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정유미 검사장을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한 법무부 인사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가 검찰청법상 허용되지 않는 '강등' 징계를 했다는 정 검사장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사실상 자발적 사직을 유도할 정도의 이례적인 전보인사 조치를 하면서도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아 인사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다.
정 검사장은 수사·기소권 분리, 검찰청 폐지 등 현 정부의 검찰개혁 현안은 물론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과 같은 주요 사안마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인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11일 정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정 검사장에 대한 인사 처분이 국가공무원법상 '강등'에 해당하진 않는다면서도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는 처분'이라는 전제 하에 각 쟁점을 살펴봤다고 밝혔다.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보수를 감액하는 등 법령상 강등의 조건을 충족하진 않지만, 사실상 좌천성 인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정 검사장에 대한 인사 처분의 동기 및 목적 측면에서 법무부가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창원지검 검사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매우 이례적으로 인사 처분이 이뤄졌으며, 관행에 비춰봤을 때 법무부가 의도한 것은 정 검사장의 자발적 사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절차적으로도 사전통지 및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원고에게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면 징계 절차를 거쳐 징계를 함이 상당함에도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법무부가 정 검사장을 징계한 근거 중 일부에 대해서는 그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무부는 정 검사장이 창원지검장 재직 당시 '명태균 게이트' 수사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으며 이를 근거로 인사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언론 및 국정감사를 통해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돼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것만으로 정 검사장이 부실 수사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단지 어떠한 의혹,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인사상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인사처분 사유인 정 검사장의 내부망 게시글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며 일부 법무부의 징계 취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 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검찰권 행사의 적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무조건 제한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중립성, 신중성 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해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정 검사장은 판결 직후 취재진에 "원칙을 회복시켜달라는 것을 이렇게 힘들게 요구해야 할 일인가 싶다"며 "법무부가 항소를 통해 불필요하게 사람을 힘들게 할지 안할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핵심 쟁점이었던 강등 부분은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고 나머지 절차적 부분은 항소해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던 작년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대검검사(검사장급)에서 고검검사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정 검사장은 인사 발표 이튿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앞서 법원은 인사 처분으로 인해 정 검사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지는 않았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4월 법무부는 '검사 인사 및 관련 위원회 규정' 제정령안을 통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의 재직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직위를 강등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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