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고용한파 등 한국경제에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예상대로 금리를 일단 동결했다.
한은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그간 금융시장에서는 이번에 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봤다. 전날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 여건이 탄탄하지 않다는 평가에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그쳤다. 올해 초보다 올라왔지만 아직은 한은 목표(2%)와 차이가 크다.
고용은 '쇼크'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취업자 수가 10만6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고용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으로 평가된다.
하반기 이후 한국경제 시계는 더욱 흐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대북정책을 포함해 국내외 여러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에 우려가 크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자칫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사면초가, 전전긍긍과 같은 표현이 현재 한국경제 상황 묘사에 등장한다. 2년 연속 3% 성장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한은은 이로써 다섯 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작년 11월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다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사상최저 금리보다 겨우 한 단계(0.25%포인트) 높은 수준이 8개월째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금리와의 차이는 0.5%포인트로 유지됐다.
한미 정책금리는 올해 3월에 뒤집혔고 6월에 연준이 금리를 재차 올리며 역전폭이 커졌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7월 금리인상 기대가 많았는데 경기 논란이 불거지며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 지금은 8월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부터 올해 금리를 올리면 안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한은은 여전히 금리인상 불씨를 살려두고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일단 '관망'한다는 자세로 메시지를 모호하게 내고 있지만 적어도 후퇴하는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으려고 한다.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놔야 금융위기가 다시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시각으로 통화정책 여건을 보면 올해 잠재성장률(2.8∼2.9%) 이상 성장세가 유지되고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내외금리차나 가계부채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미 금리역전 폭은 연말엔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미 연준은 9월과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말 양적완화(QE) 종료를 예고하고 캐나다도 11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다른 선진국도 긴축 흐름이다.
금리차가 곧바로 자본유출로 이어진다는 불안감은 예전보다 약하다. 지금도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실제로 자본이 빠져나가면 한국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순 없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소득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다.
직전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금리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에 소수의견이 나왔다면 금융시장에선 8월 인상 기대감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의 초점은 8월 금통위 소수의견 여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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