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이 23명이 목숨을 잃은 아리셀 참사의 책임자인 박순관 대표가 징역 15년형을 받은 데 대해 '과실치사에 과도한 형이 내려졌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인 가운데, 아리셀 참사 유족이 "막말로 23명의 노동자를 두 번 죽였다"며 우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우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리셀산재피해자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영등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회견에는 아리셀 참사 유족 9명이 직접 참석해 모두 발언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 씨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함께했다.
이순희 아리셀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24살짜리 딸을 보낸 지 481일이 됐다. 그 동안 애 얼굴을 못 봤다"며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유가족들한테 왜 이런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막말은 죽음을 두 번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 의원의 사퇴를 요청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아리셀 참사 유족 박창선 씨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리셀 참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사람이다. 아내는 그날 아침에 나갔다가 새까맣게 탄 시체가 돼 돌아왔다. 유가족은 매일매일 눈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며 "만약에 당신의 부모, 자식이, 당신의 아내가 새까맣게 타서 시체가 돼 돌아오고 살점이 찢어져 나가면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겠나"라고 우 의원을 질타했다.
아리셀 참사로 남편을 잃은 최현주 씨는 "긴 말하지 않겠다. 내가 낸 세금으로 당신 월급 주기 싫다"며 "우재준 그만하고 대구에서 (선거)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아리셀 참사 유족의 말을 듣는 내내 눈물을 훔치던 장연미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왜 약자들은 늘 죽음에서 건져지지 않는지, 가족을 잃은 유족의 심정에 어떻게 이렇게 못을 박을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저 사람(우재준 의원)은 다음에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회견문은 김미숙 이사장이 낭독했다. 단체들은 "참사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고 아리셀은 비상구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이 과실치사인가? 한 명의 노동자 사망에 1년 형도 못 미치는 것이 과도한 선고인가"라고 우 의원을 질타했다.
이어 "우리는 더할 수 없는 분노와 강력한 규탄을 담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며 "우 의원은 아리셀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 "국회는 막말을 쏟아낸 우 의원에 대해 즉각 강력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회견 뒤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우재준은 사퇴하라", "장동혁은 사과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당사 앞에 쳐진 경찰 펜스에 막혔다. 이에 참가자들은 유족 대표 3명만 펜스 안으로 들여보내 서한을 전달하게 해 달라며 받아갈 때까지 "밤새 있겠다"며 버텼다.
참가자들은 "23명 죽은 게 실수인가", "가족 대표만 들여보내 달라는데 그것도 안 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유족 대표들은 펜스 위로 올라가 눈물을 흘리며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대치는 30여 분간 이어졌고, 결국 국민의힘 소통센터의 국장급 실무자가 건물 밖으로 나와 항의서한을 받아갔다.


앞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기도 한 우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 "아리셀 배터리 공장 그 분(박순관 대표),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았다. 징역 15년이면 패가망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람 목숨이 스물 세 분이나 돌아가셨다"고 침통한 목소리로 반발했지만, 우 의원은 "안타까운 사고지만 과실치사이지 않나. 그게 간첩 혐의보다 (형량을) 높게 받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우 의원은 "스물 세 분의 고인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이고 유가족을 위로한다"면서도 "과실치사범에게 민사적 손해배상을 넘어 형사 책임을 지우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산재 처벌은 너무 과도한 수준에 와 있고 그게 부작용까지 일으키는 상황"이라며 주장 취지는 꺾지 않았다.
한편 박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상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23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는 참사 전 배터리 화재를 포함 수차례 안전사고가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 출입구 문이 대피경로 반대편으로 열리게 돼 있었던 데다 정규직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가 설치됐다는 점 등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로 피해가 매우 중대하고, 화재의 발생이 결국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내지 안전보건 보건 확보 의무 위반에 따른 결과가 실현된 것"이라며 "사상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들이 쉽게 준수할 수 있는 임무를 위반한 것으로 법 위반 정도가 심히 중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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