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소속 과장급 공무원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국회 약식 기자회견에서 '일반인'을 자칭하며 두어 차례 질문을 한 사건과 관련, 총리실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해당 과장에게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10일 밤 10시께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직 공직자가 국회의원의 기자회견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질문한 것은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처신으로, 이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했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앞서 총리실 소속 이모 과장은 이날 오후 한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약식 질의응답(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총리가 수사지휘를 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실제로 총리가 수사를 지휘한다고 생각하느냐", "(지휘가 아니라) '확인'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했고, 이에 한 의원이 '어디 기자냐'고 묻자 "일반인"이라고 했다가 결국 신분이 들통났다.
한 총리는 그러나 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사태에 대해 따져묻자 해당 인물이 "총리실 직원"이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한 의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질의응답을 받고 있었고, 지나가던 저희 직원이 '(총리는) 수사지휘가 아니고 확인을 한 거다'라고 물어본 것 같다"며 "이것을 사찰이라고 한다면, 지나가면서 공개된 장소에서 질문하는게 사찰이라면 모든 순간 사찰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총리실이 이날 밤 낸 '보도해명자료' 역시 이 사안에 대한 직접적 입장 표명이라기보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형식을 취했고, 게다가 이 자료의 제목은 "한동훈 의원, 총리실 공무원이 기자회견장 ‘잠입‘, ‘사찰’ 주장 보도 관련 → 공개된 장소에서의 우연한 즉흥 질문일 뿐, ‘사찰’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님"이었다.
총리실은 이 자료에서 "국조실 소속 A과장은 대정부질문 관련 업무를 위해 국회 출장 중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 중인 한동훈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게 됐다"며 "A과장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 중이던 기자회견 현장을 동료와 함께 우연히 지나치다 즉흥적으로 궁금했던 점을 질의한 것으로, 참석이 제한된 기자회견장에 의도적으로 '잠입'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A과장이 (총리와 총리실 직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열고 질의한 이유는 자신이 올린 한동훈 의원의 SNS 문구를 정확히 읽기 위함이었다"며 "따라서 한 의원 측에서 주장하는 '의원 사찰'이나 '총리의 지시' 등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총리의 답변과 총리실 보도해명자료는 모두 해당 과장의 행동이 '사찰' 또는 '잠입'이냐 아니냐 하는 지엽적 사안에만 초점을 둔 답변으로, 의정활동의 일환인 야당 의원의 기자회견에 총리실 공무원이 끼어들어 발언한 사태의 엄중함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
한 의원은 총리실 해명자료가 나온 후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저에 대해 사과가 아닌 적반하장 비난을 하면서, 혼자 아무 이유 없이 한 거고 별거 아니니 경고로 덮겠다고 한다"며 "앞으로도 프락치식 사찰 계속하겠다는 말 같다.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 의원은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 '누구나 지나가다 질문할 수 있다'고 하는 총리실의 뻔뻔함에 놀란다"며 "왜 2차례에 걸쳐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했는지는 억지 설명조차 못 한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짓말했다. 사찰과 정치중립 위반이란걸 알기 때문에 총리실 공무원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이 사안을 문제삼고 나섰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무총리실 간부가 일반 시민인 것처럼 하고 국회의원에게 질의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리나 국무조정실장 지시 없이 과장급 직원이 의원에게 본인 신분을 속이고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상당히 큰 의구심이 있고, '엄중 경고'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전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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