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회 차원의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나 지지 결의안 채택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바른미래당의 유보적 입장 표명 등이 이유였다.
이날 청와대와 5당 원내지도부의 합의문에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항구적 평화정착 및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수준의 원칙적 내용만 담겼다.
문 대통령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다음달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 국회에서도 함께 방북해서 남북 국회회담의 단초도 마련했으면 하는 욕심"이라며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평양회담 이전에 해주신다면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국회로 돌아와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처리를 상당히 희망했고, 여러 차례 말씀했고 마지막 마무리 발언에서도 당부했지만 저는 그 부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신이 "한국당은 한반도의 실질적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고, 그 내용에 대해 국제사회와 교감이 이뤄졌을 때 정부가 남북 간 경제·문화 교류를 다방면으로 한다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협력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도 찬성한 '평양 정상회담시 국회 차원의 동행' 부분에 대해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지만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 깊은 논의를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대해 다소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4월 30일 '판문점 선언 지지 및 국회 비준동의 촉구 결의안'에 서명한 바 있다"(김관영 원내대표 취임일은 6월 25일)며 "제 개인적으로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후 지금 비핵화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미 대화도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 비준에 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한국당이 비준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한국당의 참여를 위해 우리가 인내를 갖고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가시화되면 비준 처리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며 "(그러면) 한국당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고, 또 저도 원내대표 취임 이후 당내 의원들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보고 취합하지 않았기에 오는 21일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고 당의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단 바른미래당은 평양 정상회담 계기 국회 차원의 방북에 대해서는 "이미 판문점 선언에 국회·정당 간 교류 활성화가 들어가 있다"며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국회 차원의 정상회담 동행은 물론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한국당 등의 반대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 추진은 국회 차원의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차원의 남북회담에 찬성해 달라"고 다른 당 원내지도부에 제안까지 했다.
바른미래조차 '일단 임시국회 해보자'는데…한국당 홀로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 주장
판문점 선언 비준이나 정상회담 수행단 문제뿐 아니라 한국당은 이른바 '북한산 석탄'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공세를 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석상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진짜 국익"이라며 "여당이 야당의 진상 규명 요구에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사실상 묻고 가자는 식인데 이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외교부 차관까지 국회 원내대표들을 방문하지 않았느냐. 대체로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대표들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한국당도 양해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나 "외교부의 해명은 진실되지 못하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의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이 부분과 관련해 꽤 자세하게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한국당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브리핑했다.
한국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범(汎)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조차 '일단 8월 임시국회 대정부 현안질의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도록 해 보고, 안 되면 국정조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결이 다른 태도를 취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8월 국회에서 상임위 대정부질의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그러지 못하면 바른미래당도 입장을 밝히겠다"며 우선 "상임위에서 철저하게 진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전면적(한국당) 또는 조건부(바른미래당)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이 많이 들어왔다"며 "국민의 많은 오해가 있고,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국민들이) 예민해져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그런 입장을 수용하고 이해할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고 계속 맞섰다.
한국당은 그밖에도 문재인 정부의 탈핵 방침에 대해 비판하는 등 거듭 날을 세웠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첫 의제로 '탈원전 정책의 속도·방향 조절'을 다뤄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김 원내대표는 요구하고, 나는 경청했다는 것으로 정리하자"고 받았다. 결국 탈핵 관련 내용은 합의문에서 빠졌다.
"대통령이 탈원전(탈핵)정책을 철회하는 길만이 원전(핵발전) 산업을 미래 성장산업,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사업으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을수 있을 것"이라는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어차피 정부도 탈핵을 당장 하겠다는 게 아니다. 수십 년이 걸린다'며 설득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관련 대화 내용을 전하며 문 대통령이 "70~80년이 돼야 탈원전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했고,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문 대통령이 "(한국당이) '스텝 바이 스텝'을 말하는데 탈원전은 7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니 이보다 더 '스텝 바이 스텝'일 수 있느냐"는 내용으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2060년 탈핵'이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원전 문제는 이미 상당히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말씀은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정도로 말했다"고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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