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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미쳐 가는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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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미쳐 가는 단어들

요즘 TV를 보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난무한다. 십대들이 하는 말도 아니고 연예인들이 하는 말인데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어를 전공한 교수가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은어나 유행어가 아니라 근거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어휘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말이다. 어제도 이상한 단어를 들었다. 사실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늘 쓰는 말인데, ‘저 문장에서 저 단어가 맞는 말인가?’ 하는 단어를 이르는 것이다.

과거에 ‘개’라는 단어의 의미 변형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세대(베이비 부머)는 ‘개’라는 접두사를 쓰면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개살구’, ‘개나리’, ‘개복숭아’처럼 좀 부족한 것에 붙이는 접사가 ‘개’였다. 지금은 ‘개좋아’, ‘개멋있어’처럼 ‘아주’나 ‘매우’라는 부사 대신 ‘개’라는 접두사(?)를 사용한다. 개를 사람이 모시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 ‘개’라는 단어의 의미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필자는 그런 단어에 머리를 흔들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쳤다’라는 단어가 요즘 유행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요즘 ‘미쳤다’는 말은 의미가 무궁하게 확장되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다.

① 여기 소고기 퀄리티가 미쳤어요.

② 어머나! 태호 봤어? 폼 미쳤어.

③ 한국 농구 진짜 미쳤다.

위에 예로 든 문장들을 보면 ‘미쳤다’가 들어가면 의미가 이상해지는데 현실에서 모두 쓰고 있는 말들이다. ①의 경우는 ‘매우 좋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확실하고, ②에서는 애매하지만 기량이나 외모, 컨디션 등이 최상일 때 사용하는 말인 것 같고, ③은 ‘정상적일 때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아무 때나 ‘미쳤다’를 남발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날씨가 미치기’도 하고, ‘성적이 미치기’도 한다. ‘뭔가 대단하다’고 할 때 이런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 유행어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미치다’의 어근(語根)은 ‘및’이다. 더 올라가면 ‘믿’까지 소급된다. <훈몽자회(訓蒙字會)>에 버면 ‘미칠 광(狂)’으로 나타나 있다. ‘개(犭)+ 왕(王) =狂’의 형태로 이루어진 글자다. 즉 개가 왕 노릇을 하니 ‘제정신이 아닌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정신적으로 ‘마음’에 이상이 온 것을 이른다. ‘미치다(狂)’의 15세기 고어는 <미치다(釋譜詳節)>이며, ​‘미치다(及)’의 15세기 고어는 <및다(釋譜詳節)>이다. 그러므로 ‘제정신이 아닌 것’은 ‘미치다’이고, ‘도착하다’에 해당하는 말은 ‘및’이 어근임을 알 수 있다. 미친 현상은 주로 언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미치다(狂)’의 어근은 ‘묻(言)’과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즉 어근이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어사전>에 나타난 ‘미치다’의 기본 의미를 살펴보자. ‘1. 정신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되다 2.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지나치게 심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열중하다 3. 상식에 지나치게 벗어난 행동을 하다’라고 타나나 있다. 우리는 주로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을 미쳤다고 일컬어 왔다. 물론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열중’하거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이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예문을 보자.

저놈은 또 ‘미친 여편네 떡 퍼 돌리듯’ 하는군.

그렇게 순수하던 태호가 갑자기 돈에 미쳤다는군.

옆집 아주머니는 아들이 죽자,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돌아다녔다.

와 같이 쓴다. ‘미친 여편네 떡 퍼 돌리듯’이라는 말은 ‘정신 나간 미친 여자가 헤아림도 없이 있는 떡을 닥치는 대로 퍼서 돌리듯 한다는 뜻으로, 타산 없이 있는 대로 마구 내다 쓰거나 헤프게 쓰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유행어로 잠깐 즐기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즐기는 것도 정도에 맞게 즐겨야 한다.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말을 쓰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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