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무너지지는 않겠죠?"
지난 11일 전북 남원시 주천면의 한 마을에서 만난 이모(57·여)씨는 불안한 모습으로 쩍쩍 갈라진 집안 벽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 장마에 갈라진 벽틈 사이로 빗물이 들이닥쳐 300만원을 들여 긴급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25톤 덤프트럭들은 쉴 새 없이 이씨의 집을 스쳐 지나가면서 보수된 벽을 흔들어 대고 있다.
이씨의 집은 입구 천정부터 갈라져 있으며, 이렇게 시작된 균열은 집안 전체로 퍼져있었다.
현장 취재 중에도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덤프트럭이 만드는 진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30여분 동안 덤프트럭은 20여대나 이씨의 집을 지나갔다. 귀 고막을 울릴 정도의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덤프트럭도 있었다.
덤프트럭이 지나다니는 도로와 이씨가 생활하는 방과의 거리는 불과 2m.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루종일 덤프트럭 소음에 시달려서 잠이라도 편안하게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새벽녘부터 지나다니는 덤프트럭이 이씨의 단잠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제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 덤프트럭 소음이 14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것.
이씨는 "매일 수백대의 덤프트럭들의 예고없는 소음과 진동에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심장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이 덤프트럭이 만드는 소음과 진동은 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덤프트럭 운전사들도 생업으로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며 지냈지만 이 생활이 6개월째 반복되다 보니 이씨의 피로는 극에 달했고 살도 빠진 상태다.
얼마전, 이씨의 오빠가 야윈 이씨를 보며 깜짝 놀라 행정당국에 부랴부랴 진정을 접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 오빠가 접수한 진정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도로에 다른 자동차들의 통행도 있기 때문에 덤프트럭만이 이씨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이들은 함께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전북도 환경분쟁위원회가 있으니 이곳에 피해에 대해 접수를 하라"는 관련 법규만 안내 받았다.
이씨는 "전북도 환경분쟁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할 경우 최대 9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하루하루 생활하기가 너무 고역스러운데 9개월 이란 소요 기간은 너무 잔인하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남원시 관계자는 "마을 입구에 서행 표지판을 설치한 뒤 해당 사업장을 방문해 통행 하는 덤프트럭들의 저속 운행을 요청했다"며 "과속방지턱도 해당 면과 협의해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변했다.
인근에 위치한 남원 주천파출소 관계자도 "이씨와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과속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과적 덤프트럭 또한 시에 단속을 요청한 상태다"며 "이 덤프트럭이 만드는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해 해당 업체들을 방문해 물을 뿌리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가 거주하는 마을 주변은 토석채취장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이 토석채취장에서 25톤 덤프트럭들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어 토석이 고갈되기 전까지 이씨를 포함한 마을주민들은 고통의 끝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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