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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계엄 당일, 국회 본관 전문위원실 숨어 계엄군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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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계엄 당일, 국회 본관 전문위원실 숨어 계엄군 피했다"

"12.3 1주년, 헌정질서 온전히 회복해야…헌법은 민주주의 가장 강력한 무기, 개헌 추진할 것"

우원식 국회의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만 1년을 맞아 "명확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 추궁을 통해 헌정질서를 온전히 회복해야 한다"며 "12.3을 통해 확인된 제도적 결함, 헌법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개헌과 국회 개혁 또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3일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에 즈음한 우원식 국회의장 입장문'을 발표하고 "위대한 대한국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국회가 침탈당한 계엄의 밤, 어둠을 걷어내고 민주주의의 여명을 밝힌 것은 우리 국민이었다"며 "국회를 봉쇄한 경찰에 항의하고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며 헌정의 방파제가 되어주셨다. 덕분에 국회는 신속하고 질서 있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 의장은 이날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학술대회' 인사말에서도 비상계엄 사태의 교훈과 과제에 대해 "위기의 순간, 헌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민주화는 헌법 투쟁의 역사였다"면서 "4.19에서 12.3 비상계엄 극복까지, 우리 국민은 권력자의 헌법 훼손에 저항하고 작동하지 않는 헌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공화국을 발전시켜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같이) 비상계엄이 우리 헌법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 방벽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며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승자독식을 완화하고, 변화된 사회상과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도 시급하다. 우리 헌법이 시대에 조응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 의장은 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 배경에 심각한 정치 양극화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며 정치 양극화(극단화) 문제 해결 역시 12.3 극복을 위한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민주주의는 하나의 제도이자 실천"이라며 "헌법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상호인정에 입각하지 않으면 교착과 파행만 부를 뿐"이라고 지적하고 "정치 양극화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정서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또한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의장은 학술대회 인사말에서는 12.3 사태 1년을 맞은 소회에 대해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전에는 국회 텃밭에서 김장을 담그며 '여야가 힘을 합쳐 김치 버무리듯 예산안도 잘 버무려보자' 당부를 하고, 저녁에는 외빈(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만찬을 하고 늦게 귀가해 한숨 돌리려던 찰나에 난데없는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는 "저는 유신·군부독재 시절, 대학생이었고,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강제징집돼 군인 신분으로 계엄을 겪었다. 그래서 저에게 계엄이란 국민의 목숨과 민주주의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다"며 "그날 밤, '동이 트기 전에 계엄을 끝낸다'는 비장한 각오로 국회에 갔고 여러분 모두가 아시듯 '월담'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 표결 전까지의 상황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담 넘어서 의장실에 들어가서 회의를 했다"며 "제일 중요한 건 절차를 어떻게 개시할 건지, (정부에서) 통고가 오지 않았는데 이걸 안건으로 할 수 있는가, 안건은 법안으로 할 거냐 결의안으로 할 거냐가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논의를 하는 절차가 있었고, 그리고 바로 기자회견을 해서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국회가 비상계엄을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서 처리합니다. 국회를 지켜봐주십시오. 국회의원들은 즉각 본회의장으로 모여 주십시오.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기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며 "그러고 나니까 제 위치가 노출됐잖나. 그래서 5층으로 숨었다"고 했다.

그는 "6층, 7층으로 가면 본회의장(2층)과 너무 멀고, 제 사무실이 3층이니까 4층은 위험하고…. 그래서 가장 가까이 본회의장으로 가기 쉬운 5층쯤으로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거기가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인데 제가 거기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전문위원실에) 불을 켜고 앉으니까 경호대장이 제 방 앞에 서서 <서울의 봄> 김오랑을 생각했다고 하더라"며 "저희 직원들은 제가 불 켜고 앉아있으니까 저를 감추려고 국회 전체 방에 불을 켜러 다녔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당시 본청에 들어왔던 계엄군이 3층을 지나 5층까지도 올라왔었다며 "올라왔는데 제 방을 못 찾았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서 그날 밤 국회가 환하게 밝았던 이유가 저를 감추느라고 켠 불 때문에 그랬는데, 그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불이었고 비상계엄의 어둠을 뚫는 그 빛이었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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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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