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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은 죽었다. 새벽배송 기사들이 몇 시간 자는지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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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은 죽었다. 새벽배송 기사들이 몇 시간 자는지 알고 있나"

숨진 제주 쿠팡기사 누나 "쿠팡에 묻는다. '죽어도 또 뽑으면 된다'고 생각하나"

"쿠팡에 묻는다. 새벽배송 기사들이 몇시 간 잠을 자는지 알고 있나. 시간에 쫓기며 목숨걸고 운전하는 현실을 알고 있나. 알면서도 방치한 거 아닌가. 죽어도 또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 거 아닌가."(제주 쿠팡 새벽배송 희생자 고(故)오승용씨의 누나)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 택배기사 오승용씨의 누나가 쿠팡을 향해 노동자들의 죽음에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숨진 택배노동자 오 씨의 누나는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원내 5당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제 동생은 죽었다. 그런데 쿠팡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당신들 눈에 사람이 보이는 건가"라며 울음을 삼켰다.

앞서 오 씨는 지난 10일 새벽 2시 9분쯤 제주시에서 전신주를 들이받고 차량 안에 갇혀있다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날 오후 숨졌다. 특히 소속 대리점의 관리·감독 아래 다른 기사 아이디를 사용해 8일 연속 근무한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그는 "제 동생은 살기 위해 일했다"며 "미래를 준비하고 가족을 돕기 위해서 아빠 장례를 치루고 나서도 하루밖에 못 쉬고 새벽의 어둠 속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길 위에서 쿠팡의 착취와 압박 속에 쓰러져 죽었다"며 "쿠팡은 '개인 과실이다', '회사 책임이 없다'고 했다. 사람이, 노동자가 죽었는데 기업의 첫 마디는 책임 회피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즉시 공식 사과하라"며 "사고의 모든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의 안전 대책을 즉각 마련하도록 하라"고 했다.

또한 숨진 자신의 동생을 향해서도 "승용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너를 이렇게 보낸 현실을 끝까지 뒤짚어 엎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기사 사망 사고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하며 쿠팡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 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인은 주 6일의 연속적, 고정적 새벽배송 업무를 해왔다"며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 반까지 하루 11시간 30분을 일했으며 야간 할증기준을 고려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이 무려 83.4시간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연속 5일간의 야간배송을 한 뒤 3일간의 아버님 장례를 치루었다"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심각한 과로상황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하루의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고 그 첫 출근에서 사고를 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여 연속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고인 또한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연속 8일의 야간배송노동을 했던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비극의 뿌리에는 과로를 낳는 쿠팡의 노동시스템이 놓여있다"며 "주 5일을 일해도 60시간이 넘는 노동, 교대도 없는 야간노동을 계쏙해야 하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쿠팡에서의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배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와 청문회에서의 약속, 거기에 자신들이 직접 내세운 대책인 '격주 5일제' 그 어느 것 하나 지킨 것이 없다"며 "쿠팡은 당장 유족에게 공식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새벽배송 개선안,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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