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만들면 비지가 남고 맥주를 거르면 젖은 보리 찌꺼기가 쌓이며 커피를 내리면 원두 찌꺼기가 나온다. 우리는 이것들을 당연히 버려야 할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런데 이 '찌꺼기'의 상당수는 실은 멀쩡한 식재료다. 단지 우리가 알맹이만 챙기고 나머지를 버려 왔을 뿐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그 버려지던 것을 다시 먹거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재활용과는 결이 다르다. 재활용이 폐기물을 다른 쓰임으로 낮춰 돌리는 일이라면 업사이클링은 부산물을 처음보다 더 가치 있는 식품으로 끌어올린다. 미국의 업사이클푸드협회는 이를 '사람이 먹을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을 재료를 검증된 공급망을 거쳐 환경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쓴 식품'으로 정의하고 인증 제도까지 두고 있다. 버리던 것을 주워 쓴다는 소극적 발상이 아니라 애초에 식품 사슬에서 빠져나갈 자원을 붙잡아 둔다는 적극적 개념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주목 받고 있는가? 생산한 먹거리의 상당 부분이 먹히지 못하고 버려진다. 유엔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약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버려진다고 본다.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서 메탄을 내뿜어 기후에 부담을 주고 그 음식을 기르는 데 쓴 물과 땅과 에너지까지 함께 허비된다.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는 일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효율이 높은 환경 전략이다. 앞선 글들이 '무엇을 새로 만들까'를 물었다면 업사이클링은 '이미 가진 것을 왜 버리는가'를 묻는다.
구체적인 쓸모는 생각보다 가깝다. 두부 공정에서 나오는 비지가 좋은 예다. 사실 우리에게 비지는 버려지던 것이 아니다. 비지찌개로 끓이고 전으로 부쳐 오래전부터 상에 올린, 엄연한 요리의 재료였다. 서구가 뒤늦게 발견한 것을 우리는 이미 밥상에서 실천해 온 셈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이 비지를 말려 가루로 만들면 베이킹용 밀가루를 일부 대신할 수 있는데 미국의 리뉴얼밀 같은 기업이 두유·두부 부산물을 가루로 되살려 내놓은 사례가 알려져 있다.
맥주를 거르고 남은 보리 찌꺼기도 마찬가지다. 리그레인드 같은 기업은 이 맥주박을 가루로 가공해 통밀가루보다 섬유질과 단백질이 몇 배 많은 재료로 바꿔 과자와 스낵에 넣는다. 커피 열매에서 원두를 빼고 남는 과육, 곧 카스카라는 차와 음료의 원료로 되살아나고 과일과 채소를 가공하고 남은 껍질과 자투리는 말려 가루로 만들어 식품에 섞인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버려지던 부분이 오히려 섬유질과 영양이 알찬 재료라는 사실이다.
사실 한국의 식문화에는 이런 토대가 깊다. 앞서 본 비지찌개가 그렇고 술을 거르고 남은 술지게미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요기로 삼던 부산물이다. 버리지 않고 끝까지 쓰는 지혜가 밥상에 오래 배어 있었다. 최근에는 커피 찌꺼기가 순환 자원으로 제도적으로 인정받아 사료와 비료, 고형 연료, 식품 소재로 폭을 넓히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을 모아 가공식품으로 되살리는 시도, 빵 공장과 양조장의 부산물을 되돌려 쓰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물론 조건이 붙는다. 부산물이라고 무엇이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수분이 많은 비지나 맥주박은 금방 상하므로 신속한 건조와 위생 관리가 전제되어야 하고 중금속이나 곰팡이 독소 같은 위해 요소를 거르는 기준도 필요하다. 모아서 가공하고 유통하는 비용이 원재료보다 비싸지면 사업이 서지 않는다는 현실적 벽도 있다. 업사이클링이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품질과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낭비다.
푸드 업사이클링의 미덕은 화려한 신기술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 있다. 없던 것을 만드는 대신, 있던 것을 끝까지 쓰는 일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식재료는 새로 길러 낸 무엇이 아니라 버려질 뻔한 것을 되살린 재료일 수 있다. 미래의 밥상은 더 많이 생산하는 쪽이 아니라 덜 버리는 쪽에서도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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