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안에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합의대로 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개월 동안 세 차례나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서 이와 같은 불길한 예감을 유추할 수 있다.
그는 고위급회담에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 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제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세 가지 문제가 거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 선언에 담긴 연내 종전선언의 지체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막혀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남북관계, 그리고 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아마도 북측이 이번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배경에는 이들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측은 이들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못 박지 못한 이유도 이러한 불일치에서 비롯되었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은 강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하기 시기상조이고 빠르다"며 조속한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국무부는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북측은 남측이 미국을 움직여주길 희망하고, 미국은 자국 주도의 한미공조의 틀에 한국을 가둬두려고 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9월 이내에 교착 상태가 조금이라도 해소되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마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미국을 움직이진 않고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물론이고 남북관계마저도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때마침 9월 18일부터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다. 한미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공동의 전략과 로드맵을 담은 공동의 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 신고와 같은 초기 조치마저도 겉도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조속히 '한미 공동의 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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