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 2월 통보받은 보통교부금 약 939억 원을 제때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데다, 뒤늦게 편성한 제2회 추경에서는 683억 원을 구체적인 사용계획 없이 기금에 적립해 전북특별자치도의회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추경 사업을 제출하려 했지만 교육청 담당자가 "윗선과 협의된 사업만 받겠다"며 사실상 요구를 차단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전북교육청의 예산 편성 원칙과 절차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한정수 의원은 4일 열린 제431회 제1차 정례회 교육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전북교육청이 지난 2월 통보받은 보통교부금 약 939억 원을 6월 제1회 추경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교육청 측은 당시 추경이 정부 방침에 따른 긴급 민생 추경이어서 관련 사업 위주로 편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세입이 발생하면 추경에 반영해 의회의 심의를 받고 세출을 결정해야 한다"며 "교육청이 939억 원을 편성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이 법이나 조례 어디에 규정돼 있느냐"고 따졌다.
예산과장은 이에 대해 "추경은 바로 반영하는 것이 맞다"며 "7월 추경이 열리지 않으면서 남은 교부금 약 940억 원을 이번에 편성하게 됐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 의원은 전북교육청이 이번 제2회 추경 1415억 원 가운데 683억 원을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에 적립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전북도는 긴급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500억 원의 채권까지 발행했는데 교육청은 돈이 있는데도 세입으로 편성하지 않고 집행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편성한 뒤 다시 683억 원을 기금에 넣는 것은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집행하려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의 사업 요구를 교육청이 사전에 차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의원은 "학교에서 필요한 사업을 제출하려 했지만 담당자가 '윗선과 협의된 사업만 받겠다'고 해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업 요구를 먼저 받은 뒤 필요성과 시급성을 심사해야지, 제출 자체를 막는 것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정기 부교육감은 "그런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예산과장은 담당자의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추경이 아니라 내년도 본예산에 요구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앞으로 다시 '윗선과 협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면 감사 대상"이라며 "교육청이 사업 요구 자체를 받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기금 적립이 내년도 본예산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우회 수단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교육청 측이 적립금의 최대 90%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답변하자 한 의원은 "추경에 편성하지 않고 기금에 적립했다가 내년 본예산에서 꺼내 쓰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자초했다"며 "내년도 본예산에 이번 기금을 편성한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 과정에서 이영환 정책국장 등 교육청 간부들이 기금 사용 기준에 대해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거나 즉시 답하지 못하면서 예산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추경에 반영된 '진로진학교육원 설립비' 80억 원의 편성 과정도 쟁점이 됐다.
한 의원은 기존에는 독립기관 설립이 검토됐지만 이번에는 미래교육캠퍼스 안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면서 "사업의 방향이 바뀌었는데도 의회에 변경 과정과 근거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가예산 한 푼을 더 확보하기 위해 세종과 서울, 국회를 뛰어다니는데 교육청은 확보된 재원조차 제때 편성하지 않았다"며 "세입·세출 편성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의회 보고도 허투루 하는 것은 예산 행정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질의를 한 이병도 의원도 전체 추경의 약 48%에 해당하는 683억 원을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에 적립하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 의원은 "기금이라면 분명한 사업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청은 앞으로 교육환경 개선에 사용하겠다는 설명만 하고 있다"며 "최소한 향후 3년 이내 어느 학교를 증축하거나 체육관을 건립하는지 등의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대규모 교육시설이나 태양광 시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구체적인 적립 목적을 물었다.
유 부교육감은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고, 새로운 대규모 시설사업을 예상해 기금을 적립한 것도 아니다"며 "이번 추경 이후 남은 기간이 짧아 시설예산을 편성하면 불용될 가능성이 커 기금으로 적립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올해 말이면 기존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이 모두 소진될 예정"이라며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설사업에 필요할 경우 이번 적립금 일부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결국 구체적인 사용계획 없이 돈부터 쌓아두고 보자는 식의 예산 편성 아니냐"며 "추경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인데도 어디에 쓸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고 유 부교육감은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교육감의 공약사업으로 분류된 258억3000만 원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이 공약사업을 분석한 결과 기존 계속사업이 약 193억 원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고, 국가 공모 대응사업이 약 45억 원이었다. 실질적인 신규 공약사업은 20억 원가량에 그쳤다.
이 의원은 "기존 계속사업과 국가 공모사업을 공약사업으로 분류한 것이 실제 공약 추진을 위한 것인지, 공약 이행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부교육감은 "기존 사업이라도 현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일치하고 공약 추진에 필요한 사업이라면 공약사업으로 분류해 관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아직 공약관리위원회의 심의조차 끝나지 않은 사업을 추경에 반영한 점도 지적됐다. 천 교육감의 최종 공약 이행계획은 오는 10월 말 확정될 예정이지만, 교육청은 그에 앞서 일부 사업을 이번 추경안에 포함했다.
특히 제1회 추경 심사에서 삭감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구독료와 에듀테크 활용 교육 지원 예산이 공약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출되면서 의회를 경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 부교육감은 생성형 AI 서비스 구독료에 대해 "전북GPT 관련 계약이 오는 10월 12일 종료돼 11월과 12월에 필요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공약사업은 교육감이 임기 동안 도민과 교육공동체에 약속한 정책 방향이자 막대한 교육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며 "속도보다 절차와 재정의 적정성, 사업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위원회 질의는 전북교육청이 939억 원의 세입을 제때 편성하지 않은 채 보유한 이유와 뒤늦게 편성한 추경 재원의 절반가량을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기금에 적립한 배경, 확정되지 않은 교육감 공약을 서둘러 추경에 반영한 절차가 적절했는지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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