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은폐 의혹의 '키맨'인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과장이 검찰에 "증거 인멸의 윗선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증거 인멸이 이뤄졌던 2010년 6월~7월,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이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최근 조사에서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첫 언론 보도가 나온 2010년 6월 민정수석실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불러 증거 인멸을 지시했고, 이 전 비서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이는 진 전 과장이 지난해 2월 불법 사찰 관련 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과 비슷하다. 진 전 과장은 "민정수석실 K, C 비서관이 이 전 비서관에게 증거 인멸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내용을 탄원서에 적어놓고도 입을 다물어왔다. 진 전 과장은 탄원서를 제출한 후 1심 판결에서 징역형을 받자 "청와대 다 불살라버리겠다", "청와대 수석들을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은 불법 사찰 증거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를 무단 반출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다. 또 불법사찰 사건 은폐 의혹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을 만나 "민정수석실에서 (장 전 주무관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회유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장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2000만 원을 건넸었다.
민정수석실 연루 정황은 도처에 등장하고 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중앙징계위에서 "최종석 행정관이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지 3개월 만에 민정수석실 소속인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은 '관봉' 5000만 원을 보냈다. 관봉이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달돼 "민정수석실에서 관봉을 전달 받자마자 사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이 진 전 과장의 입을 통해 당시 민정수석실 개입 정황을 포착함으로써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 의혹 관련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민정수석이 현재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 때문에 "제대로 수사가 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권 장관 관련 의혹과 함께 '정권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개입 정황도 드러난 상황이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7월 7일 대포폰을 사용해 최종석 전 행정관과 통화했다. 이날은 장진수 전 주무관이 최 전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공직윤리지원관실 하드디스크를 파괴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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