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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적정 국회의원 수는 몇 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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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적정 국회의원 수는 몇 명일까?

[초록發光] 특권 줄이고 숫자는 늘리는 개혁 필요

6.13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이 여세가 21대 총선 결과까지 이어진다면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

지방선거가 끝난 얼마 후,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한 발언이다. 겸양의 뜻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느끼는 두려움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현행 선거제도는 정세의 흐름에 따라 특정 정당이 유권자로부터 받은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선거와 같이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이 극단적이었던 사례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모든 선거가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확연한 차이가 있어왔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그랬듯이, 문재인 대통령도 불합리한 선거제도로 인해 언제라도 현 여당이 불비례성에 의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결과는 알고 있겠지만,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92%의 서울시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을 획득하고도 전체 의석의 92.7%를 차지했다.(110석 중 102석) 반면 자유한국당은 25.24%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의석은 5.4%에 불과했다. 심각한 불비례성이다. 경기도는 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52.81%의 정당득표율을 획득했지만, 의석은 95%를 싹쓸이 했다. 자유한국당은 25.47%의 정당득표율을 획득했음에도 의석은 2.8%에 그쳤다. 다른 지역의 경우도 비슷한 결과였다.

정치권도 오래 전부터 현행 선거제도의 불합리성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최근, 여권 중심의 '개혁입법연대'나 야권의 '개헌연대'는 선거제도 개편을 공통 의제로 내세우며 논의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칼자루를 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집권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오랜 염원이었던 선거제도 개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역사의 진보를 걷어찼다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시기보다 더 좋았던 기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편의 본질은 '정당이 받은 득표율과 그 정당의 의석수 비율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전면적 비례대표제'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국회는 선거결과의 비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아야 한다. 이미 독일식 선거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되어 왔다. 많은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이 지지하는 제도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연결하여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 정수의 문제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정수에서는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면서 동시에 지역구를 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유지해 온 정당들이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를 단박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제대로 개편만 된다면, 두 거대 정당에게도 숨통을 열어줄 필요는 있다. 다시 말하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OECD국가들의 평균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인데,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는 17만1000여 명 규모다. OECD국가 평균은 10만여 명이다. 이탈리아는 6만5000여 명당 1명, 스페인은 8만5000여 명당 1명, 프랑스는 11만 명당 1명이고 비교적 높은 독일은 13만 명당 1명이다.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는 멕시코, 일본, 미국밖에 없다. OECD국가 평균에 맞춘다면 우리나라는 500명 수준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36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한다. 지역구 수와 비례대표 수를 2:1로 맞춘다면 현재의 지역구 조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주민 의원의 360명 제안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도 동의한다.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 보좌진 규모 조정 및 공동보좌진 활용, 헌정회 예산 조정 등을 통해 5744억 원의 국회 예산(2017년)으로 400명 가까이 국회의원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국회 예산을 늘리지 않더라도 현재보다 100명이나 의원수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국회의원을 더 늘리자고?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국민 정서는 아니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이 권력을 나눠 갖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이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바꿔 놓은 것 중에 하나는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일이었다. 박정희가 집권했을 당시 국회의원 수는 291명이었다. 그러나 63년에 치렀던 선거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175명으로 줄였다. 자신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을 왜소화하면서 대통령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겠다는 발상이었다.

안철수 전 대표도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현재보다 100명을 줄이면 4년 동안 2000억~4000억 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논리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박정희가 그랬듯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재벌과 언론, 검찰과 관료, 군대, 사법 등 각 영역의 권력을 감시하는 국회의 역할을 왜소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산의 문제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제안은 근본적인 접근은 아니다. 뉴질랜드 시민사회단체가 선거제도를 바꾸자며 내세웠던 구호는 '99명의 독재보다 120명의 민주주가 낫다'였다. 결국 뉴질랜드는 1993년에 연동형 비례대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권력의 자리를 유지하려는 자가 있었다. 대법관 수를 늘리지 않고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거래를 시도했던 양승태 전대법원장. 대법관이 업무에 시달린다면 그 수를 늘리는 것이 상식이다. 권력을 나누려 하지 않았던 자. 본질적으로 박정희가 국회의원 수를 줄였던 행태와 다르지 않다. 기득권은 그렇게 유지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유는 국회의원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행태가 지속됐고, 특권에 비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 스스로 만들어낸 굴레다. 그래서 스스로 그 굴레를 걷어내야 한다. 특권을 줄이고 현재의 예산 규모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겠다고 한다면, 국민의 저항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1대 총선은 바뀐 선거제도로 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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