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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 없는 부동산 개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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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 없는 부동산 개혁은 불가능하다

[기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개혁을 포기한 건가

특위 권고안보다 후퇴한 기재부의 개편 방안

드디어 기획재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이 발표됐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개편 방안은 며칠 전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권고한 방안보다 못하다. 특위는 1.1조 원의 종부세 증세안을 권고했는데, 기재부는 그보다 못한 0.74조 원 증세안을 발표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개편 방안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부동산 개혁은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보유세 강화 없는 부동산 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이고 파악 가능한 OECD 13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0.33%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OECD 평균에 도달하려면 2019년 0.74조 원의 증세가 아니라 그보다 20배나 더 많은 14.7조 원을 더 징수해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급진적으로 강화할 순 없다. 그렇다면 점진적·지속적 강화 로드맵을 내놓아야 하는데, 최소한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개편안에 담아야 하는데, 기재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발표 자료에서 눈에 띄는 것은 보유세의 장점을 소개한 부분이다. 보유세를 "경제활동 왜곡이 적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 조세"라고 소개해 놓았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는 투기수요 억제와 부동산으로 인한 소득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공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이 좋은 세금을 강화하지 않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김동연 장관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


정책 결정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역시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망스런 개편안을 내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무엇보다도 김동연 기재부 장관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17년 8.2대책 이후 '보유세 강화' 이슈가 나올 때마다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물론 그도 보유세 강화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워낙 높기 때문에 반대한다고는 차마 말하진 못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발언 때마다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나 거래세 인하와 함께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말을 해왔다. 그간 보유세와 관련해서 그가 해왔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보유세 강화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마음임을 어렵지 않게 읽어 낼 수 있다.

두 번째로 청와대에서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꼽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보유세에 관한 김 장관의 입장과 장 실장의 생각이 같다는 점이다. 소득불평등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고 주장하는 장 실장의 입장에서 보면 보유세를 강화해서 괜히 지지율을 깎아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아무튼 기재부의 매우 실망스런 개편안은 두 사람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 합작품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김동연 장관의 영향력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청와대가 아니라 오히려 기재부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 특위의 권고안도 기재부, 정확히 말하면 김동연 장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한 것이고, 기재부의 개편안은 김 장관이 해온 그동안의 발언에 논리와 수치를 집어넣어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까닭에 나는 김 장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부동산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재벌·대기업의 투기 이익 장려하는 개편안

한편, 발표 자료에는 명백한 오류도 존재한다. 특위는 상가·빌딩·공장의 부지를 따로 합산해서 부과하는 '별도합산토지'의 모든 구간에 0.02%p 인상하는 것을 권고했는데, 기재부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표 자료에는 그 이유를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세부담 증가가 기업의 임대료 전가나 생산원가 상승 등 생산 활동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이론적으로 틀렸고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토지보유세가 전가되지 않는다는 것과 생산원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경제학 원론에 나와 있다.

기업의 생산 활동을 장려하려면 토지투기와 같은 비생산적 활동에 관심을 덜 갖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안이 토지보유세 강화다. 그렇게 하면 투기이익의 규모가 줄어들고 소유한 토지는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반대로 토지보유세가 낮으면 기업은 토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기술개발 혹은 경영혁신 보다 토지투기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왜냐하면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그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도합산토지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주로 재벌·대기업과 금융기관이다. 그러므로 별도합산토지의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재벌 및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투기이익을 계속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장관을 경질하고, 기재부 개편안 전면 재고해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뿌리가 세월호 학생들의 참혹한 죽음과 유가족의 눈물과 한숨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촛불시민의 힘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대다수 촛불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부동산, 한국경제 전체를 침체와 부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근인(根因)인 부동산개혁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부동산을 개혁하지 않으면 하위계층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기 어렵고,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혁신의 분위기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기재부 개편안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우선 부동산개혁에 미온적이거나 반대하는 인사들을 교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김동연 장관은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개혁에 소신과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인사를 기용해서 담대한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개혁에 성공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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