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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호 중구청장이 주말 '서울로' 행사에 불참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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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호 중구청장이 주말 '서울로' 행사에 불참하는 이유는?

[인터뷰] 서양호 신임 중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은 오는 21일 토요일 박원순 시장이 참석하는 '서울로7017' 개장 1주년 행사에 불참한다. 중구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관행대로 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자리지만, 고민 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 52시간 노동 단축을 구청장부터 실천하기 위해서다.


"토요일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은데, 몇 분에 불과한 구청장 인사를 위해 직원들은 사실상 휴일을 반납한 채 일하는 부당 근무가 지속되어 왔다. 그래서 구청장부터 '토요일은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행정부의 말초신경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정에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말 동안 진행되는 크고 작은 행사에 구청장이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구민들이 서운해하지 않겠냐고 묻자 "구민들을 만나서도 '산악회 인사가 아닌, 갈등을 찾아 직접 해결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했더니, 박수가 많이 나왔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생활 행정'을 펼치겠다고 답했다.

그는 안정적인 관리형 구정을 폈던 3선 도전자 최창식 전임 구청장을 큰 표차로 꺾을 수 있었던 것도 '변화를 바라는' 구민들의 표심 때문이라고 봤다. 그가 선거기간에, 또 구청장 취임 이후에도 강하게 주장한 것 중 하나가 전임 구청장의 숙원 사업인 '박정희 기념공원' 사업과 구청 리모델링 사업 중단이었다.

"중구는 2013년부터 300억 규모의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산 분담을 위해 서울시에 요청한 사전 투자심사를 거절당하자, 2016년 해당 사업을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사업'으로 변경하고 전액을 구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기억의정원' '기억마당' 등 '박정희 기념공간'으로 의심되는 공간 구성이 상당했다.(...) 공사 중단으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서 구청장은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대립 문제에 대해 "쌍용차 희생자 고(故) 김주중 씨의 49제인 8월 말까지 집회 신고가 되어 있는데, 이때까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신고 기간 중 보행권과 충돌하는 일이 발생해도 철거와 같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보다 대화로 계도(啓導)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문 앞 집회와 시위를 합법적인 수준에서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구처장은 대한문을 비롯한 중구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주요 현장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과 함께 '민주화 로드'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양호 신임 구청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중구청에서 진행됐다. 정치평론가로 유명한 서 구청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정책위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과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2011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직특보로 활약했으며,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서울시교육청 교육자치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 서양호 신임 중구청장. ⓒ프레시안(최형락)

'주 52시간' 솔선수범 구청장, '생활구정'을 열다

프레시안 : 중구청장 당선, 한 달째다. 한 달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양호 : 벌써 한 달이. 사실 구정을 시작한 지는 2주째다. 그래도 한 달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잠자는 시간이 늘었다는 정도? 선거운동을 할 때는 출근길 인사를 위해 새벽 3시 반~4시 반이면 일어났는데, 지금은 5시 반~6시 반에 일어난다. 2시간 더 잔다.

전에는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구민들을 만나는 일정이었다면, 지금은 가능한 긴 시간을 들여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부터 중림동과 황학동 등 중구 내 민생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구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프레시안 : 구민들뿐만 아니라, 구청과 동 주민센터 직원들과도 의사소통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하던데.

서양호 : 최근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주말 행사에 참여해 생색내기식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직원들이 환호했다. 무엇보다 젊은 직원들이 제일 좋아했다.

토요일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은데, 몇 분에 불과한 구청장 인사를 위해 직원들은 사실상 휴일을 반납한 채 일하는 부당 근무가 지속되어 왔다. 그래서 구청장부터 '토요일은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가 '주 52시간 근무제' 아닌가. 행정부의 말초신경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정에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활구정'을 하면서도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구민들 입장에서는 구청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양호 : 인사 몇 마디하고 사진 찍고 오는 의례적인 참여가 아닌,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장을 직접 다니며 구민들과 이야기하고 만나겠다는 것이다. 산악회나 야유회에 와 달라는 요청을 다르게 표현하면, 문제가 있는 현장 방문은 불편할 테니 '얼굴이나 보자'라는 자포자기의 심정 아닐까?

그동안 구청장은 야구로 치면 9회 말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거나 경기가 끝난 후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서 참여했지만, 이제부터는 민원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구민들을 만나서도 "산악회 인사가 아닌, 갈등을 찾아 직접 해결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했더니, 박수가 많이 나왔다.

박원순 시장이 참석하는 '서울로7017' 개장 1주년 기념 '여름밤 초록 대행진' 오는 21일 토요일 저녁 중구 소재 '만리동 광장'에서 열린다. 관행대로 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자리지만, 고민 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로7017'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 52시간 노동 단축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 아닐까?


▲ '박정희 기념공원'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던 동화동 공영주차장 사업은 지난 5일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연합뉴스

'박정희 기념공원' 중단은 '변화'의 상징

프레시안 : 전임 구청장과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서양호 : 선거운동 기간 최창식 전 구청장의 숙원 사업인 '박정희 기념공원' 사업과 구청 리모델링 사업에 있어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토목 사업은 시비와 국비를 통해서 하고, 구비로는 교육·복지·문화·체육 등 삶의 질을 높이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관리를 위한 구정이 아닌, 생활을 위한 구정을 펼치겠다는 약속이다.

그 결과 3선에 도전한 최창식 후보를 1만563표 차로 눌렀다. 6.13 지방선거 결과는 역대 중구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차를 보인 선거 중 하나다. 투표율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59.17%를 기록했다. 중구의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박정희 기념공원' 사업 중단 선언,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서양호 : 중구는 2013년부터 300억 규모의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산 분담을 위해 서울시에 요청한 사전 투자심사를 거절당하자, 2016년 해당 사업을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사업'으로 변경하고 전액을 구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시민단체와 구민들은 '박정희 기념공원'을 재추진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취임 후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기억의정원' '기억마당' 등 '박정희 기념공간'으로 의심되는 공간 구성이 상당했다. 또 기존 129대에 142대를 추가해 271대의 주차 공간을 신설하는 지하 주차장에만 271억 원의 사업비가 추가됐다.

일단은 하중 문제로 공사를 중단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짓는 게 좋지 않을까? 공사 중단으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그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구의회에서도 동화동 공영주차장 사업을 공식적으로 재고하겠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취임식 때 '교육'을 강조하며 '중구교육혁신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종로구와 함께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노령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곳 아닌가?

서양호 : 그렇다. 중구는 노령인구가 서울시 평균보다 많은 곳이다. 그렇다고 젊은 중구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높은 주거비용과 자녀 진학 문제로 이사를 간다.

또 중구는 인문계 고등학교와 특성화고 고등학교를 통틀어 대학입학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중구교육혁신센터'(가칭)를 기획하고 있다.

'중구교육혁신센터'는 육아와 교육으로 분리된 체계를 일원화해 미취학아동에 대한 돌봄과 취학아동에 대한 교육 지원 및 중고등학교 학생의 진학 상담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43억 원인 교육지원금을 2배 이상 늘린 100억 원 규모로 확대해 학교 환경 개선 및 명문 학교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중구는 '민주주의의 중심'이다

프레시안 :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문 일대는 중구 관할 아닌가? 

서양호 : 대한문과 대한문 앞 보도는 문화재청의 소유다. 중구는 주변 청소와 불법 시설물 관리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 철거가 예정된 대한문 앞 화단은 2013년 문화재청이 쌍용차 분향소 차단 목적으로 설치를 요구해 중구청 직원들이 조성한 것이다. 2015년 화단 관리 주체가 중구에서 서울시로 변경됐지만, 서울시가 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중구청에 보행 불편을 호소하며 화단 철수를 요청하는 민원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이에 중구청서울시에 화단 철거를 공식 요청했다.


대한문 앞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중심지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중의 의사 표현 장소가 되고 있다. 다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보행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 쌍용차 분향소는 전자에 속하지만, 반대하는 측은 후자를 강조한다. 이렇게 다른 관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양측 모두 존중해야 한다.

쌍용차 희생자 고(故) 김주중 씨의 49제인 8월 말까지 집회 신고가 되어 있는데, 이때까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신고 기간 중 보행권과 충돌하는 일이 발생해도 철거와 같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보다 대화로 계도(啓導)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쌍용차 측도 기간이 끝나면 분향소를 자진 철수할 것이라고 믿는다.

프레시안 : 대한문 앞에서 일어나는 집회와 시위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인가.

서양호 : 그렇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문제지만, 대한문 앞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시청 앞 1인 시위자를 위해 파라솔을 설치해주는 '박원순 표 시정'이라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 경찰이 친박단체의 천안함 분향소(왼쪽)와 금속노조의 쌍차 분향소(오른쪽) 간 충돌을 우려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책 <길에서 만난 중구>(지식중심 펴냄)에서 중구를 '민주주의 중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현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로드'에 대한 구상을 밝혔는데.

서양호 : 6월 민주화운동이 시작된 성공회 성당, 향린교회, 명동성당, YWCA, 시청 앞 광장, 신세계 앞 등 민주의 함성이 울려 퍼진 현장 모두가 중구에 있다. 이를 하나의 길, 즉 '민주화 로드'라는 이름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이 역시 지난겨울 광장을 밝힌 '촛불 정신'을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구정 현안이 우선이다. 그리고 선거 공약 사항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 세부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민주화 로드'의 경우, 중구가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처럼 실무 경험이 있는 단체와 함께하는 방법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지도가 아닌 '삶'이 바뀌어야 한다

프레시안 : 집권여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된 만큼 구민들은 구와 시 또는 정부와 협치를 기대할 것 같다.

서양호 : 전임 구청장 시절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회현동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시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진행 과정을 보면 상인과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 중구청이 나서서 시와 시민 간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중구 입장에서는 '서울로7017'로 대표되는 시의 도심재생정책과 흐름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낙후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심재생 사업에 서울시와 중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많은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2016년 중구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을지유람'도 먹을거리 중심이 아닌 신사업과 전통사업을 연계한 '시즌2'를 고민해야 한다. 청계천변 공구상의 경우, 20~30대 창업을 원하는 젊은 사업가들이 자기가 원하는 생활도구를 만들고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공방을 만들어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서양호 표 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관료 중심에서 벗어난 구민 중심의 '생활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양호 :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는데, 리더가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구의 지도가 어떻게 달라질까'에 초점을 맞춘 토건이 구정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구민이 얼마나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가'와 같은 삶의 질이 핵심인 '생활구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익적인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배가 난파됐을 때 아이들과 노인들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운영하는 행정도 마찬가지다. 주차장 마련이라는 공동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차장 건립이라고 하는 공동의 과제가 해결된다.

서울시 시민이자 중구 구민으로, 또 자신이 속한 집단 구성원으로 주장과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나와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상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공존의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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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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