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농촌 현장의 숨은 그늘을 걷어내기 위한 변화를 예고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둘러싼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이다.
24일 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경기도 인권위원회 제5기 회의(3월 10일)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국제 인권 기준과 국내 법령을 반영한 ‘8대 제도 개선 권고안’을 담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중심에 둔 정책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는 농번기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단기간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도는 2021년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중개인의 불법 개입, 언어 장벽, 열악한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권고안은 △중개인에 의한 인신매매 피해 대응체계 구축 △다국어 표준근로계약서 교부 및 설명 의무화 △다국어 임금명세서 교부 강화 △주거 환경 개선 △통합 권리 구제 체계 마련(24시간 핫라인) △계절노동자 인권교육 예산 지원 및 다국어 교육자료 개발 △고용주 책임 강화 및 컨설팅 지원 △시군 전담 인력 확충 등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개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도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계절노동자와 고용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0명 중 30.3%가 중개인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지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에서 중개인의 개입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언어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사 대상의 95.8%가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자신의 모국어로 번역된 근로계약서를 받은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주거 환경 역시 일부 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내 임시 가건물에서 생활하는 등 개선이 시급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폭언이나 성희롱, 여권 압수 등 인권 침해를 겪고도 대응 방법을 몰라 참고 넘어갔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제도 미비를 넘어, 구조적인 보호 장치의 부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는 이번 권고안을 통해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계절노동자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며 “부당한 착취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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