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언론파업 대란, 박근혜는 왜 입 다무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언론파업 대란, 박근혜는 왜 입 다무나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58>'공정보도' 회복이 해결의 열쇠

국민일보 경제부의 입사 11년차인 황세원 기자는 요즘 '미시' 소장수다. 명품 소의 고장인 강원도 횡성의 한 도축장과 손을 잡고, 1등급 황소를 마리 단위로 공동 구매해서, 주문받은 만큼씩 고기를 나눠 소비자들에게 넘기는 장사다. 이익금은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지원금으로 간다.

작년 12월23일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회사 측은 바로 100여 명 노조조합원의 월급을 끊었다. 파업기금은 금방 바닥이 났다. 노조원들의 생계대책이 막막해졌다. 언젠가, 소를 공동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면 돈이 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 하나로, 두 아이(8세·6세)의 엄마인 황 기자는 국민일보 노조의 수익사업 팀장이 되어 팔을 걷어부쳤다.

지난 3월말 물어물어 도축장을 처음 찾아 들어갈 때, 횡성의 산야는 황량했다. 계절로는 이른 봄인데도 돋아나는 풀잎하나 없어 보였다. 4월19일이던가, 네 번째로 도축장에 갈 때는 횡성 입구에서부터 하얀 벚꽃 잎들이 하염없이 지고 있었다. 처연했다. 황량하고 처연했으나 편집권 독립과 신문의 사유화 종식 요구는 양보할 수 없는 명제였다. 또순이 기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국민일보 노동조합 수익사업팀 카페(http://cafe.daum.net/kmstrike)에는 황소고기의 부위별 가격이 큼지막하게 적혔다. 파업 중인 기자들이 정해서 올려놓은 눈물겨운 메시지다. 모듬구이용(800g)에 국거리(800g)와 불고기용(600g)을 합한 정육세트(2.2kg)가 10만9000원, 꼬리(4.5kg)는 8만5000원이고, 우족(2.5kg) 5만5000원에 사골(2.5kg) 4만5000원, 도가니(1kg) 2만5000원이다. 시중가격의 60~70% 수준이라 했다.

▲ 국민일보 노조 수익팀 카페 ⓒ프레시안
믿을 수 있는 한우에 값까지 싸, 소문이 나면서 장사는 제법 '되는 편'이었다. 노조원들의 친인척이 돕고, 금융기관 등의 노조게시판에 까지 내용을 올렸더니 주문이 늘어갔다. 지금까지 황소 13마리를 팔았다. 황 기자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울 만큼 보람을 느끼지만, 이 정도로 파업 노조원들의 생계를 돕기에는 역부족이다.

떡 배달을 하며 생계에 보태는 기자도 있고, 새벽 동대문 시장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원도 있다. 노조 차원에서는 여름철을 앞두고 반팔 티셔츠 판매를 기획중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노조파업은 오늘 130일째를 맞는다.

방송파업도 사상 초유의 기록을 계속 경신해 가고 있다. 1월30일 파업을 시작한 MBC가 90일을 넘겼다. 그간 그 회사 최장기 파업으로 알려졌던 1992년의 52일 기록을 오래전에 갈아 치웠다. KBS 새노조와 YTN노조 파업도 2달을 채워가고 있다. 3방송 모두 노조원들의 요구는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이지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겨, '퇴진'은 그야말로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끝나고 나자 사장들은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럴 것이다.

MBC사장은 2014년까지가 임기고, YTN사장은 2015년이다. KBS사장은 금년 11월까지지만 세 사람 다 미리 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따라서 공정보도도 당분간 기대할 수 없게 되어있다. 총선 과정에서 보았듯이 이들 방송사 사장들의 생각은 확신에 차 있는 것 같다. 노조 측 요구를 억압하는 정도도 더 심해진다고 했다. 태연히 기자들 해고도 하고 중징계를 밥 먹듯 한다. 계약직들 채용해, 파업으로 빈 자리 메우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파업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 간부들 집 가압류까지 했다. 연합뉴스도 파업 중이다. 역시 공정보도 요구다. 바야흐로 이 나라 언론계가 파업대란으로 몸살을 앓는 엄중한 사태에 빠져들었다. 신문·방송·통신의 파업사실은, 이른바 조중동은 물론 방송 스스로도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상태라는 심각성이 있다.

기자들이 파업 중인 국민일보나 방송들은 간부들이 가까스로 지면과 뉴스시간을 메워가고 있으나, 기사가 모자라 쩔쩔 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때 매일 1300~1500건씩의 기사를 공급하던 연합뉴스가 파업 이후에는 30% 수준인 400~500건 정도의 기사만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사회분야와 지방뉴스의 공급이 거의 멈춘 상태라고 했다. 연합뉴스도 취재인력이 없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별난' 사태다.

이 엄청난 사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공정보도의 실종, 그게 문제를 일으켰다. 파업은 하고 있지 않지만 조중동도 바로 공정보도 실종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MB정권이 음습한 풍토를 만들고 그런 풍토에서, 독버섯이 자라난 결과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잣대를 놓고 다들 가슴에 손을 얹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사 한 복판에 버티고 서서 사정없이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밤의 대통령'같은 배타적 이익을 거머쥐기 위해 기자들을 가신처럼 부리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들의 부도덕한 욕구를 적당히 채워 주면서 사조직의 이익을 위한 사설정치를 해온 추악한 정권이 문제다. 그들 모두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를 원천 봉쇄해왔다. 언론의 오염을 조장해온 정권은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토록 철저하게 언론을 망가뜨려놓고, 최시중 씨는 언론장악 관계 죄명 아닌 다른 죄명으로 법정에 서는 모양이다. 지금 판국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MB가 수습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방송사 내부문제"라는 소리 한번 던져놓고 그는 언론 파업 대란에 대해 말이 없다. 성골 측근들이 검찰로 검찰로 줄지어 걸어 들어가는 상황이다. 지은 '죄'가 많아 식물대통령 길로 접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총선 후, 대통령 보다 더 힘센 사람이 된 듯한 박근혜 위원장은, 연합뉴스가 파업하는 것을 몰랐다가 기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기야 박 위원장은 언론이 정상화되어 정상적인 목소리를 내면, 대선과정이 힘들어 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총선에서 언론의 편파보도와 여론조작 덕을 가장 많이 본 게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이라는 분석이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 언론파업 대란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위원장 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은 그녀가 나서야 한다. 어떤 한 쪽의 유불리를 떠나서, 언론은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서는 게 맞다. 지금 파업 중인 신문·방송·통신만이라도 우선 정상화 돼야 한다. 사장 몇 사람 때문에 나라꼴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정상화된 언론 풍토에서 당당하게 대선을 치르는 것은 박근혜 위원장 자신에게도 떳떳한 일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의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