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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박근혜는 사라지고 '침묵'하는 박근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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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박근혜는 사라지고 '침묵'하는 박근혜가 나타났다

[시민정치시평] 박근혜, '대통령 박정희'를 꿈꾸나?

대선 전초전과 같았던 4.11 총선이 지나갔다. 물론 총선결과에 대해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도 있었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진보적인 정당들의 득표율이 보수적인 정당들의 득표율 앞선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홍준표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사실상의 승리"이고, 야권이 단일후보만 낸다면 12월 대선에서 승리도 가능하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러나 4.11 총선의 최대 승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현재로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물론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두 번의 이회창 대세론이 실제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박근혜 대세론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고난의 역사를 생각하면 "대통령 박근혜"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박정희의 독재전력을 이유로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자, 독재에 부역했던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역사의 후퇴이고,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믿고 있다.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부친의 전력으로, 대통령의 자격을 논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해 보인다. 또한 이번 총선에 드러난 민심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독재자의 딸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박정희 독재기간 동안 "영애"로서 박근혜 위원장의 행적은 대통령 선거 전에 국민으로부터 반드시 평가 받아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국민의 마음속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마음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박정희 독재시설을 보냈던 장년세대들은 젊은 나이에 부모를 잃고 비통해하는 박근혜를 불쌍하고 가엽게 여기기고 있는 듯하다. 마치 부모 잃은 조카딸을 미워할 수 없는 마음이라고 할까? 여기에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대권후보임에도 새누리당 정부로부터 핍박받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게다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새누리당 정부와 달리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지고, 새누리당 정부의 측근비리가 불거질수록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사는 박근혜가 무슨 비리를 저지르겠냐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부산일보 기자를 비례대표로 공천한 것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근혜 위원장은 부모 잃은 불쌍한 조카딸이 현 정권에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깨끗한 정치인으로 이미지화되고 있다. 더욱이 부모님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니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덧씌워진 이미지를 걷어낸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민낯에서 우리는 대통령 박정희를 마주하는 당혹스러움에 직면한다. 소신과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민주주의의 퇴행에 대해, 탄압받는 노동자에 대해, 유린당하는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새누리당의 박근혜만이 보인다. YTN, KBS, MBC, 국민일보 등 유력언론들의 노조가 언론의 자유와 공정성을 유린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새누리당 정권에 맞서 끝이 보이지 않는 파업을 시작했지만 새누리당의 박근혜 위원장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민주주의 탄압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던 것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진심이었다면 어떻게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수 있나? 새누리당 정권의 언론장악이 자신의 대선가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아니면 박정희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언론탄압의 이유처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현재의 언론파업도 일부 과격한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에 대한 스물두 번째 사회적 살인이 자행되었는데도, 해고노동자의 가족들의 삶에 대한 절규가 온 땅을 뒤덮고 있는데도 박근혜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하에서 자행되었던 수많은 노동탄압과 비교하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문제가 너무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새누리당 정권에서 자행된 인권유린의 대표적 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전 정권의 사찰을 운운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화만을 주장하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도대체 인권의식이 있기는 하나? 워터게이트 사건을 전례로 든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전례를 든다면, 마땅히 새누리당 정권의 인권과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책임을 묻는 것이 도리일터인데도 말이다.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과거의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 친일군관에서 공산주의자로, 다시 반공주의자와 독재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박정희식 실용주의를 재현하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민주주의의 탄압과 인권유린, 노동자의 삶에 대해 자연인 박근혜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과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꿈꾼다면, 그는 새누리당 정권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민주주의 탄압, 언론장악 시도, 인권유린, 생존권탄압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인권을 유리한, 생존권을 탄압한, 민주주의를 핍박한 대통령 박정희의 데자뷰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의 시대를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과 생존권이 유린당하는 현실에 계속 침묵한다면 우리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모습에서 대통령 박정희라는 역사의 두려운 데자뷰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박정희"의 재림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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