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관 "북한 종업원 중 일부, 한국 오는지 몰랐다"

"남북 정부 아닌 피해자 종업원들 의사 존중해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2016년 남한으로 들어온 북한 식당 종업원들 중 일부가 당시 한국으로 가는지를 모른 채로 입국했다고 전했다.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 식당 종업원들 일부와 면담을 가졌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종업원 문제의 처리 방향과 관련, 한국 정부에 "우선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권고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만약 이들이 중국에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납치됐다면 이건 범죄"라며 신속한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종업원)들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며 "이들이 대한민국에 남아있기를 결정하든 혹은 다른 결정을 하든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이는 사적 영역의 결정이기 때문에 유엔이나 남한, 또는 북한이 내릴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종업원들의) 북한 송환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관련 법적 절차를 가지고 있다"며 "법적인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종업원들을) 법적 절차의 예외로 두려고 한다면 이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역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은 북한과 평화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인지해달라"라며 종업원들의 상황과 관련한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북한으로의 귀환을 원하는 김련희 씨가 방청석에 자리했다. 김 씨는 지난 2011년 탈북 브로커에 속아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으로 와 강제억류 된 상태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사전에 경찰들이 자신을 기자회견장 밖에서 쫓아내려 했다면서, "절실한 내 문제, 가족을 찾는 내 문제라서 여기 온 것인데 왜 내가 경찰들한테 끌려 나가야 하냐"라며 항의했다.

김 씨는 경찰이 왜 기자회견장 밖으로 나가라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기자회견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이걸 망칠 이유가 뭐가 있냐"라며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는지, 얼마나 진척됐는지 유엔 특별보고관한테 들으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들과 함께 김 씨 문제를 한국 정부가 어떻게 조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두 사안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종업원 문제는 피해자로서, 즉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사실관계를 제공받지 못한 피해자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러한 부분에서 그들이 어디에 머무를 것인지에 대한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며 "그런데 자신의 의지로 인해 남에 왔다가 북으로 되돌아 가는 문제는 대한민국의 법적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70여 년간 남북 간 대치가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사안들은 현재 지속되고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 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당국에서는 북측 인권문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지난 시절 오랜 염원이었던 평화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며 "비핵화, 평화 논의와 더불어 인권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 북한에 인권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시작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