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주역 중 한 명인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562일간의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다.
석방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의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늦은 밤 귀갓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 전 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한숨만 내쉴 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 전 실장은 6일 새벽 구속 기간 만료로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와 귀가했다.
이날 0시 5분께 양복 차림으로 서류봉투를 손에 든 김 전 실장은 꼿꼿한 걸음걸이로 동부구치소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김 전 실장에게 소감을 묻기도 전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그의 앞길을 막아서고 삿대질을 하며 "김기춘 개XX야!", "무릎꿇고 사죄해라" 등의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김 전 실장은 욕설을 쏟아내는 시위대, 취재진의 카메라 등과 거의 몸싸움을 하다시피 하며 가족들이 준비한 차에 올라탔으나 이번에는 시위대가 차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이날 동부구치소 앞에는 김 전 실장의 석방 1시간 전부터 약 200명의 시위대가 석방을 반대하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을 두고 양승태 사법부와 '거래'한 의혹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삽시간에 김 전 실장이 탄 차를 둘러싼 시위대는 물병을 던지고 차를 두드리며 귀갓길을 막아섰다.
구치소를 나서며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김 전 실장은 시위대의 거친 반응에 차 뒷좌석에 앉아 눈을 내리깐 채 얕은 한숨만을 쉬며 정자세를 유지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일일이 떼어내고 통행로를 확보해 김 전 실장이 떠나기까지는 40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김 전 실장을 태운 차는 앞유리가 깨지고 곳곳이 찌그러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왕(王)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세를 떨친 김 전 실장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월 21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로 유죄로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5일 자정을 기해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움에 따라 석방됐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구속취소 결정을 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의 세월호 보고조작 사건과 보수단체 불법 지원 사건 재판을 각각 맡은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공소유지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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