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최근의 '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 사태에 대해 "군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이같은 문건을 작성한 배경에는 당시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보수진영의 대표적 전략가로 불린 인물이지만,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 TV 찬조 연설을 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12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군인들이 있었구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며 "좋게 말하면 관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 문건이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기무사가 밝힌 데 대해 "상식적으로 봐서는 납득이 안 간다"며 "어디까지가 청와대의 지시였는지 제가 알 길이 없으나, 전혀 청와대가 모르게 군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안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것도 아니고,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부대를 어떻게 움직인다는 것까지 계획하면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거나 상부 모르게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더 큰일"이라며 "어떻게 방위 부대가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상부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하느냐"고 의심을 제기했다.
윤 전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가가 거대한 억압기구이던 시절을 오래 살았고, 그 시절에는 많은 정보기관들이 억압기구를 떠받치기 위해 다 동원이 됐다. 기무사도 그 중에 하나였다"며 "민주화 이후에 이게 정비가 됐어야 됐는데 제대로 안 되고 내려왔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정보기관들이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갔던 것 아니냐"고 논평했다.
그는 "이게 수단이었느냐, 목적이었느냐. 계엄령 선포가 목적이었을 리는 없고, 그러면 이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군을 동원해서 뭐를 하려고 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혼란이 있으면 기무사는 당연히 북한군 동향을 철저히 살피라든가, 아니면 전방 군부대가 전투태세를 강화한다든가 이런 것을 계획해야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고 자기 본연의 임무"인데 "거꾸로 전방에 있는 병력을 후방으로 빼서 국민을 탄압하는 데 쓰겠다는 게 언제적 사고방식이냐. 전근대 아니냐?"고 그는 통탄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기무사 해체' 주장에는 선을 그으며 "본연의 임무를 맡기면 된다. 분단 체제 하에서는 군의 방첩 기능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태생부터 정치 관여를 했지만 원래 방첩부대로 출발한 것이니까 이제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면 되는 거다. 그건 필요한 기능이니까"라고 말했다. '계엄령' 문건을 최초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체는 아니라고 본다. 기무사가 해야 될 일이 있다. 기무사령에 정해져 있는 그대로 보안 방첩부대로서의 기능을 해야 된다"며 "정상화하는 게 맞지, 해체하는 게 맞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전 장관은 기무사 문건 외의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두루 약평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비대위 구성과 당사 이전 등 쇄신 작업에 대해 그는 "요즘에 보이고 있는 모습은 성찰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라고 일침을 가하며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거 여러 번 봤던 광경이라 너무 익숙하다. 그저 그런가보다"라고 했다. 그는 "당사 옮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정 형편이 어려워서 옮겼다니까 할 말은 없는데, 당사를 옮기는 게 무슨 상징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혜화역 여성 시위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여성은 500년 이상 눌려왔던 것 아니냐"며 "물리학 법칙이 있지 않느냐. 눌린 만큼 튄다는 것.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때로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볼 때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것은 좀 관대한 생각으로 봐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여자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는 초기 단계 아니냐"며 "때로는 조금 지나친 게 있을 수 있지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이 출연한 KBS 라디오 프로그램의 코너 이름은 '보수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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