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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도의회는 넘었지만… ‘절차 생략’ 논란 안고 국회 문턱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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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도의회는 넘었지만… ‘절차 생략’ 논란 안고 국회 문턱에 서다

시·군 의견 수렴 없는 속도전에 경북 북부권 반발 확산…‘절차적 정당성’ 국회 입법 쟁점 부상

특별법 2~3월 처리 목표에도 공청회·주민투표 미실시 논란…패스트트랙 흔들릴 가능성

이강덕 포항시장 “탑다운 통합은 정당성 없다”…통합의 역사성 vs 민주적 숙의 충돌

▲경북도의회가 지난 28일 제360회 임시회에서 경북도가 제출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의견 청취안’에 찬성 46명, 반대 11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경북도의회 제공

경북도의회가 ‘대구·경북 행정통합 의견 청취안’을 가결하며 통합 추진이 중대 분수령을 넘었지만, 시·군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된 채 속도전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국회 입법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경북 북부권과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절차적 정당성 결여’ 문제는 향후 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 도의회 가결…행정통합, 제도적 궤도에 오르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28일 제360회 임시회에서 경북도가 제출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의견 청취안’을 찬성 46명, 반대 11명, 기권 11명으로 가결했다.

앞서 대구시의회가 의견 청취를 마친 데 이어 경북도의회까지 절차를 마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공식적으로 국회 입법 단계에 진입했다.

이로써 정부와 여당이 구상 중인 ▲2026년 6월 통합단체장 선출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 시나리오도 현실적인 일정표에 올라섰다.

1981년 7월 1일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경북에서 분리된 이후 45년 만의 재결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의회 제안설명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쇠퇴의 길”이라며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부권을 포함한 경북 전역의 균형발전, 특별시에 걸맞은 권한·재정 이양을 특별법에 명문화했다”며 “22개 시·군 모두가 늘어난 자치권과 재정을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 ‘속도전’에 가려진 질문…시·군 의견은 어디에 있었나

그러나 도의회 가결 직후부터 통합 추진 방식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핵심은 ‘절차’다.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시·군의 공식적 의견 수렴이나 주민 공론화 없이 도의회 표결부터 강행한 것은 중대한 흠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 도기욱 의원은 “도민의 삶과 위상에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도민과 단 한 차례의 공식적 논의도 없이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며 “도의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대구시와 합의를 발표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반발이 단순한 지역 감정 차원을 넘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위헌·위법 논란’으로 확장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공청회 생략, 주민투표 미실시, 기초자치단체장 의견 미수렴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법안 심사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왼쪽)과 구자근 경북도당위원장이 30일 국회 의안과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국회 특별법, ‘신속 처리’ 가능할까?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은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인 구자근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동 참여하는 형태로 30일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오는 2월 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상정, 2월 말~3월 초 본회의 통과가 목표다.

하지만 재정을 수반하는 조항과 자치권 이양 범위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무엇보다 도민 의견 수렴의 적법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정부·여당이 예상한 ‘패스트트랙’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한 관계자는 “광역 통합 자체보다도, ‘왜 이렇게 급하게 가느냐’는 질문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절차적 흠결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후 설명회’에 쏟아지는 반발…북부권 민심은 냉랭

경북도는 다음 달 5일 안동을 시작으로 구미·포항·경산 등 4개 권역에서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통합 추진 배경과 정부 인센티브, 특별법 주요 내용, 발전 구상을 설명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도의회 의결 이후 진행되는 이른바 ‘사후 설명회’를 두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밟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설명회 현장이 또 다른 갈등의 무대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강덕 포항시장 페이스북 글 갭처

■ 이강덕 포항시장 “탑다운 통합은 정당성 없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도의회 의결 직후 SNS를 통해 “도민의 동의와 공감대 없이 밀어붙인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주민투표나 공청회 등 직접적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된 통합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시장은 “시·군은 광역시의 하위기관이 아니라 독자적 권한을 가진 주체”라며 “시장·군수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은 통합 추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재정권·인사권·조직권의 실질적 이양,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제도 개혁 없이는 통합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진정한 광역 통합을 위해서는 개헌을 통한 지역 주권 명문화와 국가 운영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며 논의를 헌법 차원으로 확장했다.

■ ‘대구·경북행정통합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전환’인가, ‘절차 생략 통합’인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분명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를 둘러싼 국가적 실험이다. 그러나 그만큼 과정의 정당성과 민주적 정합성이 요구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도의회 문턱은 넘었지만, 국회라는 더 높은 관문 앞에서 통합은 이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속도냐, 숙의냐.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성패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주호

대구경북취재본부 오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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