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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로 몰린 당권파, 사퇴 거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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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로 몰린 당권파, 사퇴 거부 움직임

유시민 "분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당권파'가 코너로 몰렸다.

마라톤 운영위원회에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표결을 거부하며 버티다 회의장을 떠나고, 당권파 인사들이 5일 다시 속개될 예정이던 운영위원회를 막기 위해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의 국회 출입조차 몸으로 저지하는 등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비당권파'는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후다. 5일 밤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된 '비례대표 선거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은 말 그대로 '권고안'이기 때문이다. 당권파의 선택에 따라 통합진보당의 운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석기, 김재연 '권고안' 받아들여 사퇴할까?

전날 인터넷 다음 까페까지 만들면서 진행된 온라인 운영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뿐 아니라 비례대표 경쟁명부 후보 전원이 사퇴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쇄신안'을 내놓았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사퇴 거부 의사를 피력한 이정희 공동대표를 포함한 네 명의 대표단도 12일 총사퇴하게 된다.

이 권고안이 당권파에 의해 수용될 경우 통합진보당의 의석수는 1석이 줄어 12석이 된다. 비록 경쟁명부 후보는 아니었지만 유시민 공동대표가 의석 승계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당선자의 면면도 바뀌게 된다.

문제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비롯한 당권파의 선택이다. 당권파가 4일부터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각종 방법을 총동원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틴 것은 이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운영위원회 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뉴시스
당권파는 운영위에서 이 안건이 통과된 이후인 6일 오전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당선자의 거취 문제를 비롯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수용할지 여부 등을 놓고 논의 중인 것이다.

그러나 전날까지 계속된 당권파의 움직임을 볼 때, 당권파가 선뜻 쇄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정희 공동대표 뿐 아니라 모든 당권파 인사들은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심지어 '천안함 보고서'에 비교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거듭해 왔다. 한 비당권파 관계자는 "당권파 한 인사는 '검찰에 가도 선거 부정이라는 결론은 안 나온다'고 버티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도 두 당선자의 거취를 당이 강제해 사퇴시킬 방법은 없다. 본인들이 끝까지 버티겠다고 나올 경우, 이 권고안은 무용지물인 것이다. 한 당직자는 "현재로서는 당권파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유시민 "당권파, 당의 결정 따르길 바라는 청을 드리는 것"

때문에 유시민 공동대표는 6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당을 위한 당권파의 '희생'을 촉구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사퇴 결정은 운영위가 상황을 판단하고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라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당원이기 때문에 당의 결정에 따르길 바라는 청을 드리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특히 당권파의 '행태'와 관련해 "그분들이 주로 당을 책임지고 이끌었던 분들이기 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게 된다"며 "무척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 깊게 대화했어야 하는데 (우리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당권파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유 대표는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12일 중앙위원회 전에 다시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중앙위에서 새로운 당헌 당규나 비대위가 확정되면 신속하게 구성하고 늦어도 6월 중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라 말했다.

"분당은 없다" 는 비당권파 의지의 표현?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분당의 가능성은 부정했다. 유 대표는 "당원들에게 분당은 깊은 트라우마"라며 "분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한계가 문제점이 있었지만 국민들로부터 10석이 넘는 국회의원 지지를 받은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당하겠다는 것은 민의에 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로서는 쇄신안을 밀어붙인 비당권파에서도 '분당'의 가능성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 가능성이라기 보다는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 당권파가 끝내 쇄신안을 부정하고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도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결국 분당으로 치닫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비당권파 관계자는 "현재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쉽게 정리될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당을 정상화시키는 길로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으로는 당권파가 '분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과연 할 수 있을지 여부도 단언하기 어렵다. 통합진보당에 우호적인 인사들도 지난 4-5일 벌어진 운영위원회 사태를 보며 공개적으로 당권파를 비판하며 '쓴소리'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은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현장에 가보면 활동가들 어깨가 바닥까지 쳐져 있다. 조합원들이 후원금 돌려달라, 탈당한다 난리란다. 가족들한테도 쪽 팔린다 한단다. 회사 관리자들까지 비웃는단다. 도대체 언놈 말이 맞는건지 입달렸으면 말이나 해보라 한단다.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고 질타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표가 아까운 건 처음이다. 평생 처음 조카들에게까지 권했는데…"라며 "수준이 한심하다. 진중권 말대로 그가 몸담고 있을 때부터라면 이건 한 번의 실수가 아니며 관악경선까지 의심스러워진다"고 비판했다. 공 씨는 특히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당권파 인사들이 조준호 대표 등에게 쏟아낸 각종 '막말'을 거론하며 "모두가 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저 정도인데 안 보는 곳에서는 어떨까? 대체 지성이 무엇이고 자기 성찰은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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