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군수 김산)이 최근 개최한 '무안갯벌낙지축제'가 정작 낙지 없는 행사로 열리며 지역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일각에서는 "축제의 본질이 사라진 형식적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안군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무안읍 중앙로와 뻘낙지거리 일원에서 제3회 무안갯벌낙지축제를 열었다. 그러나 올여름 고수온 현상으로 낙지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축제의 상징인 낙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축제 직전 며칠 사이 일부 낙지가 잡히기 시작했지만, 이미 '낙지가 없다는 소문'이 퍼진 뒤라 관광객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고, 식당가에는 당번이 정해진 공무원들과 지역 인사들만 눈에 띄었으며, 낙지 한 마리가 8000원, 낙지비빔밥 한 그릇이 2만 5000원에 판매되는 등 '금낙지' 현실은 여전했다.
무안읍에 사는 주민은 "낙지 없는 낙지축제는 지역 브랜드를 스스로 훼손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무안 낙지는 수십 년간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그 자체가 무안의 문화 아이콘이었다. 낙지가 빠진 행사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관광객 유치 효과 역시 반감됐다는 평가다.
무안지역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지인 입장에선 '낙지축제'라는 이름 때문에 낙지를 기대하고 왔을 텐데, 정작 그 핵심이 빠져 실망감만 남겼다"며 "프로그램이 아무리 풍성해도 간판이 주는 신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민과 상인들은 이번 축제를 '불가피하지만 의미 있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낙지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축제를 중단하지 않고, 농수산물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지역 상권의 숨통을 틔웠다는 것이다.
군에 따르면 축제 기간 중 일부 판매 부스의 매출이 평소 대비 상승했고, 지역 농수산물 판로 확대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군 관계자는 "자연재해로 낙지 공급이 불가능했지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며 "내년에는 낙지 어획 회복과 연계한 본래 취지의 축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 지역문화 연구자는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선 낙지 자원 관리, 어민 지원, 관광 프로그램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며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지역민의 자부심과 외부 관광객의 신뢰를 모두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축제 전문가들은 "단기적 경제효과에 치우친 접근이 지역 축제의 신뢰도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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