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전남과 대전·충남을 대상으로 통합특별시 추진 시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도 다시 한 번 정치권의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지원책이 광역단체 통합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기초자치단체 통합인 완주·전주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통합특별시에 대한 재정 지원과 함께 행정통합 교부세 신설, 공공기관 이전 우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 일극체제 심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구조 개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전북 정치권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지사는 15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도정 주요 현안 기자회견에서 완주·전주 통합의 ‘시간표’를 1월로 제시하며, 주민투표 원칙을 유지하되 군의회 의결을 통한 통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이 과정에서 “1월 안에 완주군의회에서 통합이 가결된다면, 올해 안에 통합 기초자치단체 출범과 통합 시장 선출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기조 변화와 초광역 통합 흐름을 고려하면, 논의를 더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주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과 피지컬 AI 실증단지 조성 등도 통합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언급됐다.
그러나 통합을 둘러싼 지역 내 기류는 여전히 팽팽하다. 완주 지역을 지역구로 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 찬반을 전제로 한 공방보다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의 논의에는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의원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라면 얼마든지 대화하고 토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 여부는 주민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원택 의원 역시 전주·완주 통합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과거 통합 실패 사례를 거론하며 신중론을 폈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전주·완주 통합은 필요하지만, 당위성과 필요성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완주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비전과 설계 없이 추진될 경우 또 다른 좌초를 반복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치권이 ‘통합의 시간표’를 꺼내든 것과 달리, 완주군의회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간담회에서 김 지사의 22일 완주 방문과 관련해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다수 제기됐다는 전언이 나온다. 반대대책위도 별도 대응 논의를 예고했다.
여론 역시 단일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완주 지역에서 통합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긴 반면, 전주에서는 찬성 여론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인식 차이가 뚜렷한 상황에서 정부 인센티브와 정치 일정이 앞서 나갈 경우, 완주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19일 김민석 총리의 전북 방문을 계기로 통합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 자리에서 기초단체 통합까지 포괄하는 별도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논의는 다시 원론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의 ‘20조 인센티브’는 통합 논의를 다시 흔드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완주·전주 통합의 성패는 여전히 주민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기본 조건에 달려 있다.
정치권의 속도전과 지역사회의 신중론 사이에서, 이번 논의가 실질적인 해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의 재점화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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