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대학교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률이 72%에 그쳐 전국 국립대학교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강구했고, 이듬해부터 등록률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추락한 학교 이미지를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부는 비수도권 대학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글로컬30’ 사업을 시행했고, 안동대학교는 인근 경북도립대와 통합을 추진했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통합을 전제로 2023년 11월 글로컬30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가 바로 교명 선정이었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와 논의를 거쳐 ‘국립경국대학교’로 결정되었고, 2024년 상반기 교육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았다. 학교 본부는 2025학년도 신입생 유치를 위해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대대적인 교명 홍보를 진행했지만, 수시모집 경쟁률은 2.73:1에 그쳤고, 정시모집과 여러 차례 충원 과정을 거쳐 어렵게 최종 등록률 96%를 기록했다.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필자는 교명 변경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대외 활동을 하면서 지역민이나 수도권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왜 교명을 바꾸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고, 대부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최근 유튜브에서 확인한 대구경북 지역 대학 평가 순위에서 경국대학교는 25개 대학 중 19위에 머물렀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립대학교의 장점을 안고 대경권에서는 영남대 다음으로 수능 컷트라인이 형성되던 대학이 아니었는가.
필자는 2024년 10월 14일자 안동대학교 신문 기고에서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새로운 천년, 뉴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되면서, 2002년 민선 3기 김휘동 시장이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선포하고 안동 브랜드 육성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안동이라는 브랜드의 유·무형 자산가치는 4조 4천억에 달한다. 그러나 2023년 안동대학교는 글로컬30 대학 선정과 5년간 1천억 지원을 받기 위해, 안동이라는 브랜드 자를 사실상 포기했다. 단기간 지원금 1천억을 위해 4조 4천억 가치를 용도폐기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글로컬30 사업비가 교육부로부터 제때 내려오지 않아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새 정부 정책에 따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등 재원 경쟁이 치열해져 글로컬30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국대학교의 전신인 안동대학교는 오래전부터 의학 계열 학과 설치를 추진해왔지만 한의학과 설립은 실패했고, 간호학과 설치로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대학 본부는 공공의대 설립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교명 변경을 강력히 요청한다. 지역 기초 및 광역 지자체에서도 경국대학교 교명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교명 변경과 의대 신설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지역민의 전폭적 성원과 관계 기관 협조 속에 교육부와 적극 협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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