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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하고 수상하기 그지없는 MB의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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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하고 수상하기 그지없는 MB의 행태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59>BBK 때문인가, 미국 소 판촉인가

4월27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냉장창고 세관에서, 보관중인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현장 점검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위생복 차림의 장관이 쇠고기 두 덩어리를 손에 들고 냄새를 맡으면서, 뚫어져라 응시하는 사진이었다. 광우병은 조직검사로만 확인될 수 있다는데, 그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꽁꽁 언 쇠고기 덩어리에서 맡아낸 냄새와 정상시력으로 찾아낸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장관의 진지한 표정은 감명적이기까지 했다. 아마도 MB정부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나 국민의 65.5%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9.1%만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조선일보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그렇게 나왔다고 5월7일 보도했다.

다른 병도 아닌 광우병이라는데,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던 사태였다. 4월25일(미국시간 24일) 미국정부가 광우병 발생사실을 발표했을 때, 농림수산식품부가 보인 첫 반응도 그래서 '검역중단'이었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검역중단 조치를 설명하면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검역이 중단'된다"며 "오늘 중으로 (한 단계 높은) '수입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날 롯데마트는 즉각 미국산 쇠고기 판매중단에 들어갔고,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판매중단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장 판매량도 급감했다. 그러나 유사시 예상되었던 '상식'은 이날 오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검역중단'에는 '유보'조치가 따라 붙었고, 정부주도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대대적인 홍보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청와대 쪽으로부터 '불벼락'이 떨어졌기 때문에 방향이 그 쪽으로 돌아간 것을 농림수산식품부 직원들은 다 안다.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8일 정부는 주요 일간신문 1면에 낸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이미 수입된 쇠고기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광우병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광고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 광고 이후 발표된) 총리담화(<'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중단 할 수 있다>로 내용이 바뀌었다)에 정확한 내용이 나와 있는데도, 약속을 어겼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뉴시스

이건 말장난이다. 이 나라에서는 백성 노릇하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 이건 야바위다. 정부 광고 전 날인 5월7일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회 쇠고기 청문회에서 "통상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수입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광고 이튿날인 5월9일에도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지금 정부 쪽 설명은 미국산 쇠고기가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통상마찰의 위험까지 있기 때문에 수입중단은 물론 검역중단 조차도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제된 소의 비정형광우병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비정형광우병의 전염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우리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므로 127개월 된 늙은 소가 걸린 광우병에 감염될 염려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소와 함께 사육되던 젊은 소들을 포함해서 모두 어디에 있는지 추적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영국의 수의연구청 통계에 보면 20~30개월 된 소들도 광우병에 걸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번에 발병한 소는 젖소로, 우리는 젖소를 직접 수입하지 않으므로 안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다. 젖소의 사체가 돼지와 닭의 사료로 쓰이고, 닭의 부산물이 소와 돼지의 사료가 되는, 사료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게 미국이라는 증언도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도축장에서는 1000마리에 한 마리씩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언론들조차도 "축산업자들의 로비로 미국의 광우병 검사체계가 너무 취약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 나라 광우병 민간조사단은 그런 미국에 가서, 광우병 발생농장 구경도 못한 채 그쪽 관리를 말만 듣고 돌아왔다. 부실조사가 안타까웠던지, 도중에 정부는 조사단이 제3의 장소에서 농장주인을 만나 면담했다고 거짓말까지 해 주었다.

그러나 조사단은 미국 농림부공무원을 가운데 두고, 농장주인과 서면문답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버렸다.(서면조사가 바야흐로 유행이다. '형님' 이상득 의원의 뭉치 돈을 조사하면서도 검찰이 서면으로 묻고 서면으로 답변을 들었다.) 광우병 미국조사단의 귀국을 기다렸다가, 11일 오전에 열린 중앙가축방역협의회 광우병분과위원회도 몹시 부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 마침 국제프리온(Prion : 광우병유발인자)학회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중이라, 광우병 관련 핵심전문가들이 다 그 학회에 참석 중이기 때문이었다. 암스테르담학회에 참석중인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위원들이 모여 정부 괴담차원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우려 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우려한대로 부실한 현지조사 결과를 놓고 부실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의 광우병 대응관련 관계장관회의에 나가, "민관합동조사단 등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검토결과, 미국의 광우병은 우리 국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못질을 했다. 검역중단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라와 나라사이의 교역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봉 노릇하는 경우도 있고, 나무대신 숲을 살펴야하는 거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사는 일과 파는 일의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쇠고기가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게 아니라면, 사는 쪽에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우리가 쇠고기를 수입하는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검역과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도 미국 쇠고기를 들여오면서는 그 쪽에 광우병이 발생해도, 그래서 꺼림칙해도 감춰주며 사줘야 하는, 격에 맞지 않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이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쪽에서 자진해 얹어주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느낌도 있다. 심지어 미국산 쇠고기 수출촉진지원본부나 미국산 쇠고기 소비촉진전략본부 같은 기구가 청와대나 정부 안에 있는 게 아니냐는 입바른 소리들까지 나온다.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 소비저해사범 특별교정에 나선 건 아니냐고 맞장구치는 사람도 있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지금의 미국산 쇠고기를 놓고는 미국에서 정면으로 무역마찰을 거론하기 거북스러울 정도로 광우병 위생체계상의 문제점들이 표출되는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계속 '소리'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 국민 3명 중 2명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말'을 했다. "국민의 위생과 안전보다 무역마찰을 피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옳은 이야기다. 그런데도 MB정부는 "안전하다" 우기며 '무역마찰 우려' 핑계를 대고 있다. 무언가 까닭이 있어 보인다. 해괴하고 수상하다고 느끼는 건 필자만이 아니다.

아니리라고 믿지만,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MB의 개인적인 '어떤 사정'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숨 막히는 이야기다. 작년 10월 미국 국빈 방문 때도 MB는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2012년) 미국으로부터 무려 14조 원 어치나 되는 무기를 도입하는, '지극히 이례적인' 초(超)대형 선물보따리를 들고 갔었다. 정권 말기에 그 같은 대규모 무기 구매계약을 추진하는 건 누가 봐도 적절치 않고, '한반도 전장'에는 성능이 과도한 무기도 포함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BBK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MB는 줄곧 BBK와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해 왔으나, 근래 그 쪽 법원에 계류 중인 BBK관련 송사가 퇴임 후의 MB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줘서는 안 될 필요가 있다는 게 'BBK설(說)'을 말 하는 사람들의 추정근거다.

사실은 이게 다 재임 중 MB와 그의 사조직들이 보여 온 '특이한' 행태 때문에 나오는 소리들이다.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국민들의 권리와 나라의 검역 주권까지를 사적인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기를 간절히 기원해 마지않는다. 물론 진상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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