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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먹거리 이야기] ⑨나만을 위한 식단, 개인맞춤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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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먹거리 이야기] ⑨나만을 위한 식단, 개인맞춤영양

같은 음식, 다른 몸

▲ 같은 새우버거 한 개도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접시 위 음식은 하나여도 그 음식이 그리는 혈당의 곡선은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 ⓒ프레시안(문상윤)

같은 빵을 먹어도 누구는 혈당이 크게 치솟고 누구는 잔잔하다. 영양학이 오랫동안 전제해 온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말이 흔들리는 지점이 여기다. 좋은 음식은 있어도 모두에게 똑같이 좋은 음식은 없을지도 모른다. 개인맞춤영양은 이 어긋남에서 출발한다.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가 2015년 학술지 셀에 발표한 연구다. 연구진은 800명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고 4만 6000끼가 넘는 실제 식사를 기록했다. 결과는 상식을 뒤집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 반응은 사람마다 크게 달랐다. 어떤 이에게는 밥보다 아이스크림이 혈당을 덜 올리기도 했다. 연구진은 개인의 혈액 지표와 식습관, 신체 활동, 그리고 장내 미생물 정보를 학습시킨 알고리즘으로 각자의 혈당 반응을 예측했고 그 예측에 맞춘 식단이 실제로 혈당을 낮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발견은 곧 대규모 연구로 이어졌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등이 1000명 넘게 참여시킨 프리딕트(PREDICT) 연구는 표준화된 같은 식사에도 식후 반응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주었다. 중성지방 반응은 개인 간 차이가 두 배에 달했고 혈당과 인슐린 반응의 편차도 컸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는가 살폈더니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뿐 아니라 식사 시간과 순서, 수면, 운동, 나이와 성별까지 얽혀 있었다. 같은 음식이 다른 몸에서 다르게 작동하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맞춤영양은 이 여러 정보를 읽어 각자에게 맞는 식사를 설계하려는 시도다. 크게 세 갈래의 데이터를 본다. 첫째는 유전자다. 카페인 대사나 특정 영양소의 처리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형을 읽어 식단에 반영한다는 뉴트리지노믹스가 여기 속한다. 둘째는 장내 미생물이다. 같은 섬유질을 먹어도 장 속 미생물의 구성에 따라 몸이 얻는 결과가 달라진다. 셋째는 실시간 반응 데이터, 곧 혈당 측정이다. 팔에 붙이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당뇨 환자를 넘어 일반인의 건강관리 도구로 번지면서 자신이 먹은 음식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가능성은 분명하다. '하루 몇 그램을 먹으라'는 획일적 권고가 놓치던 개인차를 데이터가 메워 줄 수 있다. 대사 건강과 체중 관리, 당뇨 전 단계의 조절에서 맞춤 접근의 잠재력이 크다. 남이 아니라 내 몸의 반응을 근거로 삼는다는 점에서 영양 조언이 처음으로 개인의 것이 된다.

그러나 과장을 걷어 내야 할 자리도 그만큼 많다. 우선 근거의 성숙도다. 혈당 반응의 개인차는 잘 입증됐지만 유전자 검사만으로 식단을 정해 준다는 서비스의 예측력은 아직 빈약하다. 학계는 상업용 유전자 기반 영양검사를 지금 단계에서 권하기 어렵다고 본다. 검사 결과가 실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이 과학을 앞질러 달리는 형국이다.

상업화의 그늘도 짙다. 맞춤영양은 검사 키트와 구독 서비스, 영양제 판매로 곧장 연결된다. '당신만을 위한'이라는 말은 매력적인 만큼 상술로 흐르기 쉽다. 유전 정보와 건강 데이터라는 극히 민감한 정보가 기업의 손에 쌓이는 문제, 검사와 기기의 비용이 만들어 낼 건강 격차도 가볍지 않다. 건강한 사람이 혈당 그래프의 작은 봉우리에 집착하며 먹는 즐거움을 잃는 역설도 이미 나타난다. 정상 범위의 혈당 변동은 몸의 자연스러운 작용이지 병이 아니다.

개인맞춤영양의 진짜 통찰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겸손한 사실 하나에 있다. 사람의 몸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하게 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그 데이터가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사라는 기본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맞춤은 기본 위에 얹는 미세 조정이지 기본을 건너뛰는 지름길이 아니다. 내 몸에 맞는 식단을 찾는 가장 확실한 길은 여전히 잘 자고 잘 움직이며 골고루 먹는 오래된 원칙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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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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