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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항상 재테크에 실패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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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항상 재테크에 실패하는 이유는?"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재무 계획' 상담사 이해웅 씨

'재테크'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일반화된 용어가 되었다. 한때 2400만 개가 넘는 펀드가 생겨났고, '부동산 불패 신화'는 최근까지 그 위용을 떨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노트북을 펴고 주식 매매에 열중하는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다. 인터넷 포털, 일간지 경제란에 재테크 관련 정보는 빠지지 않는다. 서점에는 재테크 성공 신화를 이룬 이들이 펴낸 서적이 넘쳐난다.

하지만 막상 '나'에게 그런 성공은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금융 위기가 닥쳐 주식이 폭락했을 때 '개미 투자자'들이 모인 한 카페의 회원은 게시판에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경제 위기는 재테크 신화에 가려진 위험의 단면을 보여줬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구호 아래 오늘도 그들은 '신화'를 꿈꾼다.

재테크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욕망을 줄이면 된다. 도덕이나 윤리의 차원이 아닌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통해서다. 재테크만큼이나 보편화된 용어인 '재무 계획'을 키워드로 연재하는 이해웅 에프앤스타즈 차장이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차장은 재테크가 원하는 수익을 좇아 그만큼의 위험을 감당하는 것이라면, 재무 계획은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수익은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와 함께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재무 계획과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테크가 주말여행이라면 재무 계획은 세계여행"

▲ 이해웅 에프앤스타즈 차장. ⓒ프레시안
프레시안 : '재무 계획'보다 '재테크'가 더 일반화된 용어 같은데 키워드를 '재무 계획'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이해웅 : 재무 계획과 재테크는 다르다. 혼동하시는 이들도 많지만 그들에게 그 차이점을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면도 없지 않다.

프레시안 : 어떤 차이가 있나?

이해웅 : 쉽게 설명하면 재테크가 주말에 떠나는 짧은 여행 계획이라면 재무 계획은 세계 여행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을 예로 든다면, 어떤 이들은 1~2년 안에 결혼하고 싶어 하고 어떤 이들은 느긋하게 계획을 세워 40살 가까이 되어서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의 부류는 단기간에 한정된 자원으로 결혼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불리는 일종의 기술이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에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지난해 경제 위기로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대부분 손실을 봤다. 전 세계가 예측하지 못한 위험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 투자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위험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참고 견뎌서 이겨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뛰어들지 않았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손실을 봤을 때 가만히 이를 감수하느냐, 아니면 실패를 발판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냐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른바 '개미'들이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3~5년 정도는 개별 종목의 시황을 지켜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접 투자가 본인의 '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프레시안 : 재테크 개념이 보편화된 지도 오래됐는데 개개인들이 투자의 '달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이해웅 : 우스갯소리로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은 관련 책을 쓴 사람들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사실 투자 관련 정보는 넘쳐난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그런 정보들을 모아 본인들의 판단 기준으로 줄 세우지를 못한다는 점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이 말하길 돈이 많은 사람들은 수익률을 좇는 게 아니라 자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한다고 했다. 그들은 정보가 많아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주식·채권·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이 시장 저 시장으로 옮겨 다닌다. 일반인들은 6개월 간격을 두고 이들을 좇는 모양새다. 일반인들이 1000% 수익률을 꿈꿀 때 그들은 10~20억 원 규모의 투자금으로 3~4%의 수익률로 만족한다. 종잣돈을 따지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는 이들에게는 재무 계획도 무용지물"

프레시안 : 일반 투자자들이 그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텐데 재무 계획이 이를 보완할 수 있나?

이해웅 : 28~30세에 보통 직장을 갖는 남성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에 대한 욕구가 크다. 대기업에 취직한 신입사원 기준으로 연봉 2500~3000만 원을 받는 이가 서울 변두리에 20평 아파트를 사려해도 3억이 든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이 40%니 단순 계산해도 본인이 1억8000만 원을 마련해야 한다. 연봉 3000만 원이면 한 푼도 안 쓰고 6년을 모아야 하는 액수다.

하지만 20대들은 보통 돈을 벌면 쓰고 싶은 데로 쓰는 경우가 많다. '때가 되면 되겠지'라는 심정인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처럼 금리가 10~20%에 달해 저축만 해도 돈을 굴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래서 더욱 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나 펀드에 관심을 두게 된다.

하지만 투자나 저축의 근본 원칙은 투자 기간과 투입할 원금, 그리고 목표 금액이다. 목표에 다다를 때까지 조금 힘들게 살더라도 원금 기준으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수익률은 보너스 개념이 되어야 한다. 이게 재무적인 설계다.

프레시안 : 현실과 장래 목표의 간극을 좁히는 도구로서 재무 계획이 필요하다는 건가.

이해웅 : 그렇다. 프로세스가 없이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사실 원하는 것이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원하는 목표가 없는 이들에게는 재무 설계라는 건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사실 재테크 열풍이나 재무에 대한 관심은 언론 등 미디어에서 먼저 선도한 느낌도 없지 않다. 증권 애널리스트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이나 몇몇 이들의 성공 신화만 보고 넘치는 정보를 좇아 휘둘린다는 느낌도 있는데.

이해웅 : 차이나 펀드나 브릭스 펀드는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많이 추천하던 상품이었고 나 같은 재무 상담사들도 당시에 많이 추천했다. 그런 정보를 주는 게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보다는 재테크를 하나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애널리스트나 투자 상담사들의 예측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그런 것을 일반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가 중요하다. 내 기준으로는 그들을 믿고 투자했다가 리스크가 발생해도 누구를 탓할 순 없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앞서 말했든 재테크에 확실한 길은 없다. 반면에 정보는 넘쳐난다. 이를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우선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알아야 한다. 돈을 모으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이 개설되어 있으니 가입해서 알아볼 수 있다. 인터넷만 봐도 금리나 수익률에 관한 정보는 엄청나게 쏟아진다. 개인이 이를 다 받아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준을 정해야 한다. 어디까지 이득을 보고 손해를 감수할 것인지 본인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욕심 갖지 말고 연평균 10% 정도 올리겠다고 생각하면 거의 다 돈을 벌 수 있다.

신문에 나오는 재테크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이 세웠던 프레임에 맞는 정보만 스크랩하고 메모하라. 나머지 정보는 투자 자체가 아니라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다. 3대 일간지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데 그건 게 바로 트렌드다. 2006년 이후에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고 규제가 생기면서 주택의 추가 공급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 한 예다.

재테크를 떠나 경제학의 간단한 수요-공급의 법칙만 생각하고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고객이 단기간에 금리가 춤을 춰도 휘둘리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20대, 돈 함부로 쓰지 말아야"

프레시안 : 20대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88만 원 세대'라는 말도 유행하는 것처럼 20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출발하는 발판이 약해진 게 사실인데 이들의 재무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해웅 : 실제 경험이기도 하고 통계로도 나오는데 월급 200만 원 받는 초년생이든 100만 원 받는 초년생이든 2~3년이 지나면 부채 상태는 비슷하게 나온다. 돈을 벌어보고 써 본 경험이 드물어 급여의 차이를 떠나 확실한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

취업 문제가 장기화 되고 있는데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부터 시작해 남들보다 빨리 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급여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문다는 가정도 없다. 3년·5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서 가면 설사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돈은 불어난다.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다.

프레시안 : 중학생, 고등학생을 상대로도 재무 강연을 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돈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이해웅 : 아이들에게 강연하는 내용은 수익률이 대한 것이 아니다. 사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덩치는 커졌지만 금융에 대한 지식수준은 내가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낮은 편이다. 이들이 어쨌든 10~20년이 지나면 경제 활동의 주역이 된다. 이 친구들이 지금부터 돈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명쾌하다면 원대한 포부를 지닐 수 있다.

프레시안 : 어떤 가치관인가?

이해웅 : 예컨대 소비를 함에 있어서 한정된 자원으로 양자를 모두 선택할 수 없을 때 포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 같은 거다. 자신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다.

프레시안 : 하지만 펀드 열풍이 불 때 '어린이 펀드'까지 등장하자 비판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해웅 : 강연회에서 만난 아이들은 경제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들에게 꿈이나 원하는 직업을 물어보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금방 파악이 된다. 이들 대부분이 본인이 직접 집에서든 밖에서든 어떤 활동을 통해 돈을 벌거나 수익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용돈을 수익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관리할 수 있을 때 나중에 되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킬 수 있다.

벌고 싶은 만큼 버는 것보다 관리를 잘하는 게 우선이다. 이들에게는 돈을 잘 벌고 싶으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돈에 대한 가치관, 사람에 대한 가치관을 함께 이야기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린이 펀드도 조금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펀드는 성인들이 하는 단기 펀드와 달리 만기가 길다. 부모님들이 매달 펀드를 운영하는 것보다 어린이들이 용돈을 받아 펀드에 투자하면서 운영하면 '내 것'이라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산을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프레시안 : 그런 마음가짐이 장기적인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인가?

이해웅 : 나중에 그들이 스스로 준비해 모든 돈으로 여행 같은 것을 즐기는 것과 부모님이 도와줘서 하는 것의 느낌은 비교할 수 없다.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취업난 때문에 대학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졸업을 해도 취업을 하는 데 추가적인 교육비가 들어간다. 학생들 처지에서는 경제 환경이 어려우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님 처지에서는 추가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들에게 그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부채가 추가됐다고 생각하라는 얘길 많이 한다. 부모 세대들에게도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서 명쾌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그리고 특히 대학생들에겐 돈 함부로 쓰지 말란 이야길 많이 한다. 욕망을 줄이라는 얘기다.

프레시안 : 젊은 세대의 지출이 과도하다고 보나?

이해웅 : 사람들이 돈 때문에 힘든 것은 대부분 필요한 결정을 내리길 주저한다. 보통은 두려움 때문이다. 30만 원을 쓰는 상황에서 10~20만 원 쓰면 '뽀대'가 안 나고 궁핍한 느낌이 든다는 거다. 따돌림받는다는 느낌, 경제적 약자가 된 거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지출에 대한 본인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비굴해 보여도 당장 절약해서 1년 뒤에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과 비교해보라. 나중에 가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장기적인 기준이든 단기적이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건 여행을 다니건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을 기준을 정해 명확히 하면 돈이 생겼을 때 현명하게 쓸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설득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해웅 : 그래도 어린 세대 보면 즐겁고 보람차다. 사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이제 와서 재무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의 투자 성향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어린 세대들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만큼 방향을 잘 잡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훨씬 더 쉽게 나갈 수 있다. 내가 더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 '키워드 가이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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