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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를 가자지구로 보낸 이는 누구인가?

[인권의 바람] 10월 18일, 우리 모두 팔레스타인이 되자

잊고 있었다. 무뎌지고 있었다. 지난 7일 추석 연휴와 함께 팔레스타인 학살 2주년이 지났다. 길어지는 학살에도, 반복되는 비보에도 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하는 발걸음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다시 감각이 돌아온 것은 '천 개의 매들린'호 소속 선박에 탑승한 평화 활동가 해초(본명 김아현)의 배가 공해상에서 나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에는 무뎌졌으면서 한국 국적자이고, 활동가라는 공통점에 간사하게도 움직인 마음이다.

▲ 김아현(활동명 해초) 씨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러 떠나기 전에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개척자들 페이스북 갈무리

가지 말란 곳에 갔다고?

그레타 툰베리를 필두로 수많은 선박들이 가자지구를 향했다. 처음에는 11명의 활동가가 가자지구로 향했고, 그 다음에는 100여척의 선박이 가자지구로 향했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봉쇄로 가자 주민은 기아에 시달리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을 수 없다. 구호물자를 가득 싣고 있는 배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항의의 성격도 있다. 해초도 '천 개의 매들린'호 소속의 선박에 탑승했다. 한국이 뒤집힌 것은 한국 국적자 해초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된 뒤였다. 대통령이 나서서 외교역량을 최대 투입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해초는 다행히 석방됐지만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전쟁과 학살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가자지구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지 말란 곳에 왜 갔냐는 비난도 많았다. 대신 위험을 무릅써주는 활동가들도 있는데 직접 갈 필요가 없었다는 황당한 반응은 SNS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라고 했던가? 이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의 눈조차 가자지구를 향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어도 해초 활동가가 공해상에서 납치되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사실, 유엔 직원과 구호 활동가, 기자를 구금하고 가혹행위하고, 살해했다는 사실, 팔레스타인의 땅을 이스라엘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학살하고, 학교와 병원을 폭격하고 기아를 무기로 삼는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잊을 수는 없다.

▲ⓒPeople gather to greet freed Palestinian prisoners arriving on buses in the Gaza Strip after their release from Israeli jails under a ceasefire agreement between Hamas and Israel, outside Nasser Hospital in Khan Younis, southern Gaza Strip, Monday, Oct. 13, 2025. (AP Photo/Abdel Kareem Hana)

내가 해초를 가자지구로 보냈다

해초는 내가 팔레스타인으로 보냈다.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큰데,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 시민들의 관심으로 정부를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팔레스타인에 눈을 떼지 말라는 호소에도 무관심했다. 나처럼 무뎌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점령이 점점 가혹해지는데, 한국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해초는 오죽하면 그 위험한 곳으로 향하려 했을까?

유엔총회에서 벤야민 네타냐후가 강단에 올라서자 50개국의 외교관 100여명이 집단학살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국제사회의 지탄 속 한국은 네타냐후의 연설을 가만히 들어줬다. 한국 기업의 중장비가 팔레스타인 땅을 박살내고, 이스라엘의 이미지 세탁에 K팝 아티스트와 문화산업이 동원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직접 살해하는 무기조차 여전히 거래가 허용된다. 스페인의 경우 총리가 영구적인 무기 수출 금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의 학살 공모를 이토록 방관하면서 해초 활동가의 여권법 위반은 조사하겠다는 든든한 집단학살의 우방이 한국이다.

휴전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학살로부터 잠시 숨 돌릴 시간이 생겼다. 그러나 인질 석방 하루만에 5명의 팔레스타인이 살해됐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투쟁은 계속된다. 오는 18일 보신각에서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라는 슬로건의 집회가 있다. 거리로 나와 한국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이 와 닿지 않는다면, 적어도 한국 국적자가 가자지구로 갈 필요 없을 만큼의 관심을 만들어내자. 관심으로 한국 정부를 움직이고, 그렇게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멈추게 만들자.

▲가자 집단학살 규탄 집회 포스터ⓒ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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