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연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시민운동 지도자들이 민주당에 정치개혁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탄핵 광장'을 지켰던 여성·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지워지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은 3일 오전 정청래 대표 주재로 구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대표단과 간담회를 열었다. 비상행동은 12.3 사태 이후 탄핵 집회를 주도한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다.
비상행동 상임의장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간담회에서 "8년 전 촛불혁명도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촛불 연대', '촛불 동맹'으로 나아가지 않고 촛불항쟁 성과를 독식하다가 결국 검사독재정권에 정권을 갖다바쳤다"며 "그래서 저희들은 이번 '빛의 광장' 시민혁명 과정에서 나왔던 정치개혁 약속들이 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치개혁 문제는 사회대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지지부진한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집권 여당이자 공당인 민주당이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을 다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거듭 압박했다.
박 대표는 "이 부분은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된다는 점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란 잔당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불가피하고 시민들과 집권 여당, 진보·개혁 소수정당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라도 이행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이용길 전국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 대표와 조승래 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에 지난 5월 당시 민주당 등 제정당 지도부와 시민사회 대표들 간의 정치개혁 합의 현장 사진을 나눠주며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9일 공동선언문 문서와 당시 사진을 복사한 것"이라며 "보시면 사진도 찍었고 전부 서명도 친필로 했다. 이때 협약에 서명했던 것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선언문은 '여당이 되어서 이것을 책임지고 실현해 달라'는 간절한 광장의 소망이 담겨 있었던 것"이라며 "여당 대표이신 정청래 대표께서 좀 무게있게 이것을 책임지고 집권 여당에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심정 같아서는 박찬대 대표 밑에 정청래 대표의 사인을 사실 받고 싶다"고 해 좌중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민주당이 지금부터라도 개헌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윤 회장은 "윤석열 내란 사태는 87년 헌법 체제의 종언"이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개헌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개헌을) 국정과제 1호라고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지지부진하다"며 "최소한의 합의 내용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개헌안을 국민투표에까지 부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달라. 그래야 친위 쿠데타를 극복한 현직 대통령으로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개혁·개헌 요구 외에도 시민운동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계염 이후 1년'에 대한 쓴소리와 우려를 전달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간담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사실 '와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다"며 "(탄핵) 광장은 여성, 소수자들이 많은 시민들과 함께 만든 평등·돌봄 ·연대의 광장이었으나,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여성과 소수자들은 지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 대표는 "'빛의 광장'을 지키고 만들었던 주체들이 지워지고 있다는 것에 굉장히 분노한다"며 "진정한 내란 종식은 빛의 광장에서 함께 만들었던 사회대개혁의 과제들이다. 민주당이 '빛의 혁명' 1년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과정에서 그때의 목소리와 요구를 기억하고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은 "농정 대개혁을 요구했던, 소수가 돼버린 농민들의 요구가 지난 1년 정치 안에서 제대로 실현됐는지, 그리고 농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장도 "양곡관리법을 거부했던 송미령 장관이 아직 (정부에)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저는 아직도 내란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지금 가장 큰 세계적 위협 중 하나가 극우의 주류화, 주류의 극우화"라며 "내란 세력들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났지만 그들의 뿌리는 사실 굉장히 넓고도 깊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다른 나라 극우와 달리 우리나라 극우의 특징이 반민족주의"라며 "그 뿌리가 친일 세력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는 "이들이 지금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파워엘리트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이번 정권에서 '역사 정의'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라며 "역사 정의는 기본적인 것이고 한국 극우세력의 뿌리를 캐내기 위한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들에 앞서 한 인사말에서 "우리 시민운동 지도자들께서 빛의 혁명의 주인공들이시고, 남태령에서, 광화문에서, 그리고 여의도에서 응원봉을 들고 K-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데 앞장서 주신 여러분들"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여러분들께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계시리라 본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제도권 정치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항상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의 힘으로, 광장의 힘으로 죽비처럼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 주셨고, 깨어있는 시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항상 하신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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