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중인 아버지 그리고 결핵과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아들
신병을 비관하며 투병생활을 함께한 부자(父子)가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3일 오후 1시 30분께 전북 남원시 동충동의 한 주택에서 A모(71)씨와 아들 B모(37)씨가 숨진지 한달여 만에 발견됐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들 부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주민의 신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두 부자가 살던 월세방 창문과 출입문은 실리콘과 테이프로 밀봉된 상태였고,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이들 부자는 마지막으로 봉투에 현금 120만원을 넣고 겉면에 '주인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경찰은 아버지는 글을 쓸줄 모르는 무학(無學)이어서 작은 아들이 썻던 것으로 추정했다.
◇ 송파 세 모녀 비극 처럼 극심한 생활고는 없어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을 정도로 큰 금전적 고통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시에서 '주거급여'로 월세와 공과금 등을 지원해줬으며, 노인연금과 2인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도 지원해줬다.
사건 당시 월세나 공과금 및 건강보험료 연체는 없었으며, 암 치료비나 결핵 및 우울증 치료 등 의료비용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아 큰 부담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증 앓던 작은 아들의 극단적 선택
이들은 세 부자였다. 15년 전부터 이 집에 월세 10만원으로 세들어 살던 이들은, 아버지 A씨가 2015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이어오면서 가계가 급격히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부인도 30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두 아들은 어머니 없이 성장했으며, 작은아들 B씨는 평소 외출하는 것을 기피했다. 일부 사람들은 결핵에 걸린 B씨와의 접촉을 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병원 외출을 빼고는 평소 집에서만 지내왔으며, 이 과정에서 B씨는 극심한 우울증까지 걸렸다.
형인 C씨는 광주에서 일용직근로를 하며 이들을 지원해왔다.
평소 B씨는 형인 C씨에게 "죽고싶다"는 메시지를 자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작은 아들인 B씨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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