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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단호함과 한명숙의 애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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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단호함과 한명숙의 애매함

[의제27 '시선'] 과거로 회귀하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

4·11 총선은 예상과는 달리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우선 새누리당은 영남지역에서 총 67석 중 63석을 차지함으로써 압승을 거두었다. 물론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를 비롯하여 3명의 당선자를 냈다. 그렇지만 그것은 새누리당 일색의 영남지역에서 외로운 승리에 그쳤을 뿐이다. 다음으로 새누리당은 강원도와 충청지역의 중부권에서도 기대 이상의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총 34석의 중부권 의석 중 21석을 차지했고, 특히 강원도에서는 9석에 달하는 전 의석을 석권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충남에서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승리는 당연히 민주통합당의 패배로 이어졌다. 물론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의 총 112석 중 65석을 확보하는 한편 호남지역의 총 30석 중 25석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주도의 3석을 모두 차지했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은 그들의 지지세를 타 지역으로 확대시키는데 실패했고, 특히 중부권과 영남권에서 그들의 성과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편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구축했던 통합진보당은 전국적으로 7석을 차지함으로써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야권연대의 결과였을 뿐이다. 오히려 그들은 울산과 창원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1석도 건지지 못했다.

결국 4·11 총선에서 각 정당이 거둔 지역별 성과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남권과 중부권에서 다수를 장악한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국회 과반을 넘는 152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반면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승리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140석에 그쳤다.

구분새누리당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자유선진당무소속
수도권(112)43654
중부권(34)21103
호남권(30)2532
영남권(67)6331
제주도(3)3
비례대표(54)252162
계(300)1521271353

박근혜의 단호함과 민주통합당의 모호함

▲ 12일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장에 나선 박근혜 비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그렇다면 선거에 임하는 태도와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새누리당 승리의 가장 결정적인 공헌자가 박근혜 위원장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위원장의 단호하고 일사불란한 지휘를 통해 새누리당은 4·11 총선에서 그 승리를 쟁취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남겨놓은 악조건의 선거 환경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위원장은 독자적으로 자신이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보였던 것이다.

반면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으로 하여금 패배하게 만든 가장 커다란 원인은 선거에 임해 애매하기 짝이 없었던 그들의 모호한 태도가 아니었던가 한다. 창당과 더불어 요구되었던 당내 쇄신의 외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실패가 민주통합당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 그러한 낙관론 속에서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공천 결과, 그리고 나꼼수 열풍에 대한 기대 속에서 엄정하게 처리하지 못한 김용민 후보 문제 등이 그것들이다. 민주통합당은 치밀한 전략과 대책 없이 이번 총선에 임했던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4·11 총선에 즈음한 민주통합당의 선거 여건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실패가 민주통합당에게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승리의 기회는 민주통합당을 안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이함은 민주통합당으로 하여금, 비상 상황에서 자신의 정당 이름까지 개칭하고 나선 박근혜 위원장의 단호한 대처를 경시하게 만들었다. 요컨대, 박근혜 위원장의 단호함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반면 민주통합당의 모호함은 기회를 위기로 만들었던 것이다.

새누리당 승리의 문제점, 과거로의 회귀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의 승리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승리의 의미가 미래 지향적이기보다는 과거 회귀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의 승리는 무엇보다도 패권적 영남지역주의의 강력한 작용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경향은 이미 2010년의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비추어 패권적 영남지역주의에 더욱 의존했던 새누리당의 승리는 이러한 지역주의 완화 경향을 거스르는 것으로서, 결코 미래적이지 않다.

다음으로 새누리당의 승리는 노년층이 그 구성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있는 지방의 지지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충청지역과 강원도의 중부권에서의 승리가 바로 그것이다. 또 박근혜 위원장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도 일정한 지지를 획득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그러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는 과거 박정희 통치에 대해 강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 나이 든 세대들의 지지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미래적이기보다는 과거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박정희 정권은 그 지지를 주로 영남권과 농촌에서 확보했다. 박정희 정권 시기에 자주 거론되었던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과 표의 동서(東西) 현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즉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표는 대체적으로 농촌에서 그리고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에서 나왔던 것이다. 따라서 과거 박정희 시기에 등장했던 이 같은 현상이 박근혜 위원장을 통해 다시 등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주로 박정희 시기를 살았던 노년층의 기억을 통해 다시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총선 승리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가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승리를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일까? 그 대답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새누리당 지지 기반의 확장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이는 영남지역주의가 12월 대선에서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한 노년층 중심의 박근혜 지지표가 더욱 확장될 가능성 역시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으로 동원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역으로 12월 대선에서 그 지지가 더욱 동원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통상 대선은 총선보다 더욱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데, 그것은 대선에서 더욱 많은 지지의 동원을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최대한의 동원을 보인 박근혜 지지표가 대선에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바로 여기에 박근혜 지지 기반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사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것은 매우 뼈아픈 것이다. 비교적 젊은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의 민주통합당이 승리했고, 그것은 적어도 젊은층에게는 여전히 야권연대의 민주통합당의 소구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54.3%에 그친 이번 총선의 투표율을 넘어 더욱 높은 투표율을 요구할 12월 대선에서 보다 많은 젊은층을 동원할 수 있는 여지는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보다 오히려 야권연대의 민주통합당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민주통합당이 자신을 추슬러 제대로 대선에 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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