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글이 '무첨가'와 'MSG'처럼 공포를 파는 말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정반대편의 말을 이야기하려 한다. '면역력에 좋다', '기억력 개선', '혈행 개선'. 부모님 댁 식탁 한편에 그리고 내 책상 서랍에도 이런 문구가 붙은 알약과 분말이 늘어간다. 명절 선물로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몸에 좋다'는 말은 대체 누가, 어디까지 보증해 주는 걸까? 약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한 식품도 아닌 이 물건들의 정체를 식품을 공부한 사람의 눈으로 차분히 들여다보려 한다.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은 다른 말이다
가장 먼저 정리할 것이 있다. 우리가 뭉뚱그려 부르는 '건강식품'과 법으로 정해진 '건강기능식품'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로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 기능성과 안전성을 평가해 인정한 제품이다. 반면 시중에서 '몸에 좋다'며 파는 수많은 '건강식품', '○○즙', '○○환' 상당수는 이런 평가를 거치지 않은 그냥 일반식품이다.
둘을 가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품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와 인증 도안(마크)이 찍혀 있는지 보는 것이다. 이 마크가 없다면 아무리 '건강'을 앞세워도 식약처가 기능성을 인정한 제품이 아니다. 그리고 이 마크가 있는 제품만이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같은 기능성 표시를 법적으로 쓸 수 있다.
기능성에도 '급'이 있다, 말의 무게를 읽는 법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식약처가 인정하는 기능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 둘은 표현의 무게가 다르다.
하나는 '질병 발생 위험 감소 기능'이다. 근거가 비교적 탄탄한 경우로 '○○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줌'이라고 다소 힘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칼슘·비타민D와 골다공증, 자일리톨과 충치의 관계처럼 그 예가 많지는 않다.
다른 하나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리활성기능'으로 여기에는 반드시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이 붙는다. '도움을 줌'(단정)과 '도움을 줄 수 있음'(가능성)은 한 글자 차이 같지만 과학적으로는 큰 차이다. 후자는 '치료한다'가 결코 아니라 '거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경계를 넘어 '치료', '완치', '특효' 같은 말을 쓰면 곧바로 허위·과대광고가 된다.
참고로 예전에는 이 생리활성기능을 1·2·3등급으로 나눴다. 그런데 낮은 등급조차 마치 '식약처가 인증한 무슨 등급'인 양 광고에 이용되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부작용이 컸다. 결국 이 등급제는 폐지되었다. 인증의 언어가 오히려 오해의 도구가 되었던 셈이다.
'개별인정형'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건강기능식품 광고에서 '개별인정형 원료'라는 말이 프리미엄처럼 쓰이는 것을 자주 본다. 이것도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는 두 종류다. '고시형'은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처럼 안전성과 기능성이 이미 충분히 검증되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목록에 등재된 원료다. '개별인정형'은 어떤 기업이 스스로 안전성과 기능성 자료를 갖춰 식약처의 개별 심사를 통과해 인정받은 그 회사만 쓸 수 있는 원료다.
새로운 원료를 개발해 상당한 연구비와 시간을 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개별인정형이라 더 좋다'는 것은 오해다. 개별인정은 '새롭게 인정받았다'는 뜻이지 '효과가 더 강력하다'는 보증이 아니다. 오래도록 검증된 고시형 원료가 근거 면에서 더 두터운 경우도 많다. '개별'이라는 단어의 희소성을 효능의 크기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만능도 아니고, 무용도 아니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은 먹을 가치가 있는 걸까. 여기서 균형이 필요하다. 나는 두 극단을 모두 경계한다.
한쪽 극단은 맹신이다. '식약처가 인정했다니 약처럼 들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분명히 식품이지 약이 아니다. 그 역할은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보충하거나 건강을 '거드는' 데 있지 병을 치료하는 데 있지 않다.
실제로 기능성이 인정된 원료라도 효과의 크기는 대체로 완만하고 사람마다 다르며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반대편 극단은 냉소다. '어차피 다 플라시보'라는 태도다. 그러나 이것도 지나치다. 적어도 식약처의 평가를 통과한 원료는 아무 검증 없이 '몸에 좋다'고만 하는 즙·환과는 근거의 수준이 다르다. 요컨대 건강기능식품은 마법의 알약도 전부 헛것도 아니다. '근거가 있는 보조 수단' 딱 그만큼으로 보면 정확하다.
한 가지 더, 안전에 관한 이야기다. '식품이니 많이 먹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지용성 비타민처럼 과하면 오히려 해로운 것도 있고, 오메가3나 일부 추출물처럼 복용 중인 약(특히 혈액 관련 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원료도 있다.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챙겨 먹다 특정 성분이 중복 과잉되는 일도 흔하다. 지병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새 건강기능식품을 시작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정보를 읽는 힘
세 편에 걸쳐 우리는 식탁 위의 말들을 살펴봤다. '무첨가'라는 공포의 말(1편), 'MSG'라는 누명의 말(2편), 그리고 오늘 '몸에 좋다'는 기대의 말(3편). 공포를 파는 마케팅과 희망을 파는 마케팅은 방향만 반대일 뿐, 소비자의 판단을 흐린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리고 그 흐림을 걷어내는 도구도 똑같다. 앞면의 큰 글씨가 아니라 뒷면의 표시를 읽는 힘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면 확인할 것은 분명하다.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지, 어떤 기능성을 어떤 표현('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인정받았는지, 기능성 원료가 하루 필요량만큼 충분히 들었는지, 그리고 '치료·완치'를 내세우지는 않는지. 정책은 질병 치료로 오인시키는 과장 광고를 계속 걸러내야 하고, 소비자는 그 표시를 읽는 눈을 길러야 한다.
결국 '몸에 좋다'는 말을 보증하는 것은 화려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그 뒷면에 적힌 근거와 그것을 읽어내는 우리 자신이다. 다음 편에서는 요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초가공식품'이 정말 우리가 두려워할 만한 것인지 그 실체에 대해 이야기 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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