않고 맹렬히 혀를 들이밀었다. 굵직한 인사에는 으레 형님의 추천이나 동의가 필요했고, 그 심부름은 박영준 씨가 맡았다. 그렇게 임명된 사람은 형님의 '투자 권유'나 '인허가 청탁'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포철 회장이 그렇게 임명됐고, 그 뒤 포철 쪽에서는 형님의 뜻에 따라 부산 저축은행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손실처리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뇌물을 받고 산업단지 승인이 나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며, 복합물류단지 개발 허가에 관여한 뒤 대형 파이프라인을 깔아놓고, 마음껏 돈을 빨아들이기도 했다. 복합물류단지 파이(π) 시티는 조폭들이 멋대로 뜯어먹는 파이(pie)였다. 그래서였는지 처음부터 조폭들이 들끓었다. 법정관리인이 출근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흉기로 7군데나 찔리기도했다. 그쪽 조폭 못지않게 이쪽 조폭도 설쳐댔다.

당초 허가단계에서부터 실무자들은 반대 했으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기업이 돈을 벌면 배가 아프냐"며 인허가를 독촉했다고 했다. 복합물류단지를 건설 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시설 변경 결정이 이명박 당시 시장의 퇴임을 17일 앞두고 이뤄졌다. '수상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관련 뇌물 사건을 최시중 씨와 박영준 씨만의 '개인비리'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해버렸다.

뭉치 돈을 수사하면서 형님을 서면으로 조사하더니, 내곡동 땅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MB의 아들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강행했다. 2009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을 10일 동안 6번이나 대면조사 했었다. 그러나 이쪽은 MB의 아들이 부담했어야 할 거액의 땅 값을 대통령 실에서 대신 내준 혐의가 있었는데도 단 한 번의 서면조사가 전부였다.

언론 자유가 보장 돼서는 안 되는 조폭들의 '나와바리'에서는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외쳐서는 안 된다. MBC의 노조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판사는 업무방해라는 '나무'대신 언론자유라는 '숲'을 보고 영장을 기각했을 것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공정언론을 틀어막는 그 MBC의 사장이 이번에는 그간 특별히 '아끼던' 한 무용수와 함께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별난' 이야기까지 들린다. 다 까닭이 있을 것이다. 사회의 공기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언론과, 그걸 결사저지하려는 조폭정권과의 대판 전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언론파업 대란의 본질이라고들 말한다.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 총괄 과장은 작년3월 "MB도 불살라버리겠다"고 폭탄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럴만한 이유가 없을리 없다. 여당의 국회의원이었던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아니다"고 조폭 정권의 '협조자'였음을 부인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한나라당 아닌 새누리당 소속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조폭정권의 백성으로 살아온 지난 몇 년에 대한 억울함이 없을 수 없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으나 그동안 벌어졌던 여러사건들이 '거짓 아님'을 웅변해주고 있다.

MB는 지난 3월14일 경기도 용인 경찰대학에서 열린 졸업 및 경위 임용식에서 매우 인상적인 축사를 한다. "우리 사회 일부에는 아직 개인이나 집단 이익을 위해 법을 무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법을 어기면 반드시 처벌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조폭정권이었음을 부인 못할 문건이 나온지 열흘이 되어간다.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가. MB는 입을 열어야 한다. 말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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