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표적인 '난민 외면' 국가다. 난민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비율이 세계 최하위권이다. 2023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거주하는 난민인정자(인도적체류 포함)는 0.078명으로 171개국 중 132위다. 30~137명 수준인 상위권 국가와는 1000배 넘는 차이다. 난민인정률은 2.7%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평균 난민인정률은 30% 정도다.
난민인정률이 지극히 낮은 이유가 '추방 중심의' 난민 제도 때문이라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입국 직후인 공항에서부터 난민 신청이 기각돼 바로 본국 송환 절차가 시작되거나 장기간 구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민 신청 서류와 절차는 복잡하나, 통·번역 및 법률 지원 제도는 거의 없다. 국제 협약보다 지나치게 난민 인정 사유를 좁게 해석해 면접 심사가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오래됐다.
이 가운데 "한국이 정말로 난민 추방 국가가 되려 하느냐"는 우려가 거세게 제기된다. 현재 법무부가 추진하는 난민법 개정안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9일 난민법 개정안 발의 계획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국가안보·공공질서를 해치는 자'의 난민 인정을 제한·취소하고, 반복적인 난민 인정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국민 안전을 보호하고, 난민 신청이 국내 체류 방편으로 남용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 계획은 국민 안전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또 난민 신청의 98%가 기각되는 현실에서 난민 신청이 남용된다는 주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프레시안>은 21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속인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변호사)와 통화해 개정안의 문제를 들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2013년 난민법 제정해 관여한 시민단체 워킹그룹으로, 지난주 국회에 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송했다.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프레시안 : 법무부가 현재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나?
김연주 : 지난해 19일 대통령실 업무 보고자료에 관련 계획을 밝혔다. 또 법무부 관계자가 법 개정과 관련해 벌써 일부 의원실을 방문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의원 발의 법안 방식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 제출 법안은 관계 부처나 관계 기관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유관 부처 등 국제 협약이나 국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장치들이 더 있다. 의원 발의 방식은 이런 절차를 건너뛴다.
프 :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김 : 현재 쟁점들은 2018년부터 법무부가 개정을 시도했던 것들이다. 먼저 '적격심사' 도입이다. 난민 재신청자에 한해 적격심사를 도입해 이들의 면접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부적격판정을 받으면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반복되는 난민신청'이 많다는 이유다. 2021년에 개정안이 발의됐고,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때 대한변협, 인권위, UNHCR(유엔난민기구)가 반대의견을 냈고, 법원행정처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난민신청자 권리를 과도히 침해한다고 거듭 확인된 문제를 법무부가 다시 꺼내서 발의하고 있다.
프 : 법무부는 '난민 자격이 없는 자가 난민 신청을 남용한다'는 입장이다. 적격심사는 어떤 문제가 있나?
김 : 법무부가 난민신청자들이 제도를 남용한다는 프레임을 두고, 그들의 재신청할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는 조항이라고 본다. 더 중요하고 거대한 문제는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2%대에 그치는 사실이다. 난민으로 인정돼야 할 사람들도 난민 인정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한국어, 영어로만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 단계에서 통번역, 법률 조언, 어떤 도움도 못 받는 사람들이 자기 상황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나? 재신청, 소송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이들도 극소수다. 권리가 이렇게나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을 더 막겠다는 것이 옳은가?
프 : 난민으로 인정돼야 할 사람들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나?
김 : 법무부의 난민 심사의 관점과 기준 모두 국제 협약에 훨씬, 훨씬 못 미친다. 너무나 증거 중심으로 운영하고 해석도 지나치게 엄격하다. 1차 심사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은 오래됐고, 난민위원회(재심사 기구)는 독립성이 없으며, 국선변호제도도 없어, 법무부가 말하는 '진정한 난민'이 소송까지 가도 승소 확률은 0에 가깝다. 또한 이미 '중대한 사유가 없는' 난민 재신청자는 체류 자격이 박탈된다. 이미 크나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
UNHCR은 '난민신청자들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돼야만 (재신청 자격) 제한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재신청 자격을 제한하려면, 1차 심사가 온전히 권리를 보장한 채 진행돼야만 한다.
프 : 이밖에 또 어떤 문제가 있나?
김 : 분쟁 중인 국가의 난민신청자조차 인도적 체류 지위를 얻는데 2~3년이 넘게 걸린다. 난민 심사는 불필요한 지연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제 규범이다. 이를테면 현재 수단 국적자에겐 UNHCR 권고에 따라 인도적 체류권을 신속히 줄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은 하나도 없다. 이들조차 사전심사, 정식심사, 이의신청 등을 거치면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기까지만 2~3년이 걸린다. 이렇게 하루빨리 고쳐야 할 문제를 개선하는 덴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고, 어떻게든 난민을 수용할 입구를 막는 것만 생각하는 형국이다.
프 : 다른 쟁점도 난민 인정 제한이다. '국가안보·공공질서를 해치는 자'의 난민 인정을 제한하자고 법무부는 말했다.
김 : 이것도 2023년 난데없이 등장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때다. 그 전엔 필요성도, 어떤 문제도 제기된 적이 없던 쟁점이다. 난민신청자는 11만 7000여 명이고, 그중 집계된 범죄는 121건(0.1%)이다. 0.1%를 들어 전체 난민을 불안정한 지위에 내몬다. 이민청 추진을 위해서 난민 혐오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먼저 현행 난민법엔 관련 조항이 이미 있다. 세계평화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 등을 저지른 경우나 입국 전 한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의 조건이다. 국제 규범에 기초한 조항이다. 이 사유가 '아닌' 이상,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어떤 자의적 해석이나 상황에 따라 난민의 지위가 달라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한국 법무부처럼 이를 확대하는 건 국제 협약 위배다. 실효성도 없다.
프 : 법무부는 다른 국가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 : 한국처럼 체류 자격이나 신청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수준의 제한은 극히 드물다. 가령 중대한 국내법 위반을 했을 때, 처우나 일부 권리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있다. 권리 자체를 박탈하는 국가는 거의 미국 정도다. 이것도 법적으로 따지고 들면 국제 협약 위반이다. 국제 협약 위반인 사례를 보고 '유사한 조항이 있다'고 해선 안 된다.
프 : 추가로 할 말은?
김 : 난민신청자와 재신청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건 '난민으로 보호해야 할 난민을 제도가 보호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거지, '난민이 아닌 사람들의 신청이 쉬워서' 발생하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또 난민신청자들의 범죄율은 대한민국 국민 평균 범죄율보다 현격히 낮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법리적으로 잘못됐고, 통계적으로, 학술적으로 어떤 근거도 없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했고, 문제 설정도 잘못됐다.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겨 사회 분란을 조장한다. 이는 난민 보호 취지에 당연히 반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제인권기준 이행 강화, 혐오 차별 방지 등의 국정 과제에도 반한다. 개정안 추진은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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