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는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야당이 협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심' 잡기가 관건인 선거인 탓에, 청와대가 주도하는 은산 분리 완화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전혀 없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세 후보는 개헌을 연계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거제도와 개헌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두 개가 연계 돼 있다"며 "비례대표 수가 많아야 큰 개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지역구 의원은 대폭 줄여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침착하게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수 확대가 쉽지 않으니 선거제도 개편 역시 현실적인 주장이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진표 의원도 지난 6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출연해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권력구조 개편과 밀접한 연결을 갖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개헌 논의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총선 때까지 개헌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각 당과 충분히 협의해 가면서 결정해야 할 그런 사항"이라고 밝혔다. 연내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야당과 달리, 2020년 총선 뒤로 시점을 한참 물려놓은 것이다.
송영길 의원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야당이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하되 그 전제로써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 개정하자"며 "공직자 비리수사처 같은 개혁 입법 통과시키자. 이런 것들을 합의를 해가면서 선거구제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역시 야당의 입법 공조가 선행돼야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미온적 반응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정책에는 세 후보 모두 청와대 방침에 호응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해찬 의원은 "은산분리를 완화해서 규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가는 게 정부 방침이고 여야 합의가 됐다"며 "처음 금산분리(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원칙)를 나왔을 때와 지금은 환경이나 시장 메커니즘이 많이 바뀌었다"고 동의했다.
보수적 경제관료 출신인 김진표 의원은 전날 문화방송(MBC)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산분리 완화 정책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말과 같은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는 뜻"이라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적극 호응했다.
송영길 의원도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 4% 상한선을 탄력적으로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은산분리를 완화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통제해 사금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은 규모가 작고, 그러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책 방향에서 크게 구별되는 쟁점이 없는 탓에 민주당 전당대회는 후보들 사이의 친문 경쟁이나 '말꼬리 잡기'식 논박이 오가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탈당 문제가 꼽힌다. 지난달 29일 김진표 의원의 "이 지사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이 문제는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쟁점화 됐다. 일각에서 김 의원의 이같은 문제제기는 '계파 정치'를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문제에 대해 송 의원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탈당 요구하는 건 당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해찬 의원이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으로 호칭한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 실장' 발언이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문 실장' 발언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하던 얘기를 하며) 옛 직함을 얘기한 것이지 지금의 문 대통령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며 "지금 대통령에게 '문 실장'이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적극 해명하기까지 했다.
이밖에 송영길 의원은 '올드보이'에 속하는 김진표, 이해찬 의원을 겨냥해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10여년 동안 여권의 주류를 차지하면서도 이렇다 할 정치적 역량을 보이지 못했던 '86 그룹'이 할 말은 아니라는 반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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