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랜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원은 이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주요 현안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스의 소유관계를 다투고 있는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증거 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09년∼2013년 다스 자회사인 '홍은프레닝'에서 10억8천만원, 2009년 다스 관계사인 '금강'에서 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홍은프레닝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가 장악한 관계사 '다온'에 40억원 가량을 무담보·저리로 특혜 대출해 준 배임 혐의도 있다.
이씨는 지난 2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 관리 내역 등을 정리한 장부 일부를 파기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씨 혐의를 사실상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금강에서 8억원을 횡령한 부분도 검찰이 주장한 공동정범으로 보긴 어렵지만,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김재정(이 전 대통령 처남) 사망 후 다스의 주요 현안을 이명박에게 보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홍은프레닝의 법인 인감과 통장도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홍은프레닝을 사실상 관리한 내밀한 속사정은 스스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홍은프레닝 자금을 관리하고 그 사무를 처리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은프레닝을 통해 다온에 거액을 특혜 대출해 준 부분도 "피고인이 이시형 등의 의사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사무를 처리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금강 자금 횡령에 대해선 "피고인이 홍은프레닝과 달리 금강의 업무나 자금관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볼 증거는 없고, 불법 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도 없어서 방조범으로만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자금 내역 장부를 파기한 것도 "검찰에 넘어가면 곤란할 것으로 생각해 파쇄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되고 고의 또한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를 향해 "횡령이나 배임 금액이 적지 않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명박의 비자금과 관련 있는 노트를 인멸하기도 해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재정과 이명박 일가의 지시를 이행한 실무자에 불과하고, 범행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도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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