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정년 후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에서 특임교수로 "벤처창업과 토론문화"를 주제로 강의한 적이 있다. 그때 전쟁 중인데도 벤처창업에 성공한 국가가 있다는 데에 무척 놀랐다. 하마스와 전쟁 등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나라이지만 벤처창업에 성공하는 나라, 이스라엘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가정, 학교와 직장에서 질문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토론문화요.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군 복무와 대학의 연계이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대에 간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이다 (2025년 자료는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야 대학진학이나 사회로 진출할 수 있다. 군 복무의 부대 배치는 고등학교 재학 중 적성이나 특기를 고려한다. 수학 물리 컴퓨터, 생물 화학, 문학 외국어, 리더십 등... 우리나라처럼 무작위나 추첨이 아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적성이 군대로 연계되고, 군 복무의 경험은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에 연계된다. 개인적 적성의 발전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네트워킹과 인맥도 연계된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 벤처창업의 토대이다. 이같은 학교와 군대와 대학의 연계는 일종의 "평생교육의 수직적 연계이자 통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다시 말해 유아기, 청소년, 성인, 노년기까지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이스라엘은 평생교육의 수직적 연계와 통합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평생교육에 있어 수직적 통합에 못지않게 수평적 통합도 중요하다. 벌써 오래된 이야기다. 김상곤 부총리 경기도 교육감 재직시 대학교수 공무 휴직하고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에 근무한 적이 있다. 그 무렵 학교 현장의 관리자와 교사 등과 많은 교류를 했다. 과천 관문초등학교 교장으로부터 "가마학" 프로그램 사례를 알게 되었다. "가정과 마을과 학교"가 서로 협력하면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습경험과 인성 발달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교육과정 프로그램에 가정과 지역사회에도 참여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에서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 등 사회 전반의 수평적 연계와 통합의 중요성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직적 통합이건 수평적 통합이건 평생교육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평생교육의 컨트럴 타워 설립이 절실하다.
처음으로 평생교육을 위한 포탈 사이트와 컨트럴 타워의 설립이 필요함을 주장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원탁토론아카데미는 2017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과 평생학습 시대 : 한국 교육의 재구조화" 주제로 노웅래 의원실과 공동 주관으로 원탁 학술대회를 열었다. 전문가 6명의 주제발표에 앞서 기조강연을 통해 "한국 교육의 재구조화"를 역설했다.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수많은 평생교육 기관들의 컨트롤 타워가 절대 필요하다. 둘째 법제 정비와 예산의 증액이다. 교육기본법과 평생교육법에 따르면 평생교육은 학교교육(대학교육 포함)과 구별되는 두 축 가운데 하나로 되어 있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학교교육, 대학교육, 직업교육, 시민교육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열악한 평생교육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셋째 평생교육과 평생학습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소통과 협업의 토론문화, 공론화이다
두 번째로 평생교육의 컨트롤 타워 설립을 주장한 것은 2021년 7월 13일 교수신문에 연재 (강치원의 원탁토론 운동 30년, 내가 얻은 교육 그리고 미래교육 시리즈 5)한 글을 통해서다. 글의 제목은 "국방부와 통일부도 연계하여 국가적 의제를 다루는 평생교육을"이다. 우리나라 평생교육 체계는 파편화되어 있고, 정부 부처별, 광역과 기초 등 지자체별로 분산되어 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마다 따로따로 평생교육, 직업교육 사업을 운영한다. 서울특별시 등 광역 지자체도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도, 시도 교육청 등도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대학도 평생교육원이 있고, 시군구 문화원에도 평생교육이 있다. 언론사나 백화점의 문화센터의 평생교육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평생교육은 사업의 중복, 비효율과 예산 낭비가 막대하다.
또한 학습자 입장에서 보면 학습 서비스가 여러 군데 흩어져 있어 "어디서 무엇을 배우는 게 효과적인지" 알기 어렵다. 다양한 부처와 기관들에 분산되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은 서로 연계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학습 경력이나 이력 관리도 통합되지 않다. 다양하지만 연결되지 않은 수많은 플랫폼들만 있을 따름이다. 국가 평생교육 네트워킹이나 포털 사이트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각 기관은 각기 자기 사업만을 할 따름이다. 국가 차원의 전략과 우선순위 부재할 뿐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 평생교육 방향성을 조정하는 기구가 없다. 디지털 전환과 AI 미래와 노동시장 변화, 재교육과 전환 교육, 기후 위기와 신재생 에너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남북 평화통일, 사회적 불평등과 민주시민 교육 같은 국가적 아젠다를 통합적으로 추진하기도 어렵다. 국가평생교육을 위한 컨트롤 타워의 설립이 시급하다.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평생교육위원회 설립이 절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부 산하에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국가평생교육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우선 정부 부처별 평생교육 사업의 중복을 제거하고 업무를 조정하여 예산 배분 및 성과 기준 표준화 작업을 진행한다. 둘째 광역과 기초 및 지역 평생교육기관, 시도 교육청과 지역 교육청 평생교육, 대학과 도서관, 평생학습관 등 네트워크를 정비한다. 즉 AI 기반 포탈 사이트를 구축한다. 국가 통합 평생교육의 플랫폼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셋째 전 국민 학습계정(Learning Account) 구축하고 디지털 신산업과 노동시장과 노동수요에 기반하여 재교육과 전환교육 등 교육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며 국가 평생교육 전략 수립한다. 넷째 학교교육, 대학교육, 직업교육, 시민교육 등을 아우르는 평생교육 법제 정비를 추진해 나간다. 특별히 민주시민 교육이 고려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신재생 에너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남북 평화통일,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국가적 아젠다를 다루는 민주시민 교육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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