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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명박 나와도 제2의 신경민 나와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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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2의 이명박 나와도 제2의 신경민 나와선 안 돼"

[인터뷰] 신경민 "임종석 공천장, 결단의 시기 오고 있다"

신경민에게는 아직 '대변인'보다는 '앵커'의 흔적이 강하다. 사람들도 그를 아직은 정치인이라기보다 언론인으로 기억하고, 그 자신도 언론인으로 살아 온 삶의 무게가 여전히 큰 것처럼 보였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과의 인터뷰는 이른바 '정치' 얘기 보다는 언론 얘기가 중심이 됐다. MBC, KBS 파업과 공영방송의 위기, 정부의 언론탄압을 얘기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고 열정적이 되는 그였지만, 당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아무래도 당 대변인이라는 직책이 그의 '말'을 더 신중하게 하는 듯 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이유를 들으면 언론의 구조와 체계 문제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의 이유가 보이기도 했다. 신경민 대변인은 "공영 방송의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내 일생에 남은 마지막 의무 아닌가 싶다"고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마련된 이른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체제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88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를 마련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얘기다.

"염치도, 원칙도 없고, 몰상식한 MB 정권" 아래, 그가 청춘을 바친 MBC는 네 번이나 파업을 벌였고, 현재는 다섯 번째 파업 중이다. 그러나 신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된 언론탄압이 "언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신경민 대변인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 ⓒ프레시안(최형락)
"앵커와 대변인, 너무 잘 알아서 더 말 못하는 것들이…"

프레시안 : <신경민의 개념사회>라는 책이 나왔다. 대변인으로 오던 비슷한 시기 아니었나.

신경민 : 책을 쓸 때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신분이 바뀌면서 정치인 책 취급을 받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다. 여러 사정이 있었고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여러 번 고쳤고, 그러다가 이상하게 그렇게 됐다.

프레시안 : 책 발간 기획은 언제 한 것인가?

신경민 : 1년 됐다. 처음에는 검찰 개혁이 화두였다. 그런데 내가 검찰을 취재한 지가 너무 오래됐고 책을 쓰려면 완전히 새로 취재를 해야해서 도저히 어렵겠다고 접었다. 기획이 몇 번 바뀐 책이다.

프레시안 : 대변인으로 발탁된 지 50여 일 지났다. 앵커나 대변인이나 모두 말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정치와 언론은 아무래도 다를 것 같다.

신경민 : 두 가지를 비교할 만한 경험이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말을 다루는 면에서는 같지만 정당 내부 일을 너무 깊숙이 알게 되니 어려움이 있다.

프레시안 : 앵커는 아는 것을 대부분 털어놓는데 대변인은 그렇지 못하니까?

신경민 : 앵커 때야, 걸리는 대로 쓰면 된다. 그런데 대변인은 내 논리가 아니라 정당의 논리다. 당론과 내 생각이 100% 일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의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 한계다. 어떤 사람은 그런 면도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이 알아서 더 말을 못 하는 측면이 있다.

이슈를 선택하는 것도 다르다. 전에는 내 마음대로 였지만 지금은 정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를 가지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언론으로 보자면 정치부, 사회부의 이슈를 많이 다루게 된다. 사회부의 경우에도 권력 관련 부분이 핵심이다. 나는 사실 다른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 국제 문제를 브리핑하면 일반인들이 관심 있어 하지 않는다.

"공영방송, 88년 체제로는 안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앵커에서 잘린 뒤, 여러 번 이름이 거론됐었다. 은평을 재보선 때도 고사해서 정치에는 생각이 없으신 것 아닌가 추정했는데 대변인은 수락했다. 정치권에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신경민 : 재작년 은평을에서는 사실 '서프라이즈 카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MBC에서 30년 넘게 있었다. 결과적으로 MBC는 과거로 돌아갔다. 80년대, 오히려 그보다 더하게 후퇴했다. 우리는 80년대를 반성하면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라는 제도를 도입했고, 이제는 민주방송 내지, 국민의 방송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 (이명박 정권 이후) 내부적, 외부적 문제들로 (민주방송이 될) 필요충분조건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보게 됐다.

핵심은 지배구조다. 제도가 일부 바뀌었지만 방송이 정권의 입맛대로 돌아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권 내지 담당자의 품격에 따라 달라졌다. 'MB 방송'은 품격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거의 상식 이하다. DJ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이상한 방송이 됐다. 어떤 금도가 있다면 그 직전에 섰다. 방송의 체질이 정권의 체질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 것을 방문진, KBS 이사회 체제가 그대로 보여줬다.

'언론 자유'를 얻었다고 얘기했던 것은 환상이었다. 88년 체제는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 증명됐다. 과거에는 생각 있는 일부만 알았던 것을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알게 됐다. 이 상황을 방송사 스스로는 못 고친다. 노조를 통해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어긋났다. 어느 단계까지는 막을 수 있었지만, MB처럼 염치도, 원칙도 없고, 몰상식한 정권이 들어서면 못 막는다. 88년 체제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공영방송이 정권에 종속적인 것은 이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얘기인가?

신경민 : 기자들이 쟁취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겪어 보니, 쟁취한 것보다는 권력이 양해한 부분이 더 컸다는 의미다.

"제2의 이명박 나오지 않도록 정치 체제 고민해야"

프레시안 :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에 투신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신경민 : 두 가지다. 2012년은 20년 만에 한 번 오는 해다. 제2의 이명박을 막아야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제2의 이명박이 나오지 않도록, 정치적·정당적 체제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또 실패한 공영방송 체제를 혁신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치 체제와 지형 아래에서 언제든지 제2의 이명박은 다시 나올 수 있다. 희망컨대, 혹 제2의 이명박이 나오더라도 제2의 신경민과 정연주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민주화의 진전이다.

프레시안 : 공영 언론의 위상을 찾아주는 것도 현재의 중요한 정치 과제란 의미인가?

신경민 : 나에게는 큰 과제이며 명분이다. 가만히 앉아서 좋은 체제가 나올 것 같지 않다. 좋은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내 일생에 남은 마지막 의무 아닐까 싶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MBC 사장감이라는 말도 많았다. 언론에 남아서 MBC를 지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나.

신경민 : 생각은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아래서 (내가) 사장이 될 가능성은 없고 정권교체가 돼 사장이 된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체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장이 체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건, 목소리의 데시벨을 높이기가 어렵다.

프레시안 : 정치 입문은 누가 주로 권유했나. 박영선 최고위원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던데.

신경민 : 박영선 최고위원이나 정동영 상임고문이 끊임없이 권유했다. 그들의 논리는 이랬다. 당신이 생각하는 언론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여기 와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그 말에 공감한다. 내가 간다고 정치를 바꿀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기여할 방법은 있기 않겠나.

프레시안 :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인가?

신경민 : 아직 결정 안 났다. 조만간 결정될 것이다.

프레시안 : 방향은 결정이 됐나?

신경민 : 나도 잘 모르겠다.

"공천 잡음, 권력 나누는 과정은 조용하기 어렵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당 대변인에게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정치에 입문한 한 사람의 입장에서 현재 민주통합당의 공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경민 : 기득권을 한꺼번에 다 없앤다는 것은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공천은) 수천 명, 수만 명이 권력을 나누는 게임 아닌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다. 권력을 나누고 결정하는 과정이 조용했던 적은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소란하냐의 평가는 있을 수 있지만, 항상 소란한 것이 맞고 또 그럴 수밖에 없다. 또 통합이라는 당명을 가지니 (과거보다) 더 복잡하다. 앞으로 더 소란해질 것이다.

프레시안 : 불가피한 '소란'이라는 의미인가?

신경민 : 소란을 좀 줄여나가야 하는데, 당이 통합을 통해 만들어지다 보니 그런 기능이 작동되는 체제가 아닌 것 같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임종석 사무총장에 대한 공천이 이후 모든 것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공천장 반납 얘기도 나오는데?

신경민 : 임 총장 공천 문제는 시끄럽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피선거권과 갈등이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공천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지만 임종석 총장은 본인이 아니라 보좌관이 받은 돈이라는 점에서 이화영, 최규식과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민들 눈에는 비슷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참 어렵다. 어느 순간에는 결론을 내려야할 것 같다. 결론 내려야할 순간이 오고 있다.

프레시안 : 임종석 공천 결정이 옳았느냐 그르냐는 질문을 던져 본다면?

신경민 : 내 생각은 있는데 얘기하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의 실정 가운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유린한 것은 매우 큰 부분이다. 언론사들이 최근 잇따라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슈화도 잘 안 되고, 민주당도 별로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신경민 : 사정이 좀 있다. MBC 파업과 미디어렙법 처리 문제가 겹치면서 생긴 문제였다. 미디어렙법은 본사와 지방사가 이해관계가 다르다. 모든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것이다. MBC는 '1공영1민영'을 원했다. 그런데 다수는 '1공영다민영'을 원한 것이다. 미디어렙법 문제로 서로 이견이 있다 보니 민주당이 MBC 파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했다.

미디어렙법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됐으니 그 문제는 대두하기 어려워졌다. 19대 총선 이후로 넘어간 것이다. 당이 그동안 공천 문제에 휩싸이고 한미FTA 논란도 생기고 이슈의 중심에서 뒤로 빠져 있었다. 점점 끄집어낼 것이다. 조만간 집권을 대비한 언론 정책도 내놓으려 한다. 3월 중에는 나올 것이다. 나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정권이 방문진 임명, 사장은 정권의 손자가 될 수밖에"

프레시안 : 방문진 체제가 독립성 유지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복안이 있나?

신경민 : 물론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외국의 경험이 있다. 공영방송이라는 개념도 베껴온 것이다. 전두환은 이름만 빌려 왔고, 88년에도 제대로 베껴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베껴 와서 실행해 볼 필요가 생겼다. 서유럽의 특징 중 하나는 이사회가 정치권력에 예속돼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는 이사장 뿐 아니라 이사들도 정권이 임명하는 사람이 되고 야당 추천 몫은 극소수로 구색 맞추기일 뿐이다. 정치권력이 내리 꽂은 사람들이 뽑은 사장이나 임원은 기본적으로 F2일 뿐이다. 이사와 이사장은 정권의 아들이 되고 사장은 정권의 손자가 되는 것 아닌가. 김재철 사장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지금처럼 정치권이 임명하는 것을 배제하자는 말인가?

신경민 :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이 다수가 되어 지배하는 것은 막자는 얘기다. 외국은 또 이사들의 숫자가 일단 많다. 기본 40~50명이고 한 번에 교체하지 않는다. 1년에 일정 비율만 교체한다. 그들은 자기들을 추천해 준 기관의 이익보다 방송 발전을 위해 일한다. 이 부분은 사회 성숙도지만, 제도적 완비와도 관련은 있다. 검증된 사람을 사장이나 임원으로 뽑고, 임기도 3년 단임으로 끝내지 않는다. BBC 사장 정도 되면 아무리 못 해도 3번 이상은 임기를 지낸다. 충분히 검증된 그 사회의 지성인이 사장이 되기 때문이다. 김재철처럼 갑자기 낙하산으로 내려와 '양아치 사장'이 되는 경우는 없다.

프레시안 : 종합편성채널(종편) 문제도 뜨거운 관심사다. 총선 이후 어떻게 해야할까.

신경민 : 종편은 이미 탄생했다. 탄생한 생명을 어찌할지는 참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만약 종편이 생태계를 교란한다면 그 생산체가 책임져야 한다. 생명체로서 존중 받을만한지 아닌지는 판단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모든 특혜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경민 : 그 문제를 포함해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비슷한 토양에서 자라게 해야지 특별히 물과 비료를 더 주면 안 된다.

"MBC 광고탄압에 뜨겁게 반응하지 않는 사회, 의아했다"

프레시안 : <신경민의 개념사회>를 읽어보니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에 차마 못 할 짓도 많이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MBC 광고탄압 얘기를 털어 놓았다.

신경민 : 1975년에도 동아일보에 광고 탄압이 있었다. 그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욱이 민주화 이후 아닌가. 앵커 하나를 자르기 위해서 광고탄압을 한 것은 엄청난 일임에도 우리 사회가 뜨겁게 반응하지는 않더라. 다소 둔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30년 만에 벌어진, 국가기관이 은밀하게 한 앵커를 자르기 위해 언론사 전체를 탄압한 일이 '카더라'식으로 끝나는 것이 사실 좀 의아하다.

프레시안 : MBC 뿐 아니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도 당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얘기가 있다.

신경민 :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은 다 당했다. 굉장히 많은 사람이 이 일에 종사했을 것이고 여러 기관이 관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들은 증거를 남기지도 않았다. 그런 만큼 정확히 전모가 드러나지는 못했다.

프레시안 : 나중에 청문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신경민 : 청문회 감이다. 정연주, 신경민 몰아내기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찰도 밝혀내야 한다. 사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비리로 사퇴했지만 감옥 가기 전에 방송 탄압 문제도 책임지고 증언해야 한다. 새 제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이상한 일도 규명해야 한다. 그들을 응징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요즘 연합뉴스도 시끄럽다. 일반인들은 공영방송은 알지만 연합뉴스 문제는 더 잘 모르는 것 같다. 국고에서 300억 정도나 받아가는 곳이고 전체 언론의 논조를 이끌어가는 면이 있는데도 그렇다.

신경민 : 연합뉴스는 몇 가지 기능이 있다. 제일 먼저 기사를 쓰는 곳이다 보니 기사의 방향을 결정한다. 연합뉴스가 오보를 내도 한참은 그대로 흘러간다. 아젠더 세팅 기능도 있다. 우리의 의식 속에 연합뉴스가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기자들도 일부만 안다. 연합뉴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 전 단계다. 집단으로 연가투쟁을 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연합뉴스가 일으켰는지 기자들은 다 안다. 써야 될 기사는 안 쓰고, 그렇게 써서는 안 되는 기사는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문제도 심각하게 같이 다뤄져야 한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책 얘기를 잠시 해 보자.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신경민 : 2009년 4월 방송을 그만두고 난 뒤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다양한 세대를 다양한 지역에서 만났는데, 이제껏 별로 볼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중심이었다. 그들과 만나다 보니 취재 현장에서 만난 관료, 정치인, 판검사가 사는 세상과 그들이 사는 세상이 다르더라. 각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알던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끌고 오는 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세계 사람들은 이쪽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질문을 받았다. 왜 이렇게 팍팍하게 됐냐.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느냐. 저쪽 사람들이 믿을 만하냐.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많이 이해도 하고 실망도 하지만, 그럼에도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 체질상 쓸데없는 희망을 주는 일은 못 한다. 근거 없는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어려운 사회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거짓말이다. 구조를 바꾸려면 고민해야 하고 실제 행동도 해야 한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올해가 민주화 25주년이다. 지난 25년간 언론의 성적표를 매겨 본다면?

신경민 : 썩 좋지는 않았다. 보수 언론은 오너십에 꼼짝 못 하게 돼 버렸고, 공영이라는 언론은 정권의 입맛대로 왔다 갔다 했다. 그 안에서 우리가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권 아래 급속하게 몰락한 것을 보면 그것도 사실은 아니었다. 좋은 언론이 되려면 정권, 정치권이 어느 정도 권력과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몇 년이 언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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