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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주 자임추모공원 사태, 전북도와 전주시 사이에서 멈춘 대응…“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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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주 자임추모공원 사태, 전북도와 전주시 사이에서 멈춘 대응…“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② 허가와 승인,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

▲ 자임추모공원 유가족들이 지난 27일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자임추모공원에서 유골함을 들고 전북도청까지 이어진 상여행진에 나서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 ‘민간 분쟁’이라는 선 긋기…행정은 어디까지 책임지나

자임추모공원 사태를 둘러싼 행정의 기본 입장은 분명하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는 해당 사안을 ‘민간 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보고 대응해 왔다.

전북도 관계자는 “소유권과 운영 주체 문제가 얽혀 있어 행정이 직접 개입하기에는 법적 한계가 있다”며 “관련 법령 범위 내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시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이후 시설 폐지 절차를 검토 중이지만, 정산과 소송 등으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행정이 전면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행정의 인식과는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허가로 시작된 시설인데, 문제가 생기자 민간 분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허가와 승인이라는 공적 절차로 만들어진 시설이라면, 최소한 유골 보호와 추모권 보장까지는 행정의 책임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전주시 “당시 판단 문제 없다”…논란의 출발점 부인

전주시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시는 이번 사태의 출발점으로 지목되는 2017년 봉안시설 운영 신고 수리와 관련해 “당시 결정에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결정은 법적 검토와 재량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전주시는 “봉안시설 이용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판례와 법적 검토를 바탕으로 신고 수리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담당자가 충분한 검증을 거쳐 재량권을 행사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판단 이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경매 절차가 진행됐고, 이후 소유권 분쟁과 시설 폐쇄로 이어지면서 유가족 피해로 현실화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위험 신호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주시는 “현재 발생한 문제는 전례 없는 사례”라며 “조례 개정 등 제도 보완을 통해 유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추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3월 2일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열린 자임추모공원 사태 집회를 마친 유가족들이 전주시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 1년 넘게 반복된 혼선…“책임은 계속 이동했다”

행정 대응 과정 전반에서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은 ‘책임의 분산’이다.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법인 인허가를 담당하는 전북도와 시설 인허가를 담당하는 전주시의 권한이 나뉘어 있는 구조에서 발생했다. 문제 발생 이후에도 이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면 도는 시를, 시는 다시 법인과 도의 영역을 말하는 대응이 반복됐다”는 불만이 이어진다.

실제 행정 대응에서도 혼선은 반복됐다. 민원 처리 과정에서 담당 부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거나, 문제 해결의 중심이 일관되게 유지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북도의회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오현숙 전북도의원은 “문제 발생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전북도와 전주시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은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 설립 허가를 담당한 부서와 실제 민원 처리 부서가 달리 운영되면서 책임 있는 대응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비판했다.

▲ 오현숙 전북도의원이 지난 11일 제4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상대로 자임추모공원 사태와 관련한 행정 대응을 질의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터넷방송 캡처


◇ 전북도 “TF 구성해 대응 중”…체감과는 거리

전북도는 사태 해결을 위해 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각 부서가 역할을 나눠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유가족 추모권 보장을 위해 시설 개방과 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절 기간 공무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추모를 지원한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유가족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자임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대응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행정이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과 달리,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 허가 취소 이후 더 커진 공백…“이제는 누가 책임지나”

최근 전북도가 재단법인 자임에 대해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전북도는 법인 허가 조건 위반과 재산 유지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자임 측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조치가 또 다른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 허가가 취소되면서 기존 운영 주체의 법적 기반은 약화됐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관리 체계가 즉시 마련된 것도 아니다. 전주시는 시설 폐지 절차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그 사이 시설 운영과 관리 책임은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로 남아 있다.

유가족들은 “허가 취소는 당연한 조치지만, 이제는 관리 주체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라며 “행정이 책임지고 정상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허가 취소 이후 유골 관리와 추모권 보장의 최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지난 3월 2일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열린 자임추모공원 사태 집회에서 유가족들이 ‘하늘로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적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 남은 건 ‘책임 정리’…여전히 흐릿한 관리 주체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단순한 대응 지연을 넘어선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법인 인허가와 시설 인허가 권한이 나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책임은 분산됐고, 행정 대응은 뒤늦게 이뤄졌다.

그 사이 유골 관리와 추모권 문제는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로 이어졌고, 그 부담은 유가족들에게 그대로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도청까지 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관리 주체는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유골 관리와 추모권 보장을 둘러싼 책임 역시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권한은 나뉘고 책임은 흐려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이 이 구조를 어떻게 정리할지, 그 책임 정리가 이번 사태의 핵심 과제로 남고 있다.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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