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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채용 '갑질' 의혹 김병기 "아들 탈락이 신 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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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채용 '갑질' 의혹 김병기 "아들 탈락이 신 연좌제"

"비밀요원 신분 공개 유감" 적반하장식 반박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의 주요 대상 가운데 하나인 국가정보원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현역 여당 의원의 아들이 임기 중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케이스로 당에 데려온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11일 <한겨레>에 따르면, 김 의원의 아들 김모 씨는 지난 2014년 국정원 직원 공채에서 탈락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당시 부당하게 해직당했다며 행정소송을 냈던 인물이다. 김 의원은 2016년 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됐고, 같은해 4월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가 당선된 곳은 '친문' 핵심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전 지역구였다.

김 의원은 이후 과거 경력 등을 인정받아 국정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배정됐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간사까지 맡았다. 김 의원의 아들은 2016년 6월 한 차례 더 국정원 직원 공채에서 탈락했으나, 같은해 10월 경력직 채용에서 합격했다.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 국정원 직원 채용에 4번째로 응시한 결과였다.

행정기관을 감독하는 국회 상임위 의원의 가족이, 해당 행정기관 직원으로 채용된 것만 해도 의혹 소지가 크다. <한겨레>는 여기에 더해, 김 의원이 정보위원으로 일하면서 '2014년 공채에서 내 아들이 탈락한 것은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그 내용을 국정원 내부 기록에 남겨 달라'고 요구했고, 국정원은 정보위원인 김 의원의 요구에 신원조사 보고서를 재검토하는 등 공채 과정을 재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채용 등 인사업무를 총괄했던 이는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이 실장이 직접 김 의원 아들 채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안 되는데 계속 하라고 하네"라며 힘들어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실장은 국정원 관련 '적폐'의 대표적 사건인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으로 지난달 1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김 의원은 주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위는 모두 정당하다는 취지의 입장 자료를 내어 추가 논란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보도 내용은 국정원의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세력이 강고함을 방증한다"며 "제 아들이 2014년에 국정원 임용시험에서 탈락한 사건은, 당시 국정원에서 '아버지 때문에 탈락한 신판(新版) 연좌제'라며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 유명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어느 기관보다 정밀하게 체력검정, 다단계 면접 등을 거쳐 합격한 사람만 신원조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최종 면접까지 합격하고서야 받는 국정원 신원조회에서 현직 기무사 장교가 탈락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이 사건에 대해 대다수의 직원들이, 저와 가깝지 않았던 직원들조차도 '해도 너무했다'고 비난했는데, 저의 이런 아픈 가정사를 의혹 수준에서 보도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오히려 신문 보도를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자신이 정보위원 지위를 이용해 국정원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라며 "제 아들은 2017년에 국정원에 합격했으니, 2014년과 2017년의 신원조사 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다. 국정원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오히려 "제 아들이 2017년 임용 당시 결격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었음에도 채용되었는지, 제 아들이 임용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특혜나 편의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국정원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한다"며 "발표가 없을 경우 제가 습득한 채용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정식 청구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아들의 채용이 아니라, 그 사실을 보도한 <한겨레>와 신문에 이를 제보한 국정원 내부 직원의 행위가 문제라고 역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국정원 개혁이 왜 아직도 갈 길이 먼지 이 문제 하나만으로도 분명해졌다. 국정원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끝까지 발본색원해 처리하지 않으면 때가 되면 또 다시 독버섯처럼 되살아날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직원에 대해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누설한 직원을 반드시 찾아내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사 제보가, 국정원 직원인 자신의 아들에 대해 '악의적 정보 누설'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2003년 7월 미국 유명 저널리스트가 CIA 요원의 신분을 발설했다가 부시 당시 대통령까지 조사받은 사건이 있다"며 "신문이 비밀정보요원의 신원을 공개하는데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국정원 비밀요원의 신분은 극도의 보안사항으로 전·현직 직원이 이를 누설할 경우 국정원직원법에 의거 처벌받게 돼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탄핵 사태와 2017년 대선 이전부터도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판국에, 문 대통령에 의해 민주당에 영입된 국회의원, 그것도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의 아들이 국정원에 채용됐다는 것이 정부·여당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김 의원이 정보위에 배정된 이후 그 아들이 국정원 채용 응시를 계속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역시 정치적으로 서투른 처신이다. 특히 '국정원이 답변하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 정식 청구'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입수한 자료를 공개하거나, 국정원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공개가 여의치 않다면 바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면 될 일이다. 지방선거 후인 지난달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의 오만한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조국 민정수석의 제안이 보고된 바 있다.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을 대상으로 한 인재영입 발표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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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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