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지만 왠지 한 해의 첫 날 분위기는 아닙니다. 지금은 겨울 한 복판이라 계절의 변화가 시작 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데 첫날이라니 싱겁습니다. 농경시대에는 역시 입춘 날 즈음 새해 기분을 냈습니다. 언 땅이 슬슬 풀리고 매화에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새날의 조짐이 보일락 말락 할 때, 이때가 새해 아닌가 합니다. 옛날에는 그래서 신정을 '왜정 설'이라고 부르며 엄동설한에 무슨 새해냐고 반문했답니다. 지금은 관공서와 회사가 모두 여기에 맞춰서 업무를 보고 국제사회 규범이 그러다 보니 따르기는 하지만 내 마음 속의 새해는 역시 설날입니다. 달력을 보니 설날은 1월29일이군요.
내 친구 김인이 신년송을 하나 써주었습니다. 스승 정양 조병호의 연보에서 뽑았다는데 운치가 납니다. 병술년 머릿자를 따서 붙인 신년송입니다.
丙輝光普照 戌土物孶生
불꽃이 빛나서 넓게 비추고 아름다운 땅에 생명이 번창하다.
올해 병술년은 역으로 보면 음이 양으로 변하는 해입니다. 술토란 서방 정토를 뜻하기도 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살던 저 알타이 대지를 '정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땅이라 보았습니다. 옛 조상 땅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습니다. 올해는 불꽃처럼 환하게 일어나고 만물이 자생한다고 하니 좋은 덕담입니다.
예전에는 신년송 시문을 직접 써서 보내는 미풍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점점 각박해집니다. 연하장과 카드로 대신하다가 이메일로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야 변할 수 있지만 손으로 직접 쓴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한두 장이라도 좋으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육필에 실어 보내면 어떨지요. 마음도 몸으로 전할 때 '훈훈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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