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자진탈당해야 하나' 라는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 4인 중 3인이 "그렇다"고 입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박정 후보도 "자진탈당하면 좋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아, 사실상 김 전 원내대표 '탈당 여론'이 당내에서 공식화된 모양새다.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뉴스스테이지에서 열린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보궐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공천 헌금 의혹에 휩싸인 김 전 원내대표가 자진탈당 해야 되나'를 묻는 공통질문이 나오자 각 후보들은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당 지도부와는 다소 상반되는 입장이 후보들의 입장으로 발표된 것.
진성준 후보는 "김 전 원내대표가 '제명당할지언정 탈당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말씀은 당신의 억울한 사정과 결백을 주장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에 대한 애정이 담긴 말씀"이라면서도 "그렇다면 선당후사하는 마음으로 애당심의 발로로 먼저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진 후보는 이날 후보자 모두발언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가 임기 중반에 사퇴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사과 말씀을 올린다"며 "그 사퇴에 이르게 된 배경엔 당의 도덕불감증, 윤리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후보 또한 "김 전 원내대표께서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당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선당후사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후보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원내대표는 절대 탈당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당은 잔혹한 결정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개인보다는 당이 우선"이라고 말해 사실상 '지도부의 제명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병도 후보도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아마 많은 고민과 고통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불거진 문제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우려를 사고 있고 또 당원들의 우려도 너무 크다"고 탈당을 요구했다. 그는 "(김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만큼 그 국민과 당원들의 문제제기, 고민들을 안아서 탈당하고 이후에 진실규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네 후보 가운데 박정 후보만이 "윤리심판원이 지금 (김 전 원내대표를) 조사 중에 있고 12일이면 그 조사를 기반으로 경중에 대한 것들을 판단해서 지도부에 올릴 것"이라며 "본인이 하고 싶은 소명을 듣고 나서 공식기구를 통해 판단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면 하는 게 민주적 절차"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유일하게 지도부의 '윤리심판원 결정'에 힘을 싣는 입장이었지만, 박 후보 또한 "중요한 건 민주적 절차"라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자진탈당을 하면 좋겠지만…"이라고 언급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 중 3인은 직접적인 탈당 촉구를 하고, 1인은 자진탈당에 대한 바람을 우회적으로나마 내비친 셈이다. 거듭되는 의혹 제기 속에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이 '탈당'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당내 공천 헌금 의혹 '전수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렸다. 박 후보는 앞서 '공천 의혹 전수조사'를 주장한 한 후보에게 "이게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며 "당의 현재 인력으론 불가능한 일이고 핵심은 개별 의원의 일탈이다", "(전수조사는) 당 전체를 의심하는 분열적 프레임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후보는 "실효성이 있겠느냐라는 문제제기를 저도 했다"며 "서울시당처럼 문제제기가 있는 곳들이 있으면 그런 곳을 한번 조사해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진 후보도 "의구심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적극적 조사 조치들도 감수해야 된다"라고 말하면서도 현실적 문제를 들어 "문제 지역에 한해서 조사하는 방안"에 손을 들었다. 백 후보 또한 "문제 지역 조사는 동의하지만 전수조사는 반대한다"고 중재안을 택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원내대표 잔여임기 4개월 이후 연임 여부에 대한 후보 간 입장 차이도 쟁점이 됐다. 진성준·박정·백혜련 세 후보가 모두 "위기 상황에서 연임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연임 반대'론을 내세운 반면, 한병도 후보는 "임기를 충분히 수행하고, 그 다음 문제는 당헌과 지도부에서 새롭게 판단하면 된다"고 '연임 가능'론을 펼쳤다.
한 후보는 "원내대표를 뽑는데 '4개월 후 출마 안 할테니 지지해 달라'고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원내대표는 자기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원내대표직 수행을) 잘하면 (연임을) 좋게 판단하는 거고 못하면 (연임) 출마는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본인 주도권 질문을 통해 "(원내대표가 연임 출마를 위해 사퇴를 하게 되면) 지선을 관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지선 대처가 안 된다"고 한 후보를 비판했지만, 한 후보는 "룰은 지도부가 만드는 것이고 선수는 룰에 따라 하면 된다", "다음 출마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박 후보는 이어 원내대표 출마를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사퇴한 한 후보를 겨냥 "예결위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가 "(원내대표의) 이 역할 또한 중차대한 역할이라 생각해서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답했지만, 박 후보는 "예결위원장 자리를 그만두면서까지 꼭 본인만이 자질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나"라고 재차 꼬집었다.
한편 진 후보는 이날 모두발언과 질의를 통해 "내란청산 입법에 우리가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될 민생경제 대책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며 당의 내란청산 기조에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진 후보는 "(내란청산 입법에 따른 여야대치) 이것이 장기화되면 온통 내란청산 입법에 대한 논쟁으로만 국회가 허송세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라며 "똑같은 비중과 강도로 내란청산 입법과 함께 민생경제대책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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