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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대란' 박삼구 기자회견, 제 2의 조양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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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내식 대란' 박삼구 기자회견, 제 2의 조양호 그림자?

"총수의 그룹 사유화가 근원" 비판 쇄도

희대의 '기내식 대란'을 일으킨 아시아나 항공의 오너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2의 조양호'가 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급기야 박 회장은 4일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사과를 하며 사태 진화에 직접 나섰다.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은 '기내식 사태'에 대해 탑승객과 임직원에게 사과한다는 수준에 그쳐, 이번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오는 6일과 8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삼구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를 열고 박 회장을 비롯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번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배경에 박 회장이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기내식 공급업체를 교체했다는 의혹으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게다가 기내식 공급업체의 하청업체 대표가 물량을 감담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전해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00여 명의 직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침묵하지 말자’라는 이름의 채팅방에 모여 대한항공 직원들처럼 '직원연대'를 결성해 행동에 나섰다.

직원들은 이 채팅방에서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관련해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의혹, 금호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박삼구 회장의 사익 편취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의 직접적 원인이 된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에 박 회장이 필요했던 1600억 원의 투자금 유치 문제가 걸려있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등 박 회장의 무리한 경영 행태를 집회에서 성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사과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무리한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 대체 왜?


업계에 따르면,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관계가 있다.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자금난에 빠졌고, 2010년 산업은행을 대표로 하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그룹의 역사를 상징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면서 수천억 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채권단은 박 회장 개인의 단독입찰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박 회장이 그룹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결국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말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에도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을 통해 1600억 원 이상을 조달하다가 '기내식 대란'까지 일으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5년간 안정적으로 기내식을 공급해 오다가 교체된 LSG(루푸트한자 스카이셰프그룹.루프트한자 자회사)가 업체 변경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4월 공정위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LSG의 신고내용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지난 2016년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이 발행한 1600억~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20년간 이자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사줄 것을 요구했지만, 본사 루프트한자에서 배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거부하라는 지침에 의해 아시아나 측의 요구를 거부하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했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계약연장 거부'나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하는 뚜렷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미 지난해 7월 무혐의로 종결처리했다.

아시아나 측도 중국 하이난항공그룹과 협상해 30년 장기계약에 무이자로 1600억 원 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하는 좋은 조건이 성사돼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교체된 기내식 공급업체가 하루 3만 명분의 기내식을 공급할 역량을 가진 것으로 검증된 업체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 40% 지분으로 참여해 하이난항공그룹과 함께 신설한 합작회사(GGK)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 짓는 GGK의 공장에 불이 났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GGK가 정상화될 때가지 3개월 시한으로 대체 공급업체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하루 3만 명분의 기내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갑자기 찾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3000명분을 공급할 여력밖에 없는 샤프도앤코라는 업체와 임시계약을 맺을 때부터 기내식 대란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내식을 공급할 협력업체들을 총동원하면 하루 3만 명분의 물량은 생산할 수 있어도, 기내식을 포장·수송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워 이런 작업까지 차질없이 해낼 협력업체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과 샤프도앤코와의 계약에는 30분 이상 공급 지연 시 음식값의 절반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15분 지연 시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협력업체까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등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자, 화인CS라는 협력업체 대표가 물량을 대느라 이틀을 잠을 자지도 못하고 직원들과 일하다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비극이 생겼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박삼구 회장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미 한 법무법인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들에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아시아나항공은 회사가 아닌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꿨다"면서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누리 측은 "상법은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은 적법한 이사회 결의조차 없이 기내식 사업권을 금호홀딩스의 자금조달을 위해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리조트 경영 경험이 전무한 박 회장의 딸 박세진(40)씨가 전업주부에서 하루아침에 지난 1일 금호리조트 상무로 발령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박 회장 총수 일가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박 상무가 호텔경영 등에 전문지식이 있다는 등 옹호하고 있지만, 전업주부로 있다가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절차 없이 곧바로 상무로 발탁된 것은 '금수저 인사'일 뿐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물컵 갑질'을 계기로 온갖 비리가 폭로돼 총수 일가가 줄줄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특히 그룹을 사유화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회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아시아나 국제선 여객기들이 기내식을 싣지도 못하고 이륙하는 이른바 '노밀(NO MEAL) 사태'는 지난 1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4일에도 수십편의 국제선 여객기는 '노밀' 상태로 출발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동안 출발이 지연된 아시아나 항공기는 63편, 기내식이 아예 실리지 않은 항공기는 107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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